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암세포와 똥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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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균 [clement] 쪽지 캡슐

1999-05-18 ㅣ No.74

우리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다. 우리가 생로병사하는 것은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가 생로병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원히 살고자 하는 우리의 욕망이 하도 간절해서였을까? 우리 몸을 이루는 어마어마어마어마하게 많은 세포 가운데서 늙지도 병들지도 않고, 자신이 포함된 본체가 완전히 망가지기 전까지는 결코 죽지 않는 세포가 생겨났으니 그것이 바로 암세포다!!!

 

의사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으나 암세포 그 자체에는 아무런 독성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암세포가 가진 지칠 줄 모르는 증식과 자기복제 능력을 잘 활용한다면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암세포가 문제가 되는 것은, 요놈이 생로병사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기분에 우쭐해서 그런지 오장육부 어디든, 그 기능이 무엇이든 전혀 개의치 않고 무조건 자기복제와 증식을 거듭함으로써 모든 기능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암세포는 남의 입장이나 사정은 전혀 개의치 않는 독선적이고배타적인 깡패세포다. 그런데 요즘 명동성당에 버티고 앉아서 농성하는 사람들을 보면 흡사 암세포를 보는 듯하다.

 

나는 그들의 주장이나 주의, 투쟁노선 등등은 문제삼지 않는다. 오죽 답답하고 억울했으면 저렇게 천막을 치고 있을까...성당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 누가 받아주겠는가...때론 안쓰런 느낌이 든 적도 있었다. 그런데 농성자들이 보여주는 행태를 지켜 보노라니 그런 생각이 180도로 바뀌었다. 성당구내에서의 꼴사나운 취사세면, 미사가 있든 결혼식이 있든 무슨 상관이냐는 식의 고성방가, 귀청 떨어질 것 같은 스피커 사용, 성당에 드나드는 일반 교우들은 말할 것도 없이 수도자와 성직자도 우습다는 식의 오만불손하고 방자하기 짝이 없는 언행과 태도, 성당 측에 전혀 양해를 구하지 않은 채 제멋대로 새로운 시위를 유치하는 무지막지함...남의 사정이야 어찌되었건, 내 주장이 옳고, 내 말이 맞고, 내 행동이 진리를 향한 것이니 간섭도, 조언도, 충고도 필요없다는 그런 태도야 말로 무조건적으로 자기증식과 복제에만 몰두하는 암세포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농성지도부 제위께 묻습니다. 도대체 성당 측에서 무조건 데모하지 말라고 합디까? 무조건 나가달라고 합디까? 파업은 절대 안된다고 어느 신자, 어느 수녀, 어느 신부가 그럽디까? 전등 하나를 써도 성당전기를 쓰고 화장실을 가도 성당수도물을 쓰는 사람들이 왜, 도대체 무슨 심보로 성당의 질서를 파괴하고 성사활동에 지장을 준단 말입니까? 좋은 일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왜 암세포라고 욕먹을 꼬투리를 잡힙니까? 부분을 보고 전체를 논하지 말라는 변명은 마십시오. 여러분은 부분으로써 전체를 대표하고 있지 않습니까?

 

농성지도부 여러분께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여러분은 지금 우리 사회의 오물찌꺼기를

치워없애겠다고 분연히 떨쳐 일어난 분들입니다. 그런데 혹시 시골에서 논밭에 거름줄 때 쓰는 '똥장군'이란 걸 져보신 적이 있는지요? 지게처럼 양어깨에 걸머지는 것인데 그 끝에는 뚜껑없는 똥통이 달려 있습니다. 한발 한발 조심조심 걷지 않으면 똥물이 흘러 넘쳐서 양 다리가 똥물 칠갑이 되기 일쑤지요.

 

겨우 똥장군 하나 지는 것조차 발걸음을 조심해야 할진데, 우리 사회의 부정과 불의를 바로잡겠다고 나서신 분들이라면 더욱 더 자기자신을 갈고 다듬고 삼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여러분이빌어쓰고 있는 그 땅이 지존하신 하느님의 땅, 거룩한 성당 구내라면

'다시 닐러 므삼하리오?'

 

제발 좀 상식이 통하는 모습들을 보여 주십시오. 제발, 제에에에에에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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