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성당 자유게시판
외국인 신랑이야기 신혼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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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son 1
신혼 여행 일지 2편에서 말했던 바 있지만 하와이에는 Yummy 라는
한국 패스트푸드점이 있다.
로고는 88올림픽 호돌이다.....
덕분에 호돌이를 알아보는 시각의 차이가 하와이에서는 180도 달라진다.
한국 사람들: 어, 저 식당 로고가 호돌이네.....
하와이 사람들: 어, 88 올림픽 로고가 Yummy 식당 꺼 닮았네.... (-_-)
신랑도 예외는 아니다.
신랑과 신혼 여행으로 한국에 나갔을 때다.
관광 상품 중에는 호돌이 마크가 찍힌 상품들이 꽤 있었다.
신랑: 어, Yummy 로고다.
니나: 올림픽 마스코트야.... Yummy가 베낀 거야....
신랑: 그래? 마스코트 이름이 뭔데?
니나: 호돌이.. 호랑이가 Tiger인 건 알지? 돌이는 남자 이름에 많이 붙어....
전통 혼례복을 입은 호돌이와 호순이가 찍힌 젓가락 세트도 발견했다
신랑: 어, Yummy 로고한테 파트너도 있다. (-_-)
니나: 호돌이라니까..... 얘는 호순이구......
신랑: 호쑤니....
니나: 돌이가 남자한테 붙듯이 순이는 대게 여자 이름에 붙어.....
신랑: 그럼 너는 엉덩기 쑤니....? -_-
니나: 지겨워 이젠..... -_-;;
Lesson 2
오래 간만에 한인이 운영하는 중국집에 가서 왕만두를 샀다.....
주먹만한 왕만두 먹어보는 게 얼마만이냐.....
식구들 것까지 사가지구 왔더니 다들 맛있다면서 잘 먹는다.....
신랑: 이거 이름 뭐야?
니나: 왕만두......
시아버지: Oh, 만투!!!!!!!!
(한국말 레슨 (2) 참조..... 울 시아버지는 만두라면 사족을 못쓴다)
신랑: 근데 무지하게 크네 .......
니나: 이건 크니까 앞에 왕이 붙는 거야.....
신랑: 왕이 뭔데?
니나: King 이라는 뜻도 있구.... 크다는 뜻으로 단어 앞에 붙기도 하구....
신랑: 그럼 넌 왕 엉덩기? -_-
니나: 안 웃겨..... 질렸어.......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누이 : 하하하하하하하..... 재밌다....... -_-
왕만두를 먹고 식구들과 모여 텔레비전을 보는데 시아버지가 땅콩을
가져오라고 하신다......
그 말을 듣던 신랑이 갑자기 기막힌 발견을 했다는 듯 무릎을 친다.
신랑: 알았다! Big bean!
니나: 뭐?
신랑: 왕콩은 킹콩!!!!!
니나: .............. -_-
Lesson 3
나는 얼굴에 점이 많은 편이다......
눈에 띄게 큰 건 없어서 화장하면 대충 가려지지만 자세히
세어보면 많다.
한국에선 점 빼는 거 싸다고 들었는데 미국은 무지 비싸다.....
10배가 넘는다고 들었던 같다.
니나: 나 mole 뺄래
신랑: Mole은 한국말로 뭐야?
니나: 점...... 나 점 빼게 돈 좀 찾자
신랑: 첨.... 흠, 첨이라구.... 외워두자....
니나: (화제를 바꾸려 하는군.... ) 언제 빼러 갈까 ...... ?
신랑: 오늘 단어 하나 배웠다......첨.....
니나: 우씨.... 자꾸 씹을래?
신랑: 가만 있어봐..... 단어 잊어버려.... (-_-)
끈질기게 화제를 돌리려 하는 신랑.... 나도 물러설 수 없다.....
니나: 하와이 햇빛이 넘 쌔서 점이 더 생겼단 말야
신랑: 가만 있어봐, 첨돌아.....
니나: 뭐!!!!
신랑: 첨돌이........
니나: 내가 남자냐?!!!!!!!!!!
신랑: 아참! 첨쑤니...... 됐어?
니나: 되긴 뭐가 돼!!!! 점순이가 뭐야!!!!!!! 기분 나뻐!!!!!!
신랑: Okay..... 그럼, 왕첨쑤니.....
니나: 관두자.... -_-
신랑: 관두지 말자..... 왕첨쑤니~ 왕엉덩기쑤니~ 킹콩주쑤니~
내가 한국말을 가르쳐 놓고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다니.....
니나: 그렇게 나 놀리고 싶음 차라리 왕가슴이라고 해줘... (-_-;;)
신랑: 카슴?
니나: 응, 왕가슴.... (-_-)
신랑: 싫어.....
니나: 왜? 나 놀리는 거 좋아하잖아....
신랑: 카슴 큰 건 좋은 거잖아 ....... (-_-)
이 인간이 어느새 가슴이란 단어를 알고 있었다.....
니나: 가슴이 뭔 뜻인지 안단 말야?
신랑: 응.... Breast......
니나: 어서 배웠어?
신랑: 몰라........... 쿨럭!
니나: (발뺌하는군...... ) 빨리 실토해!!!
신랑: 그냥 알어....... 에취!
니나: 빨리 안 말해?
신랑: 근데...... 어쨌든 너 왕카슴 아냐.... (-_-)
신랑이 나 몰래 배워둔 한국말은 도대체 얼마나 무궁무진한 걸까......
니나: 내가 흑인이냐, 백인이냐... 이 정도면 됐지....
신랑: 한국 여자도 클 수 있어....
니나: 봤어?
신랑: 봤어, 승희 리......
니나: 컥!!!
갈수록 가관이다.....
이 인간이 언제 이승희까지 알게 된 거지?.........
니나: 뭐하는 짓이야..... 이승희를 언제 봤어......?
신랑: 이쁜 여잔 다 알어.... 이승희 젤 이뻐...... 섹시해.... (-_-)
니나: 야한 인터넷 사이트만 돌아다닌 거야?!!!!!
신랑: 응.....
니나: 뭐야? 뭘 잘했다구 대답이 그렇게 당당해!!!!?
신랑: 가끔 엉덩기 키리 대신 카슴 키리도 보고 싶단 말야.....
니나: 헉! (-_-)
점 뺄래다가 가슴 수술하게 생겼다......
Lesson 4
신랑의 이승희 발언에 충격을 받고 인터넷에 들어가서 이승희를
찾아보았다.
사실 그때까지 한국 방송이나 신문에서 이승희 이름만 들었지
사진을 본 적은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섹시해 봤자겠지.... 하구 봤는데 ......
정말 이뻤다.....
에이씨, 되는 일 없다.....
언제 왔는지 신랑이 옆에서 침을 흘리며 들여다보고 있다..... -_-
니나: 뭘 봐?
신랑: 섹시하지, 승희 리?
니나: 뭐가 섹시하냐, 만든 가슴인데.....
신랑: 그래도 몸매가 받쳐 주니까 만든 거래두 잘 어울리잖아.....
니나: 그래? 그럼 나두 점 빼는 대신....
신랑: 악! 그만!!! 더 이상 말하지마!!!!!
니나: 뭘?!!!!!
신랑: 그냥 점 빼........... (-_-)
신랑이 몇 주에 한번씩은 꼭 긴장할 일이 생긴다....
바로 울 엄마, 아빠와 통화할 때다....
울 엄마, 아빠 영어 절대로 못하신다....
신랑 한국말.... 개판이다.....
수화기 붙들고 서로 무슨 말 할 줄 몰라 진땀 빼는 광경은 옆에서
보기에도 괴로울 때가 있다.....
Lesson 1
따르릉....
엄마 전화다......
니나: 엄마한테 장모님 하구 부르는 거 알지?
신랑: 응
우선 내가 통화하다가 신랑을 바꿔주었다......
신랑이 배운 대로 잘 하나 감독하기 위해 다른 무선 전화기를
통해서 대화를 감시했다....
신랑: 창모님!!!!!
엄마: 어머! 호호호호호호~ (예상 외로 크게 감격하며 좋아하신다)
신랑: ...............
엄마: 호호호호~
신랑: Hi........
엄마: Hi.........
신랑: ...............
엄마: ..............
보다 못해 신랑 귀에 대고 속삭였다.....
니나: 안녕하세요, 해야지....
신랑: 아, 그렇지......
다시 수화기를 든다.....
신랑: 안녕쎄요.....
엄마: 어머, 호호호호~ 안녕.....?
신랑: ..............
엄마: .............
신랑: H...How are you? (-_-)
엄마: ................
신랑: ...............
엄마: ............빠이.......... (-_-)
신랑: Bye.............. (-_-)
답답해서 미치겠다.....
이번에는 엄마한테 말했다....
니나: 엄마, 뭐라구 말 좀 해봐요.....
엄마: 글쎄, 얘가 나보구 장모님이래... 넘 귀여워..... (-_-)
니나: 귀여우면 뭐라구 한마디 해보라니까요.....
엄마: 뭐라구 그래?
니나: 한마디도 못해요?
엄마: 알았어, 바꿔봐....
신랑을 바꿔주었다......
신랑: Hello?
엄마: ..............
신랑: .......Yes?
엄마: 호호호호~
신랑: .......... -_-;;
엄마: I miss you!!!!!!!
신랑: .....(순간 멈춤....).......me, too........Thank you...
엄마: .............
신랑: ..............
엄마: 빠이.......... (-_-)
신랑: Bye............... (-_-)
Lesson 2
따르릉~ 전화가 또 울린다.....
이번에 아빠다......
아빠는 엄마보다는 영어가 좀 되신다.....
니나: 울 아빠는 뭐라구 하지?
신랑: 창올
니나: 엥? 장인 어른이라고 그랬쟎아
신랑: 창윈올......
확실히 장인어른은 발음하기가 힘들다......
우선은 아빠를 바꿔주었다.....
신랑: 창윈올......
아빠: ??????????
신랑: .................
아빠: Hi
신랑: Hi, 창윈올.......
아빠: ........... I don’t understand! (당당하게 외치신다 -_-)
신랑이 화다닥 전화기를 나한테 내밀었다.
니나: 아빠? 뭐라구 그랬어요?
아빠: 저 녀석이 뭐라고 욕을 하는 거냐? (-_-)
니나: .,.......... (-_-) 장인어른 이라고 했잖아요.......
아빠: 원, 영언지 한국말인지...... 다시 바꿔봐....
신랑한테 다시 전화 받으라니까 사색을 한다.
신랑: 할 말 없어....
니나: 안녕하세요, 그런 담에 영어로 천천히 해봐, 그럼
신랑:............ 오케이
전화를 든다
신랑: 안녕쎄요.....
아빠: 오냐~ 그래, 잘 지내지?
신랑: ................
아빠: 왜 대답이 없어?
신랑이 수화기를 막더니 황급히 다시 구원을 청한다.....
신랑: 못 알아듣는 한국말로 막 말씀하셔..........
할 수 없이 내가 다시 받았다.....
니나: 아빠, 신랑이 못 알아듣나봐요
아빠: 안녕하세요는 잘 하길래.....
니나: 그건 알죠....
아빠: 어떻게 맨날 전화를 해도 안녕하세요 밖에 모르냐.....(-_-) 다시 바꿔봐.....
이 상태에서도 자꾸 바꾸라는 울 아빠, 끈질기다.
니나: 다시 바꾸래
신랑: 무써와...... (-_-)
니나: 나두 몰라. 귀찮어, 그냥 영어로 해.
신랑을 다시 바꿨다.....
신랑: ...Hi...... (통화한 지 몇 분 됐는데 아직까지 인사만 한다.... -_-)
아빠: Hi, how are you?
신랑: (얼굴이 펴지기 시작한다.....) Very good....^^
아빠: Learn Korean!
신랑: (얼굴 다시 수그러든다)........ I’ll try......
아빠: Okay! Bye
신랑: Bye........ (-_-)
전화가 다시 나한테로 돌아왔다....
니나: 그 말 할려구 신랑 바꿨어요?
아빠: 그럼! 어떠냐, 내 영어 솜씨가.....? (-_-)
니나: .......좋아요...... (-_-)
흐뭇하게 전화를 끊으시는 우리 아빠....
미국 사신 지 11년 되셨다..... (-_-)
때로는 신랑의 엉터리 한국말보다도 아빠 엄마의 엉터리 영어가
더 경이롭다..... (-_-)
엉터리 영어로 외국에 와서 꿋꿋하게 살아가시고 다음 세대를
위해 길을 개척해주신 이민 1세 어른들....
말 그대로 인간 승리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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