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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icherry] 쪽지 캡슐

2001-03-17 ㅣ No.1584

시끌거리는 시장거리... 난 항상 이곳이 정겹다.

변함없이 그곳에서 자리를 펴 물건을 내다 파시는 아주머니들

우리의 허기를 채워주는 할머니 떡볶이집...

정겨운 모습들을 뒤로 하고 비탈길을 올라

해지는 성당으로 오른다.

아무도 없는 대성당 문을 빼곰히 열면 그분은 항상 그곳에 계신다.

"저 왔어요. "

곱게 인사를 드시고 그분과 제일 가까운 자리에 앉아서

성당을 둘러 본다.

이 시간대의 성당은 내가 주일미사 때 보는 성당과는 사뭇 다르다.

꼭 다른 성당에 온건 아닐까? 라는 착각도 들게 한다.

그리고 내가 똑바로 바라본 곳에는 붉은 감실의 불빛과 힘겹게 매달려 계신 그분이 있다.

그 모습 또한 주일미사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그분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못이 깊숙히 박힌 그분의 팔이 움찔 거린다.

고통으로 꿈틀거리는 그분의 온몸을 본다.

내가 그분께 지니게한 온갖 죄들이 그분 어깨를 짖누른다

스물 여섯해 동안의 내가 지은 죄에 대한 무거움으로 그분이 고통스러워 하신다.

"주님, 힘드시죠? 저에게 주세요.

 주님, 이제와 생각해보니, 전 마음을 대해 기쁨으로 당신을 찬미 할

 수는 있었지만, 당신께서 고통중에 계신 사순절을 이해하진 못했어요.

 이 기간동안은 당신의 고통을 마음에 새기고 성가를 부를께요.

 주님, 주일날 뵈요. 새로운 실비아가 되어서 다시 당신 앞에 설께요."

난 다시 곱게 인사를 하고 어두워진 성당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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