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동성당 게시판

쉬어가는 페이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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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원주 [liderwon] 쪽지 캡슐

1999-12-06 ㅣ No.386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인간이 얼마만큼의 눈물을 흘릴수 있는지 알려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사진을 보지 않고도, 그 순간 그 푶정 모두를 또 올리게 해주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비오는 수요일 저녁..

  비오는 수요일에는 별추억이 없었는데도.장미다발에 눈여겨지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멀쩡히 잘 살고있는 사람.

  멀쩡한데도, 잘못 살게하고 있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하느님이 잠을 자라고, 만드신 밤을 꼬박 뜬 눈으로 지내게하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강아지도 아닌데, 그 냄새 그리워 먼 산 바라보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우연히 들려오는 노래가사 한구절 때문에 중요한 약속 망쳐버리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껌종이에, 쓰여진 혈액형 이성관계까지 눈여겨지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스포츠 신문, 오늘의 운세에 애정운이 좋다하면

  하루종일 호출기에 신경쓰이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썩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던 내 이름을 참 따뜻하게 불러주었던

  한 여자를사랑했습니다.

 

  그날 그 순간의 징크스로 사람 반 병신 만들어 놓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담배연기는 먹어버리는 순간 소화가 돼 아무리

  태워도 배가 부르지 않다는걸 알려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목선이 예쁘면 아무리 싸구려 목걸이를 걸어주어도,

  눈이 부시게 보인다는걸 알려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그 여자도 나를 사랑하고 있을지는, 그저 모든 이유를 떠나....

  내 이름 참으로 따뜻하게 부러주었던

  한 여자만을 사랑하다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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