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이상학님께-조금더 직설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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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 [wayfarer] 쪽지 캡슐

2000-08-14 ㅣ No.990

    메일을 통해 그냥 개인적으로 답하려다 함께 생각하는 것이 더 나을 것도 같아 이글을 올립니다. 제 앞 글에서 밝혔듯이 전 의사친구가 많은 편입니다. 술자리에서 상당히 진지하게 얘기한 적 있습니다. 대체 의사가 생각하는 적정 수입은 무엇이냐고요... 그 때 친구들의 얘기는 조금씩 달랐지만 이런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 주말에 골프 정도는 쳐야 할꺼고... 방학에 애들 외국연수쯤은 그래도 보내야 할 것 같고... 노후에 해외여행 정도 다닐 저축도 좀 되야겠고....

    전 그 생각이 나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걸 제도로써 기본적인 보장이 되어야 한다는 친구들의 생각이 적쟎이 당혹스러웠을 뿐입니다. 바보같이 나이만 먹어 마흔이 넘어서도 저 같은 사람은 꿈도 못 꿔본 일을 얘기해서만은 아닙니다. 그러한 당연한 바램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현실이 곧 이 사회가 의사를 무시하고 있는 증거라고 말하더군요. 큰 사업가든 작은 가게주인이든 일반적인 사람들이 공유하는 생각-자기가 갖고 있는 경쟁력만큼 경제적 댓가를 받을 수 있다라는 기본적인 생각이 그 친구들에겐 받아들여 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의사는 똑같이 그리고 모두 그분들이 생각하는 일정 수준의 생활수준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저를 당혹케 하였습니다.

   적절한 얘기가 아닐 것도 싶지만, 투자에 대해 이왕 말씀하셨으니까 제 경우를 참고로 말씀드립니다. 저역시 상당히 많은 돈을 공부하는 것에 투자 했고, 3년간의 사병생활과 함께 많은 시간도 투자했습니다, 뭐 원대한 포부랄 것도 없이 그저 일반 시민으로서 최소한의 삶이라도 영위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회사를 다니다가 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 적쟎은 돈도 투자했지만, 아이엠에프때 대부분 다 잃었습니다. 분명 아이엠에프 상황은 제 잘못만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받아들였습니다. 제가 택한 삷이니까요. 대다수 시민들이 그러했듯이... 투자의 결과는 자기의 선택일뿐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공산주의자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보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의사선생님들의 기본 삶을 하향조정하자는 생각도 아닙니다. 다만 의사보다 더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주머니로 의사선생님들의 생활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은 보장하라는 요구를 받아 들일 수 없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을 얻기 위해 훨씬 더 어려운 사람들을 볼모로 하는, 의사선생님들이 택하신 그 요구 방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겁니다.

   님의 글중에 제기하신 ’정부를 따르라는 얘기’는 제가 한 기억이 없습니다. 전 원래 정치가들을 좋아 해본 적도 없구요.  여하튼, 의사선생님들, 말씀으로는 정부와의 싸움이지만 지금 정말 고통받는 게 정부가 아니고 저희 일반 시민인거 정말 모르신다고 말씀하시겠습니까? 소위 운동권학생들이 정부와 싸울 때도 시민을 볼모로 한 적은 없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기억하는 한. 그들이 싸운 경찰과 공무원은 시민이 아닌가라는 논리의 비약만 없다면...

   저희가 아이엠에프의 보상을 특정 전문가 집단에게 요구하신다고 했습니까? 너무나 비이성적이라고 생각하신다고요? 아픈 환자가 있으니 치료해 달라는 저희의 요구가 그렇다는 말씀이신가요?

   많은 사람들이 의료보험공단이라던가 저수가 정책의 의료현실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셨지요? 저흰 어차피 정부가 정해서 내라면 낼뿐입니다. 그러니 그게 필요한거라면 의사선생님들이 힘을 모아 정부와 싸워 얻으셔야 할 것입니다. 오히려 의사선생님들은 싸워 얻어낼  수도 있는 보험수가의 인상 - 저희들은 그걸 다시 내려달라고 싸울 힘도 저희에겐 없는걸요.

   의사이기 이전에 정말 당당하고 존엄한 인간이라면, 이렇게 힘도 없고 지쳐있는 저희를 볼모로 삼아 싸우는 일은 그만 두십시요. 싸우지 마시란 얘기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저희를 볼모로 삼지말고 투쟁해야할 대상과 직접 그리고 정정당당히 싸우십시요. 적어도 운동권학생들, 노동자들은 그랬습니다, 심지어 그들이 내몰릴때도.... 실제로 그런 일는 없었던 걸로 알지만, 일제때 일제의 학정에 항거하기 위해 의사가 동맹폐업을 했다해도 그게 적절한 행동이었을까요? 표현이 너무 심했으면 용서하십시요. 글을 쓰며 답답한 마음에 저 역시 조금 격앙이 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다함께 화해하는 그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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