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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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연 [aldus119] 쪽지 캡슐

2005-07-29 ㅣ No.462

 

 

 

어떤 스님이 깊은 산중에서 혼자 살고 있었는데, 어느 여름날 점심 공양을 마친 후 노곤한 차에

마루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서 비스듬히 주위 경치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평소에 눈에 익고 친숙하게 보이던 산 경치가 색다르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스님은 벌떡 일어나 조금 점잖지는 못하지만 가랑이 사이로 다시 그 경치를 내다보았더니,

웬걸, 전혀 새로움이 펼쳐지더라는 것이었습니다.

 

하늘은 푸른 호수가 되고 산은 그 속에 잠긴 그림자가 되었습니다. 그분은 이 발견이 너무나도 신기해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소개를 했답니다.

먼저 스님이 숙달된 조교처럼 시범을 보이면 그들도 따라 해보며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다는 얘기입니다.

고정된 시각을 바꾸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는 교훈을 이 일화에서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의 생각과 정신세계가 아무리 넓어도 전 우주를 담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어쩔 수 없이 각자의 ‘안경’을 통해서 세상사물을 보게 됩니다.

좋게 말하면 거기에서 독특한 개성이 형성된다고 할 수 있지만, 많은 경우는

편견과 고정 관념 안에 갇히게 됩니다. 제한된 소견, 편향된 시각으로 세상과 인간을 보게되어서

마음에 안 들고 미운 것이 많이 생기게 됩니다. 여기서 과감히 눈을 돌려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낯익고,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렵지만, 그러나 이런 ‘탈출’은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선사합니다.

하늘 아래 기상천외할 정도로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새롭게 볼 시각만 있다면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올 것입니다. 새로운 시각을 얻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고 합니다.

여행은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롭게 보기 위해서 간다고 하지요.

이번 여름 휴가에 여행 떠나는 분들, 새로운 시각을 얻어오시기를 바랍니다. / 손희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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