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동성당 게시판

우리동네 천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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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애 [boaequeen] 쪽지 캡슐

2000-12-14 ㅣ No.990

+찬미예수님

 

우리동네 미카엘라할머님이 계신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압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천사이신지라 누구라도 금방 알아볼수 있죠.

언젠가 제가 메일을 통해 할머님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편지를 읽으셨다면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다리를 끄시며 기도하듯 한발자욱 한발자욱 아파트를 다니시는, 눈매가 선하고 모습이 학처럼 고운 그분을 짐작할수 있을겁니다.

할머니의 소원은 가족들과 함께 판공성사를 보러 나가는 것인데.... 글쎄 또 성탄판공이 다가왔군요. 함께 묵주기도를 드리며 그것을 기도했는데 아직도 가족들은 힘든 상황이라 아무도 판공성사를 드릴 준비를 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제발 이번만은 판공성사표를 태울일이 없어야 할텐데요.

 

며칠전에는할머니와 함께 기도를 하는데 갑자기 한 자매님이 그 동 4층에 대학생이 풍을 맞아서 잘 걷지도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마음이 아파서 기도중에 그 여대생을 생각하며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계속 한숨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소파에 앉아 계신 할머님이 저희집 거실에 걸린 ’연민의 예수님’을 바라보며 한없이 한없이 울고 계신겁니다.

할머님은 누구보다도 그 학생의 마음을 잘 알고 계신것이죠. 벌써 20년째 중풍으로 고생하고 계시는 할머님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요. 1층에서 2층 저희집까지 올라오는 시간이 7분정도나 걸리니 한걸음 한걸음이 얼마나 외줄타기하는 느낌처럼 마음이  조마조마하실까요. 할머니는 누구보다도 그 고통을 먼저 이해하고 계신겁니다.

그리고 분명치 못한 발음으로 이렇게 기도하셨어요. ...하느님 ! 제발 제발 그 학생이 빨리 정상의 몸으로 되게 해주세요. 저같은 늙은이야 상관없지만 그 앞날이 창창한 그 학생은 얼마나 괴롭겠어요. 제발! 제발! ... 하고는 말씀을 맺지못하셨어요.  비록 우리 교우는 아니였지만 그 순간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얼마나 애타게 기도했는지...

 

기도란 바로 이런건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지만 기도회를 통하여 이웃에서 매일 전해오는 작고도 아픈 소식들이  저희들의 마음을 더욱 크게 해주는것.  그리고 비록 모르는 이에게도 기도를 통하여 그 사랑이 전해지는 그것이 기도의 힘인가 하는 생각, 아마도 기도에도 286,386...용량이 있나봅니다.

미카엘라 할머니의 몸 구석구석으로 뜨거운  피가 돌아 굳은 그 근육이 움직여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기를... 그분의 가족이 하루빨리 IMF의 후유증을 딛고 다시 화목한 가정이 되기를 기도하던 저의 마음은, 힘들지만 하느님을 의지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사시는 그분의 모습을 닮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분의 겸손함과 따뜻한 미소, 고통을 감내하며 주님께 의탁하는 그 모습을 닮을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분은 천사이신게 확실합니다. ....이댁에 평화를 ...하고 대문을 들어서는 할머님의 모습은 어느 영화에서 천사로 나타난 오드리.햅번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거든요.

우리동네 천사할머니를 위해서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리며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하느님의 은총 가득한 성탄이 되시길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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