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5동성당 게시판

비오는 날의 단상...

인쇄

이성국 [paul62] 쪽지 캡슐

2000-08-26 ㅣ No.1080

 

낙엽으로 뒤덮인 가을 숲 속의 그림엽서를 받았습니다.

엽서에 이런 글이 써 있었습니다.

 

"그림으로 보는 단풍인데, 순간

 헉 하고 숨이 막혔어.

 여름에 푹 젖어 전에는 못 느끼던 녹색에 대해

 여전히 감상에 잠겨있는데

  저 붉은색 풀어놓은 색깔을 보니

    아, 가슴이 또 뛰기 시작한거지.

 아마 짐작컨데 조신하게 보내자 하면서도

 또 설레임에 몸서리를 칠 것 같군."  

 

                - 갈라진 시대의 기쁜소식 451호

                        편집자의 말 중에서 -

 

가을을 재촉하는 듯(?) 비가 한없이 쏟아집니다.

한 해의 농사를 마감하는 농부들에게는

참으로 걱정스런 비가 아닐 수 없겠지요.

최소한의 피해로 그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시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제관의 창문에 비가 가득합니다.

잠시후면 왕창 안으로 쏟아질 것같네요.

수건으로 연신 닦아내면서

사람이 없음이 이렇게 허전할 수 있는가 생각해 봅니다.

오늘 함께 생활하던 신학생들이

개학과 함께 모두 신학교에 들어갔거든요.

 

아무도 없는 텅 빈 사제관.

그저 바라만 봐도

그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눈물나는 무엇이 있습니다.

비 때문일까요?

가을이 오기 때문일까요?

  



121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