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그리스도 왕 대축일(연중 제34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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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11-25 ㅣ No.1043

그리스도 왕 대축일(가해. 2002. 11. 24)

                                         제1독서 : 에제 34, 11∼12. 15∼17

                                         제2독서 : 1고린 15, 20 ∼ 26. 28

                                         복   음 : 마태 25, 31 ∼ 46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교회는 연중 마지막 주일인 오늘을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는 예수님이야말로 진정한 왕이시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우리의 믿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왕이신 예수님께서 최후심판을 하십니다.  그 이야기가 오늘 복음의 내용입니다.  오늘 복음은 "사람의 아들이 영광을 떨치며 모든 천사들을 거느리고 와서 영광스러운 왕좌에 앉게 되면 모든 민족들을 앞에 불러 놓고 마치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갈라놓듯이 그들을 갈라 양은 오른편에, 염소는 왼편에 자리잡게 할 것입니다."라고 시작합니다.  오른편에 있는 의인들은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들어갈 것이지만, 왼편에 있는 저주받은 이들은 영원히 벌받는 곳으로 쫓겨 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갈라놓고 심판하는 기준이 무엇일까?  그 기준이 무엇인지 여러분은 아십니까?  세상 종말에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를 심판하시는 유일한 기준은 이웃 사랑의 실천 여부입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누린 권세와 명예와 지위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심지어 우리가 드리는 기도나 예배도 심판의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그 기준은 오로지 보잘것없는 이들을 하느님 대하듯 따뜻이 돌보는 마음입니다.  이웃 사랑이 바로 그리스도께 행한 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굶주린 이에게 먹을 것을 주는 일', '목마른 이에게 마실 것을 주는 일', '집 없는 이에게 머무를 곳을 제공하는 일', '헐벗은 이에게 입을 것을 주는 일', '병든 이를 돌보는 일, 감옥에 갇힌 이를 찾아주는 일'이 바로 그리스도께 행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복음은 이야기합니다.  여기에 교회는 하나 더 토비트서(1,17.12,13참조)에 나오는 '죽은 이들을 묻어주는 일'을 첨가하여 이런 일들을 하는 것이 곧 하느님께 하는 일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바로 이웃 사랑의 구체적인 실천의 모습입니다.  우리의 삶이 어떠한 모습이냐에 따라 우리는 하느님의 최후의 심판에 오른편과 왼편에 서게 될 것입니다.  이 심판은 어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왔는지 우리의 삶을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옛날에 일본에는 선승 테쯔겐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불경간행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맡았습니다.  불교의 경전을 간행하기 위해 테쯔겐은 일본 전역을 돌면서 기금을 모금했습니다.  많은 돈을 기부한 부유한 사람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가난한 사람들이 낸 작은 모금들이었습니다.  10년의 여행 끝에 그는 기금을 어렵게 마련했는데, 바로 그때 우지 강에 큰 홍수가 일어 수만 명이 집과 식량을 잃었고, 그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느라 테쯔겐은 위대한 불전을 위해 마련했던 돈을 다 써버렸습니다.  또 다시 그는 기금 마련을 위해 여행을 떠나야만 했고, 필요한 금액을 모으는데 또 여러 해가 걸렸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나라 전체에 전염병이 돌아 테쯔겐은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돈을 다 썼습니다.  다시 여행에 나선 그는 20년이 지난 후에야 숙원사업이었던 일본어 불전간행을 마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스님은 평생을 불전을 번역하는 일을 하면서도 진정으로 나누어야 하는 나눔이 무엇이고, 도움이 필요한 곳이 어딘지 정확히 알고 있기에 우리가 그의 모습을 존경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많은 것을 얻으려 합니다.  그러나 그 많은 것이 우리에게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세상 끝날에 최후의 심판을 받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여러분은 어느 쪽에 있을 것 같습니까?  오른쪽인가요?  아님 왼쪽인가요?  영원히 생명을 얻는 나라에 들어갈까요?  아님 영원히 죽음이 있는 나라에 들어갈까요?  이 세상에서 우리가 얻은 것을 제대로 나누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대가를 치루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자신의 욕심이 아니라 진정으로 함께 나누고 살아가도록 노력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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