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5월 16-17일(월)

인쇄

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5-17 ㅣ No.72

      5월 16일(일)

08:00 - 지하철 노조 집행위와 중부 경찰서 형사들과 함게 만났다.

      사실상 15일(토) 민중대회를 끝으로 민주노총의 파업은 일단락 되었다.

      때문에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하철 노조 집행부의 향후 대책에 대한 논의를 위한

      자리이다.

        17일(월) 11:00경 1차 집행부 중 지회장급 22명이 1차로 자진출두 하기로 했다.

      2차는 위원장을 비롯해 모든 집행부가 24 혹은 25일 자진출두 하기로 합의했다.

      2차는 지하철 노조 대행체제에게 인수인계 업무를 마무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량은 중부 경찰서에서, 선탑은 명동성당 부주임인 내가 맡기로 했고, 경로는 4개 각

      경찰서를 돌면서 신병을 인도하기로 했다.

        큰일이다. 또 동창 신부의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장례미사가 번동에서 10:00에 있기

      때문이다. 다른 신부님들도 모두 시간표가 꽉 짜여있다. 12:20 한 낮 음악회 사회와

      인사, 19:30 돔 앙상불의 정기연주회 준비 등. 하는 수 없이 내가 선탑을 하기로

      결정했다. 벌써 여섯분이나 세상을 떠났지만 한 번도 문상이나 장례미사에 참례치 못해

      마음이 불편하고 벗들에게 미안하기 짝이없다. 기도만 드릴 수 밖에...............

 

      5월 17일(월)

10:00 - 준비를 마치고 성당을 한 바퀴 돌다, 낮익은 지하철 노조 지회장 한 분을 만났다.

      '조금있으면 출발이죠?'라고 물었더니, '14:00에 출발하기로 했단다.' 순간

      당황했다. 법규부장을 불러 자초지종을 물었다. 14:00에 출발이라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그럼 연락이라도 해 주었어야지...... 충분히 장례미사에 참례하고

      올 수도 있었는데..... 어제 장례미사가 있어 그렇게 난감해 하면서도 책임지겠다고

      말해 주었는데.... 하지만 이미 일이 그렇게 된 것을 탓해서 무엇하랴...........

        성당마당에서는 민노총의 기자회견이다.

      "연행, 구속된 이상춘 위원장(민노총 부위원장 겸 보건의료 노조 위원장) 등 민노총

      산하 노조간부들을 즉각 석방하라"는 내용이다. 이 회견에서 민노총은 "만일 계속적인

      노동자 탄압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오늘 발표한 보건의료노조 투쟁계획을 민노총 전체

      차원의 투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며, 이를 위해 오는 19일 중앙위에서 정부와의

      대화 재검토를 포함, 6월 총력투쟁 시기를 앞당기는 등 대정부 투쟁을 전개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오늘 발표한 보건의료노조 투쟁계획은 다음과 같다.

      1.5월 19일 - 20일 예정된 연쇄파업투쟁 계획(5,19-동아대의료원, 5,20-예수병원 및

                   21개 지방공사의료원)

      2.5월 20일 전후 이미 타결한 국립대병원, 대형 민간병원들의 재파업 돌입

      3.보건의료노조 산하 120여개 병원에서 강력한 항의규탄 투쟁 전개 방안

      4.5월 20일부터 22일까지 보건의료노조원 32,000여명의 2차 총파업 돌입

        휴... 현기증이 난다.

        민노총과 공공연맹 천막농성자 대표들과 만났다.

      일단 오늘 기자회견 말고는 사실상 5월 15일부로 총파업을 철회 한다고 발표했는데

      어떻게 향후 일정을 잡았는지를 물었다. 모두 24일 혹은 25일을 기해 지하철 노조와

      함께 천막을 철수하겠단다. 공공연맹 대표에게 부탁했다. 지난번처럼 천막을 대물림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것은 철수 하루 전에 금속연맹과 함께 와서 상의 하겠다고

      한다. 꼭 그래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하느님!

      뭔 일이 이렇게 돌아간데요. 동창 신부에게 위로를 주시고, 고인에게는 영원한 안식을

      허락하소서.

 

11:00 - 인권 공대위 주최 "5.18 광주 민주항쟁 19돌 기념 민족대회와 전야제"에 차질이

      생긴 모양이다. 5월 17일(월) 홍익대 운동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것이 주최측의

      사정에 의해 갑자기 명동성당으로 장소가 변경 되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럴수가!!

        오늘 성당에서는 19:30-돔 앙상불의 정기 연주회가 있고, 같은 시간 성체분배자 교육

      이 있을 예정인데,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장소를 변경하면 1,000여명의 신자들은 어떻게

      하고, 연주회는 또 어떻게 하란말인가?? 산 너머 산 이라더니!!

        급히 상임대표인 홍근수 목사를 찾았으나 연락이 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인권

      공대위 사무실로 연락을 취해 난감한 사정을 이야기 했다. 인권 공대위는 사무국장인

      이대근씨에게 연락을 취하도록 하겠단다. 12:00 전에 연락을 바란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지금 13:25인데 연락이 없다. 간신히 홍근수 목사와 통화가 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그런데 홍 목사는 지금 김포공항으로 향하고 있단다. 네덜란드 헤이그로 볼일(?)

      을 보러 가는 중이란다. 5.18 광주 민주항쟁 19돌 기념 민족대회와 전야제 행사를

      주관하고, 전야제가 홍익 대학교 운동장에서 명동성당으로 장소를 변경해 놓고는

      도데체 어쩌라는 말인가? 도데체.............................................

        장소변경에 무슨 커다란 문제가 생겨 그렇게 된 줄 알았다. 그런데 "5월 15일(토)자

      홍근수 목사 명의로 올린 긴급 전문(수신은 참석자들)에는 주최측의 사정으로 장소를

      변경하니, 갑작스런 장소 변경으로 많은 불편을 끼쳐드린 데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되어있다. 그럼 그분들에게는 죄송하고 1,000여명의 가톨릭 원로들과

      신자들에게는 죄송하지 않아 한 마디 상의도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장소변경의 이유를 묻자, "명동성당에서 천막농성 중인 범민련과 한총련의 요청에

      의한 것"이란다. 말문이 막힌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를 해야할까?

        성체분배자 교육 대상은 서울시내 각 성당의 원로들 600여명에 대한 교육이라 자칫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공권력으로라도 이러한 무뢰한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언성을 높인다. 5.18 광주 민주항쟁 기념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또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전야제를

      인파와 차량이 가장 많은 시기에 굳이 이곳에서 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5.18을 피해 1년 연간 계획을 잡았는데 한순간에 물거품을 만들다니............

        빨리 연락이 되어야 하는데, 왜 연락이 없을까??? 답답하다. 지하철 노조원들이

      13:30에 출발한다고 연락이 왔다. 어쩌겠나.

 

        하느님!

      일단 지하철 노조원들의 문제를 처리하고 나서 어떻게 해 보아야지요.

      그럼 전 떠납니다.

 

18:00 - 중부 경찰서 미니버스 1대에 13:30 노조가를 부르며 20명의 노조원들과 3명의 중부

      경찰서 소속 형사와 함께 탑승했다. 한 마디 하라는 주문이 왔으나 정중히 거절했다.

      마음 속으로야 굳굳하기를 바라지만, 겉으로 드러내 말하라고 하니 쑥쓰럽기도 하다.

        노량진 경찰서에 4명의 노조원 신병을 인도하고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힘내시라고, 고생되더라도 참으시라고" 말하며, 방배 경찰서에서는 8명이, 서초

      경찰서에서는 1명이, 강남 경찰서에서는 5명이, 양천 경찰서에서 1명이, 남부

      경찰서에 1명을 인도하니 벌써 4시간이 흘렀다. 피곤하고 지치기도 하다. 그러나 괜히

      피곤한 기색이라도 보이면 노조원들이 미안해 할까봐, 혹시 불안해 할까봐 괜히 연신

      웃는다. 잘 이겨내시라고 속으로 화이팅!을 외쳐본다. 차내에선 연신 가족들과 통화를

      했다. 서로 불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 가족 모두에게 주님의 사랑이 함께 하기를

      기도했다. 아직 모두 3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자녀들도 아직

      어릴텐데. 장가를 가지 않았다는 한 청년 노조원은 연신 곁으로와 여러가지를 묻는다.

      불안하고 초조한 모양이다. 담배를 한 대 권해주고 틈 나는데로 묻는 말에 답해주었다.

 

        14:20 경에 간신히 인권 공대위 사무국장 이대근씨와 연락이 되었다. 그렇게 중요한

      행사의 장소를 어떻게 그렇게 결정할 수 있느냐고 묻고, 성당의 어려운 사정에 대하여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1.행사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겼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램이다.

        2.그러나 시간상으로 무리가 된다면 시간을 늦추어 주었으면 좋겠다.(행사 시작

      시간이 19:00인데 두 시간 뒤인 21:00부터 시작하면 성당의 행사에도 지장이 없을

      것이다. 오늘은 전야제 행사가 아닌가? 협조해 달라.

        사무국장은 장소 변경이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니 최대한 시간을 늦춰 행사를

      진행하겠으며, 성당의 행사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어떠한 불상사가 발생하게 되면 그 책임은 공대위에게 있다고 말해주면서

      이 두 행사가 아무 마찰없이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느님!

      전 이제 할만큼 다 했습니다. 그리고 몹시 피곤합니다.

      뒷 일을 부탁드립니다. 휴.... 헉.. 헉.. 저 보이시죠? (+.+ - *.*)       

 

        밖에서는 야외무대를 설치하기 위해 아시바를 두 겹으로 높이 쌓고 있다.



334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