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성당 게시판

부모님께 보내는 마음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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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청 [fel777] 쪽지 캡슐

2002-06-01 ㅣ No.1721

뚜뚜~~~~~  

어머니  아버지  저  포상휴가  갑니다...  

얼마나  가고  싶었는지  집에  가는날만  하루  하루를  세기만  했다.  

시간은  다가와......  

휴가를  나왔다.  

 

그치만.....  

포상휴가라  즐거워야  했지만,  집에  오니  더  근심과  애석함만  가득했  

다...  부모님  모두  몸이  편찮으셔서  종합검진을  하셔야  했기 때문이다.....  

아들은  살이  찌고  건강해서  돌아왔는데  부모님은  세월  앞에  늙고  병들  

어  계셨었다.  

어찌나  마음이  아펐던지......  

 

한잔  한잔  술잔을  기울일땐  부모님을  생각하니  설움과  마음의  눈물이    

술에  어리어  있었고  내장을  자극하는  술 맛과  슬픔이 서로 동화되어  취해만 갔다.....  

 

어릴때  무지  무섭고  독단적이엇던  아버지  늘  자식이  말을  안들으면  어  

머니만  뭐라  내세우곤  하셨던...  어릴적엔  그런  아버지가  어찌나 미웠는지 모른다.....  

그치만  이젠  예전의  그  강한  아버지는  세월과  함께  흘러가  버렸다.  

주름도  한줄  한줄  늘어잇었고,  몸도  안  좋으신지  가슴을  움켜지신다  

고  하셨다.  

몸도  많이  야위셨다.....  

잠이라도  제대로  주무셔야  했는데  자식  뒷바라지  땜에  잠을  줄이며  운  

전을  해야하는  아버지의  운수업이  아버지를  더  늙게  만들었다.  

이번  휴가땐  아버지  옆에서  떨어지질  않앗다.  

어머니  보다  더  약해지셨고  뒷  모습은  너무  쓸쓸해  보였다.  

 

휴가기간 중에 가족들과  외식을  했었다.....  

술을  마실때였다....  

아버지!  저  술  좋아해요  제가  다  마실테니  그것만  마시고  아버지  잡수  

시지  마세요...  

난  아버지  술잔을  가로채며  술을  마셨다.  

젊은  나는  그  술을  이겨낼수  잇었지만  아버진  이젠  그렇지  못했다.  

아버지의  청춘도  체력도  세월속에  묻힌지  오래였다.  

아버지의  술  한잔은  그나마 나쁘던 간도  심장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뿐  이었다.  

 

 

어머니는  어릴적  어찌나  튼튼  하셨는지  모른다.  

철인  이셨다.  

가게일을 하실땐 잠도  별로  안  주무시기  일쑤였고  자식  셋  도시락  싸주며  뒷  바라지  하느라  바쁘셨다.  

그런데도 난 반찬 투정을 하며  화를  낸  적도  많았고  지각을  할땐  왜  늦게  깨우냐고 짜증을  낸 적도  많았다.  

그때마다  어머닌  너희들땜에  애가  탄다고  하셨지만.  

그땐  어머니께서  너무  강하셨기에 그 말씀이 귀에  들어오질  않앗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내가  군에  가서  이번  휴가를  왓을땐  어머니는  무  

척  약해지셨다.  

너무  야위어서  손을  팔목을  잡기가  난감했다...  

어릴적에  참  많이  놀렸는데.....  

"엄만  나보다  팔뚝이  굵네  엄마  여자  맞아?  넘  두껍다...전원주당..    

크크"  

  시장을  같이  갈땐  어머니의  느린  발을  보면서  

"엄만  다리도  짧으면서  걸음도  느리네.  왜  그리  느려?"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땐  내가  참  많이  어렷음을  새삼  느꼈다.  

지금의  부모님의 주름살을 바라보며 나로 인해 생겼다고  생각하니  지난  날이  왜  이리  후회가 되는지  ....

 

휴가  가면  먹고  싶은걸  생각해서  사달라고  또  요리  해달라고  메모지  

에  적어서 가지고  왓지만...차마  아프신  어머니를  보니 메모지를 펼치기가 부끄러웟고 또 입도  떨어지질  않았다.  

휴가  기간  동안  어머니를  지켜보니  정말  부지런하심을  새삼  느꼈다.  

여기저기 치우고 또 치우고

그렇게 잠시도  쉴틈없이  움직이셨다.  아프신데도 불구하고.....

넘  안쓰러워서  어머니  좀  쉬세요  란  말을 휴가기간동안 얼마나  많이  햇는지  모른다.  

어쩌면  이  모습은  이세상  모든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  아닐까?  

결혼하면 부모 맘 안다는 말을 이제 좀 알꺼 같았다.

 

4박 5일의 짦은 시간은 흘러 어느덧

오늘은  복귀하는  날  ....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어머니께서  등을  돌리고  계셨다.  

첨엔  뭔가  보시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손을  눈가에  대더니  무언가를    

훔쳐내셨다. 눈물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어찌나  시려웠는지....  

나 또한 창밖만 바라 보며 나도 몰래  눈가에  차가움이 맺혀있었다.

 

아프신  부모님곁에  있지  못하고  이렇게  국가의  부름으로  복귀를  하지  

만...  

늘  마음만은  부모님  곁에  떠나지  않을  것임을  기억해  주셨으면.....  

비록  부대로  향하는  걸음은  무겁지만....  

부모님이  건강하게  계신  다고  약속만  하신다면.......  

편히  두발  뻗고 이곳에서 지낼수 잇을텐데.....  

 

휴가기간동안  졸음을  참고  6시  새벽  미사를  가서  기도를  했다.  

하느님께  부모님  건강을  부탁드린다는  기도를  하려고....  

게을러서  그런지  새벽기도를  한번밖에  가지  못했지만....  

부대에서  틈틈이  부모님을  생각하며  화살기도를  올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으로선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에..  

이것밖엔....  해줄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기에....

 

건강하셨으면....  

부모님  저  들어갑니다....  

휴가  기간  동안  푹  쉬고  잘  먹고  들어갑니다....  

또 사랑 많이 받고 제 존재의 이유도 느끼고 들어갑니다.

부모님  생각  많이  나겠지만....  저도  이곳에서  잘 지내고 잘 할테니  부모님도 꼭 쾌유하셔서 건강한  모습  보여주셨으면  좋겟습니다.  

몸은 비록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늘  화살기도로  찾아  뵐  것을  약속드리며....  

어머니  아버지를  끔찍히  사랑하는  아들이 올립니다.  

건강하셔야  해요!!!!  사랑합니다!!!!!!

 

추신: 신부님 저 도청입니다.

     휴가 나가면 연락드린다 해놓고는 연락 못 드리고 복귀했습니다.

     부모님이 아프셔서 병원 가고 그러느라 정신이 없었네요.

     7월에 정기 휴가 나가면 꼭 연락 드리겟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하시고 웃음이 함께 하시길 간절히 기도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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