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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치고 싶다(연중 2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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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1-01-20 ㅣ No.6173

 

 

2001, 1, 20 연중 제2주간 토요일 복음 묵상

 

 

마르코 3,20-21 (친척들과 사이가 나빠지다)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집에 돌아오시자 군중이 다시 모여들어서 예수의 일행은 음식을 먹을 겨를도 없었다. 이 소식을 들은 예수의 친척들은 예수를 붙들러 나섰다. 예수가 미쳤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묵상>

 

참으로 당당하게 '하느님께 미친 놈, 복음에 미친 놈, 주님께서 주신 사명에 미친 놈'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남들은 욕이라고 뱉어내는 미친 놈이라는 소리가 제 귀에는 어떤 말보다 더 귀한 칭찬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다들 '하느님께 미친 놈, 복음에 미친 놈, 주님께서 주신 사명에 미친 놈'이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런 소리 듣기를 싫어한다기 보다, 하느님께, 복음에, 주님께서 주신 사명에 미치기를 꺼려하는지도 모릅니다.

 

혼신을 다해 주님의 일을 하는 것이 앞뒤 가리지 않는 광신적인 무엇으로 비춰지고, 신앙과 현실 사이에서 교묘히 줄타기를 하면서 적당히 타협하는 삶이 지혜로운 무엇으로 받아들여지는 풍토 안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제로서 살아가면서 함께 하는 형제 자매들에게 도대체 어떤 말과 행동으로 주님의 길에 헌신하자고 격려하고 이끌 수 있을 지 망설여지는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예전에 물불 가리지 않고 교회 청년 활동을 할 때 함께 했던 동료 후배들에게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주님의 일에, 지금 하고 있는 교회 청년 운동에 미친 놈들이 필요하다."는 말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말을 하기가 솔직히 겁이 납니다.

 

세상을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원망하고 싶지 않습니다. 마음은 있지만 몸이 따르지 않는 사랑하는 형제 자매들을 책망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이 시간 내가 먼저, 아니 나 혼자만이라도 거침없이 주님의 길을 걸어가셨던 예수님을 따를 수 있는 용기를 청합니다. 아직도 내 뜨거운 가슴 속에는 지금까지 나를 키워주고 지탱해준 포기할 수 없는 꿈, 바로 하느님 나라에 대한 희망이 용솟음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당당하게, 그리고 기쁘게 '현실은 모르고 제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주님에 미친 놈, 복음에 미친 놈, 주님께서 주신 사명에 미친 놈'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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