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교회는 민주적 협의체가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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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동윤 [marysmartino] 쪽지 캡슐

2000-03-02 ㅣ No.557

+찬미 예수님 여성 사제 문제에다, 투서에 의한 평신도들의 신부님들에 대한 압력행사 등 착잡한 문제들이 많이 토론되고 있군요. 많은 좋으신 글들을 읽으면서, 제 뇌리에는 오래전 보았던 영화 mission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남미 전교에 온 힘을 쏟던 예수회 사제들 이야기지요. 유럽에서의 정치적인 이해관계 문제로 그때까지 개종시킨 인디오들을 자신들의 땅에서 내쫓으라는 포루투갈 식민 정부의 요구에 굴복하여, 교황청에서 사제들에게 이들 인디오들을 포기하라는 명령을 내리지요. 그러자 노예 사냥꾼 출신인 사제(로버트 드니로)는 자신의 장상에게, 이는 너무도 부당한 처사이므로 자신은 정치에 굴복해버린 교황청의 명령을 쫓지 않고, 인디오들 편에서 포루투갈 군대와 싸우겠노라고 선언하며 장상에게 자신을 축복해달라고 합니다. 이때 로버트 드니로의 장상은 로버트 드니로를 연민어린 눈빛으로 한참 쳐다보더니, 그에게 '교회는 민주적 협의체가 아니다'라는 말을 하며 교회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그에게 축복을 해 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포루투갈 군대가 무력으로 인디오들을 내쫓기 위해 무력을 앞세운 대학살을 시작하자, 로버트 드니로와 나머지 사제들은 이들 인디오 편에 서서 포루투갈 군대와 맞서 싸우다가 전사합니다. 그리고 그의 장상은 마을에 남아 있는 어린이들, 부녀자들 곁에서 비폭력으로 끝까지 그들을 지켜주다가 역시 마을까지 쳐들어온 포루투갈 군이 가한 무차별 사격에 총탄을 맞고 순교하지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영화였는데, 다른 것은 차치하고 저는 '교회는 민주주의적 협의체가 아니다'라는 대사가 뇌리에 남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이 자꾸 드는군요. 교회는 근대 프랑스 혁명 이후 발전되어 온 민주주의 이데올로기가 적용되는 시민 단체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교황님 이하 추기경, 주교, 사제, 신도들로 이어지는, 순명에 의한 관계가 교회의 핵심적 특징이 아닌가 합니다. 그것을 자꾸 정치적 의미의 민주주의 관으로 바라보니, 예수님이 세우시고 그 후계자들이 성령의 도우심으로 정립시켜 온 우리의 교회제도가 '시대에 뒤떨어진 교회의 내부 모순' 투성이인것으로 자꾸 비쳐지고, 또 평신도들도 이러한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의 시각으로 교회 조직을 바라보니 툭하면 마음에 안드는 사제들을 '다수'의 힘으로 누르려는 경향이 커지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가톨릭의 가르침을 통해서, 이제껏 살아오면서 의심해 본적이 없는 '시민 민주주의'가 인류에게 반드시 절대적, 최선의 가치가 아님을 깨닫고 또 깨닫습니다. 뭐 제 사상을 의심하진 마십시오.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때, 인류를 '민주주의적'으로 다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사회 구조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교회의 경우 특히 이러한 '다수 우선의 원칙'의 잣대로 판단을 내리면 안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것은 주님의 가르침을, 교회가 가르치는 대로 따라야한다는 평신도들이라면 당연한 귀착이 아닌가하는데요. 그리스도의 지체요 그 신비체인 교회를, 정치적/사회학적으로 길들여진 우리의 합리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또 이러한 인간적인 사상에 의해서 교회에 메스를 가하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적어봅니다. 우리가 바랄 것은, 오직 주님의 자비심으로 우리를 주님의 뜻대로 이끄시도록, 우리를 그분께 바치는 것만이 아닐까.. 합니다. 제말이 너무 추상적이고 공허하다고 느끼시는 분은, 우리 교회에서 가르치는 바가 과연 무엇인가 생각해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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