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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ㅣ교회음악
음악여행47: 목숨을 던진 음악

3475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5-06

[류재준 그레고리오의 음악여행] (47) 목숨을 던진 음악

 

 

해마다 5월의 첫 주일은 현대사회에 심각하게 대두된 생명경시 풍조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 ‘생명 주일’로 기념한다. 익히 알다시피 가톨릭 교리에서 자살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가장 큰 죄다.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끊는 것은 모든 생명체에게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살은 일종의 사회병리학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괴테가 1774년 출간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실연당한 많은 남자가 자살했다. 당연히 이 작품은 금서가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우리가 ‘질풍노도의 시대’라 부르는 문예혁명운동의 시작점이 되었다. 괴테가 한때 심취했던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역시 두 연인이 살아서 못다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자살을 선택한다.

 

그러나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의 눈으로 보면 ‘13세 여자아이와 16세 소년이 서로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지고, 우연히 소녀의 오빠를 소년이 살해하고, 그들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를 원망하며 동반 자살한다’는 막장드라마다. 청춘의 뜨거움은 쇠도 녹일 것 같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 같지만, 유일하게 시간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이 말이 믿기지 않으면 당장 부모님에게 여쭤보면 된다.

 

심각한 경쟁에서 오는 심리적 불안함·괴롭힘·가난·기회상실에 의한 절망감, 그리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말년의 고독도 자살과 관련이 있다. 일본에서는 매년 2만 명 이상이 고독사한다고 한다. 이전에 온동네가 같이 아이를 양육하던 전통적인 ‘동네’의 형태는 이미 해체됐다. 옆집 아이가 내 아이의 경쟁상대로 변한 지 오래다.

 

그런가 하면 현대사회의 가장 큰 자살 원인은 ‘우울증’이다. 우울증이 있는 경우 건강한 사람에 비해 자살 확률이 400~500% 증가한다. 우울증은 신앙심만으로 극복할 수 없으며, 적극적인 치료와 약물 복용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치료제다. 교회 공동체는 이런 우울증 환자들을 빠르게 알아내 치료에 동참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1897년 태어난 윤심덕·김우진·주기철은 일제강점기에 각각 성악가·극작가·목사로 살다 갔다. 모두 고등교육을 받았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특히 윤심덕은 ‘사의 찬미’라는 죽음을 찬미하는 염세주의적인 노래를 불렀는데, 이오시프 이바노비치가 작곡한 ‘다뉴브 강의 잔물결’에 가사를 붙인 곡이다. 노래처럼 그녀는 김우진과 현해탄에서 동반 자살했다.

 

주기철 목사는 신사참배 강요에 결연히 맞서 저항하다 광복 1년 전인 1944년 4월 21일 평양형무소에서 옥사했다. 주 목사는 여러 차례 경찰서에 연행되고 상상을 초월하는 고문에 신음하면서도 ‘영문(營門) 밖의 길’이라는 가사를 이바노비치의 곡에 붙여 부르곤 했다. 영문이란 물론 교도소 밖의 문을 이야기하지만 한편으로는 주님이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던 골고타 언덕을 의미하기도 한다.

 

같은 음악에 다른 의미를 두는 것이 이렇게 차이가 크다. 자신의 목숨을 신념을 위해 바치는 것과 우울과 슬픔에 사로잡혀 함부로 버리는 것, 어느 삶이 더 의미 있을지 고려해봤으면 한다.

 

이바노비치 ‘다뉴브 강의 잔물결’

https://youtu.be/aQ2NcOfXs-U?si=4M9M8VSC35Jm79lC

 

윤심덕 ‘사의 찬미’

https://youtu.be/-STYU9bxTns?si=6ekwE_ccB8YLefMJ

 

[가톨릭평화신문, 2025년 5월 4일, 류재준 그레고리오(작곡가,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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