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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칼럼: 대화가 필요해

16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8-13

[도서칼럼] 대화가 필요해

 

 

최은영 작가의 소설집 《애쓰지 않아도》에 수록된 단편소설 〈저녁 산책〉은 첫영성체 이후 복사단 활동을 시작한 딸 ‘유리’를 바라보는 엄마 ‘해주’의 마음을 그립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유리는 커서 신부가 되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합니다. 그런 유리에게 남자 어린이들만 대복사를 설 수 있는 복사단 규칙은 커다란 상처로 남습니다. 신부님이 되고 싶다는 유리의 바람을 ‘다독여야 할 무엇’으로 규정짓는 본당 공동체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타의에 의해 꿈이 꺾인 유리의 모습을 엄마 해주는 안쓰럽게 바라봅니다. 아마도 작가는, 커서 신부가 되고 싶다는 여자 어린이의 바람을 두고 ‘여자는 신부가 될 수 없어.’라는 식으로 편리하게 매듭짓는 교회 공동체의 ‘일반적인’ 태도가 조금 더 섬세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나누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은 그 꿈이 이룰 수 없는 현실에 놓여있더라도 그 바람에 담긴 고귀함을 응원하며, 인간은 함부로 가늠해볼 수 없는 하느님만의 방식이 언젠가는 그 꿈을 꼭 이루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한 교회 공동체를 작가는 꿈꾸었을 것입니다..

 

조민아 신학자의 《대화를 위한 여성신학》은 여성의 관점으로 가톨릭 신학을 살피며, 젠더 갈등이 심화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교회의 역할과 복음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합니다. 저자는 이 모든 갈등과 권력 체계의 뿌리를 가부장제로 규정하고, 이를 여성신학의 관점으로 분석합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고민과 분석을 대화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장으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특별히 저자는 성서에서 엄연히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고 있음에도 교회의 가부장적 역사 흐름 안에서 의도적으로 소실된 여성들의 존재를 부각시킴으로써 오늘날 교회 안에서도 존중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힘을 싣습니다. 이를 위해서 ‘의심의 해석학’과 ‘창조적 상상력’, ‘기억과 재구성’ 등의 해석학적 방법론을 바탕으로 성서와 교회 전통이 그리는 여성상을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살필 수 있기를 요청합니다.

 

이 대목에서 한스 큉의 《그리스도교 여성사》를 함께 꺼내어봅니다. 한스 큉은 교회의 역사 안에서 배제된 여성의 존재를 ‘박탈당한 절반의 진실’로 규정합니다. 그는 교회가 복음 정신에 입각하여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여성들의 위치를 회복시킬 때, 비로소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힘 있는 이들에 의해 잊힌 존재들에 관심을 두는 것, 힘 있는 이들이 듣지 않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이미 복음 속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부족한 우리를 위해 항상 먼 길을 돌아가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짊어지는 주님의 마음을 떠올려봅니다. 교회가 쉽게 단정 짓거나 타협의 여지를 두지 않는 방식을 고수하는 대신, 대화와 소통의 과정을 소중히 여기며 주님처럼 먼 길을 기꺼이 돌아갈 줄 아는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소망합니다.

 

[2025년 8월 10일(다해) 연중 제19주일 서울주보 6면, 구본석 사도요한 신부(국내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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