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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백) 2025년 8월 15일 (금)성모 승천 대축일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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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중세 전문가의 간 김에 순례37: 독일 바이에른 벨텐부르크 수도원

2414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8-13

[중세 전문가의 간 김에 순례] (37) 독일 바이에른 벨텐부르크 수도원


천 년 이어온 도나우 협곡 ‘노아의 방주’ 벨텐부르크 수도원

 

 

- 도나우 협곡의 벨텐부르크 수도원. 길이가 5.5㎞, 최대 높이 80m의 절벽으로 이루어진 천연의 협곡 사이로 유람선이 다닌다. 협곡 어귀에 45m 높이의 종탑과 3층 건물 두 동으로 구성된 베네딕도회 수도원이 있다. 수도원 뒤로 프라우엔베르크 성모 순례 성당(오른쪽 언덕 위)이 보인다. 출처=Kloster Weltenburg

 

 

독일 바이에른주 남부, 도나우강이 석회암 협곡을 따라 굽이치는 곳에 순례자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유명한 곳이 있습니다. 오늘 가볼 곳은 성 제오르지오에게 봉헌된 벨텐부르크 수도원입니다. 수도원이 자리한 협곡은 길이가 5.5㎞, 최대 80m 높이 절벽으로 된 천연의 수로인데, 물길이 좁아지는 곳이라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순식간에 차올라 홍수 위험이 큽니다. 1999년 성령 강림 대축일, 수위가 순식간에 8m까지 치솟아 수도원이 반쯤 물에 잠겨 ‘노아의 방주’처럼 떠 있던 뉴스 영상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2024년 성체 성혈 대축일에도 1층 창가까지 물이 차오르기도 했지요. 그런데 왜 수도원이 굳이 이렇게 위험한 곳에 있을까?

 

 

강가 이교도 신전 허물고 시작한 수도원

 

벨텐부르크는 수도자의 공동 생활에 이상적인 외딴곳인 동시에 물길을 따라 이동이 수월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로마인들은 1세기경 도나우강과 알트뮐강이 만나는 인근 켈하임 마을에 작은 성채를 세웠죠. 한편으로 수도원 뒤 프라우엔베르크 언덕에는 고대 이교도의 신전이 있었습니다. 전승에 따르면 바이에른 지역을 선교하던 성 루페르토가 그 신전을 허물고 그 자리에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성당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공동 생활에 필요한 물과 도나우강을 건너는 나루터가 있었고, 이교도 장소를 ‘거룩한 장소로 바꾼’ 곳이었기에 홍수 위험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터를 잡은 거지요. 18세기까지 이곳에선 수로를 더 많이 이용했습니다. 실제로 수도원에 가려면 켈하임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을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수도원이 산의 경사면에 자리하고 있고, 정면이 도나우강과 마주하고 있어 배편으로 가야 웅장한 수도원 모습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요.

 

- 벨텐부르크 수도원 성당 주 제대의 성 제오르지오 기마상. 수도원 성당의 수호 성인인 성 제오르지오는 중세 초부터 국경 지대 병사들의 수호자, 이교도의 땅에서 복음을 지키는 투사로 공경받았다. 기마상 뒤로는 마치 극장 무대의 배경처럼 성모 승천 벽화가 그려져 있다.

 

 

도나우강 유람선 타고 천 년의 수도원으로

 

선착장에 내려 수도원 담을 걷다 보면 자갈밭이 넓게 펼쳐집니다. 여기가 왜 급격히 물이 차오르는지 금방 이해하실 겁니다. 3층으로 된 두 건물 사이로 난 정문을 지나면 아담한 수도원 마당에 들어서게 됩니다. 현재 수도원 성당은 1736년에 완공됐습니다. 그전 성당은 지하 소성당이 있는 길쭉한 직사각형 단일 구조였습니다만, 마우루스 베헬 아빠스(재위 1713~1749) 시기, 훗날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된 카를 알브레히트 선제후의 후원으로 현관·타원형 본랑·주 제대와 후진 공간으로 구분된 복합구조로 바뀌었습니다. 프라이징 대성당·인스브루크 예수회 성당 등의 건축과 내부 장식을 맡았던 아잠 형제들이 건축에 참여해 성당을 예술과 신앙이 결합한 바로크 예술의 꽃으로 승화시켰죠.

 

- 수도원 성당 천장 프레스코화. 타원형의 천장 프레스코화는 지상의 공동체가 천상의 전례에 참례한다는 베네딕토 영성의 공간화를 보여준다.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이 세속적 가치와 우상숭배·교만을 거부하고 삼위일체 하느님과 성모 마리아·성인들이 계신 천상 교회를 갈망하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아잠 형제 자신들의 모습이 그림과 조형물로 슬며시 표현되어 있다.(원형 부분)

 

수도원 자체 역사는 이보다 훨씬 더 오래됐습니다. 특이하게도 여느 베네딕도회 수도원들과 달리 벨텐부르크 수도원의 정확한 설립 시기는 모릅니다. 617년경 성 골룸바노의 제자들이 수도 공동체를 설립했다는 18세기 학자들 주장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이후로 봅니다. 프랑크 왕국의 수도원 목록(817년)에 이곳 수도원이 있었고, 889년에 이곳 지명이 레겐스부르크 교구 문서에 등장한 것으로 볼 때 중세 초부터 이곳에 수도 공동체가 있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성 루페르토의 이야기처럼 대략 바이에른 지역의 복음화가 이뤄지던 8세기 안팎에 수도 공동체가 설립되었고, 레겐스부르크 장크트 엠머람 수도원처럼 베네딕도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벨텐부르크 수도원은 헝가리 침입이 끝난 10세기 말 베네딕도회 수도원으로 정식 출발하여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거룩한 극장’ 장크트 게오르크 성당

 

수도원 성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현관 천장에 아잠 형제의 아버지인 프란츠 E. 아잠이 그린 최후의 심판 벽화와 스투코 장식이 눈에 들어옵니다. 삶의 무상함과 영원한 구원에 대한 메시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주 제대에는 금빛 찬란한 성 제오르지오 기마상이 있습니다. 성 제오르지오가 말을 타고 용을 물리치며 공주를 구하는 모습이 마치 무대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생생합니다. 그 뒤로는 성모님이 뱀을 짓밟고 하늘로 들어 올려지는 모습과 하느님이 그 위로 축복을 내리는 벽화가 마치 무대 배경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원형 창에서 내려오는 빛이 벽화와 성상을 무대 조명처럼 비추는데, 이만한 조명이 있나 싶습니다.

 

성당 천장에는 삼위일체 하느님을 중심으로 성인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중에는 이 수도원 건축에 관여한 인물도 숨어 있지요. 주 제대의 조각상과 벽화·천상을 구현한 천장 프레스코화가 한데 어우러져 천상의 빛과 구원의 희망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바로크 건축에서 말하는 ‘거룩한 극장(Theatrum sacrum)’이 구현된 것이죠.

 

-벨텐부르크 수도원 안뜰. 맑은 날이면 수도원 비어가르텐에는 방문객과 순례자로 북적댄다. 안뜰은 수도자들의 거주 공간과 성당·방문자 센터(옛 지하 저장고)·맥주 양조장·피정의 집으로 둘러싸여 있다. 1998년 홍수 피해 후 정문 쪽에 홍수 방지 시설을 설치하는 등 전체적으로 리모델링 했다. 성당 옆으로 프라우엔베르크로 올라가는 십자가의 길이 시작된다.

 

 

- 프라우엔베르크 성모 순례 성당. 이층 구조의 성당으로 상층 주 제대는 1755년 로코코 양식으로 꾸며져 있다. 중앙에는 후기 고딕 양식의 성모자상이 있으며, 천장 프레스코화에는 성 루페르토가 바이에른과 수도원을 새벽을 상징하는 성모님께 맡기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 맥주 양조장

 

수도원 마당에서 보듯 베네딕도회 수도원에는 색다른 기쁨이 있습니다. 바로 맥주죠. 1050년에 설립된 벨텐부르크 수도원 양조장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 맥주 양조장입니다. 특히 이곳의 ‘바로크 둔켈’은 세계 최고의 흑맥주로 꼽힙니다.

 

잠깐, 그보다 먼저 다녀올 곳이 있습니다. 수도원 뒤 프라우엔베르크 성모 순례 성당입니다. 바로 이교도 사원이 있던 곳으로, 십자가의 길을 따라 오르면 금방입니다. 최근 우리도 갑작스러운 집중 호우와 홍수로 큰 피해를 봤습니다.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다들 절감하셨을 겁니다. 수도원은 자연에 순응하며 1000년 넘게 버텨왔습니다. 위험이 닥칠 때마다 이 성모 성당은 수도자의 피신처이자, 이들이 탄 노아의 방주 조타실이 되어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순례 팁>

 

※ 켈하임에서 벨텐부르크까지 유람선(4~10월), 노선버스(no.5, 10)가 다닌다. 수도원에서 1㎞ 떨어진 대형 주차장이 있다. 켈하임-수도원 협곡 하이킹도 인기다.(편도 7㎞, 1시간 30분)

 

※ 미사: 주일과 대축일 07:30·10:30 (12:00 낮기도, 17:45 저녁기도), 평일 07:00(11:45 낮기도, 18:00 저녁기도). 피정의 집 St. Georg에서 묵을 수 있다.(사전 예약 필수)

 

※ 유럽의 다른 순례지에 관한 알찬 정보는 「독일 간 김에 순례– 뮌헨과 남부 독일」(분도출판사 2025) 

 

[가톨릭평화신문, 2025년 8월 15일, 차윤석 베네딕토(전문 번역가, 분도출판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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