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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이 사라진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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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언론홍보팀 [commu] 쪽지 캡슐

2014-05-18 ㅣ No.842

 

세월호 참사,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이 사라진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

“우리 모두 회개하고 새롭게 태어나길 기도해”

염수정 추기경,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미사 봉헌

“뭐라 할 수 없이 슬퍼”유가족 만난 소회 밝혀

희생자를 추모하며 신자 1100여명 함께해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오늘(18일) 정오 명동대성당에서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조규만 주교(교구 총대리)와 명동대성당 사제단이 공동 집전했다.

   

염 추기경은 미사를 봉헌하기에 앞서 “성 목요일과 부활 성야, 부활 대축일에 미사를 지내며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 기도해오다 교황 요한 23세와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성식에 참석차 로마에 가게 되었다. 이후 작년부터 예정되었던 사제 피정이 예수의 탄생지인 이스라엘에서 열려 이곳에서 많은 묵상과 기도를 바쳤다.”라고 최근 근황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두 번이나 방문해주신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성식에 참례하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또한 피정 중에도 삶이란 무엇일지 많이 묵상했다.”라며 “오늘 미사를 통해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한편 특별히 유가족들의 아픔에 함께 하겠다. 주님께서 유가족들을 껴안아주시고 위로해주시기를 바라며 주님 사랑과 자비로 우리를 새롭게 태어나는 기회를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비공개로 희생자 합동분향소 찾은 염 추기경

“살릴 수 있었는데...” 하던 유가족 말 전해

   

염 추기경은 미사 강론을 통해 지난 16일(금) 귀국 직후 비공개로 안산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가족을 만난 이야기를 전했다. 염 추기경은 “그저께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안산 합동 분향소로 향했다. 수원교구 여러 신부님들과 합동 분향소에 놓인 수백 명의 영정사진을 마주했는데, 영정 속 어린 학생들은 마치 지금이라도 운동장에서 천진난만한 미소로 친구들과 뛰놀 것만 같았다.”라며 “그 슬픔을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영정 앞에 친구나 가족들이 써놓은 절절한 편지를 잃으며 너무 가슴이 아팠다.”라고 전했다.

   

이어 “세상을 살아가며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보다 더 큰 슬픔이 어디 있겠나. 졸지에 가족을 잃고 상상할 수 없는 고통 중에 있는 유가족들을 만났지만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하고 그냥 그들의 말을 들었다.”라며 “‘살릴 수도 있었는데...’하며 울부짖던 한 어머니의 억울함을 깊이 공감했다. 분향소를 떠나며 무죄한 이들의 죽음에 대해 살아있는 우리 모두가 책임이 있음을 통감했다. 결코 이 일을 잊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문제점 지적

정부에 철저한 원인 규명과 조치 촉구

   

이어 염 추기경은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많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는 인재(人災)’라고 표현한다.”라며 “승객들의 생명을 보호해야하는 의무를 저버린 직업윤리의 부재, 오랜 세월 겹겹이 쌓여온 공직사회의 잘못된 관행들, 우리사회 전반의 안전 불감증, 재난대응시스템의 허점 등 많은 부족함이 그 실체를 드러냈고 결과적으로 세월호 침몰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의 참사는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이 사라진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우리는 그동안 앞만 바라보고 달려오며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물질만능주의, 성공주의, 경쟁 위주의 메마른 삶이 우리를 지배하여 온갖 사회병리적인 폐해가 그 이면에 자리 잡고 있다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다시는 이러한 참혹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위해 정부는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책임자를 가려내야 할 것이다. 사회 부조리를 바로 잡고, 국민들에게 약속한 제대로 된 재난대응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라며 정부의 철저한 원인 규명과 조치를 요청했다.

   

교황 프란치스코 람페두사 강론 언급

“공동체의 책임 강조하고 불의에 대한 타협,

자신의 안위만을 위한 편협함, 무관심에 대한 요서 청하라”

   

이번 참사의 가장 밑바닥에는 사람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인명 경시 풍조와 물질만능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 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작년 불법이민자들의 섬인 이탈리아 람페두사에서 언급한 미사 강론 일부를 낭독했다.

   

불행하게도 이런 사건은 반복되어 일어납니다. 오늘날 우리는 하느님께서 모두를 위해 만들어 주신 세상을 더 이상 돌보거나 살피지 않습니다. 슬픔에 빠진 이들을 위해 울어주고 기도하십시오. 나는 죄가 없다고 생각하지말고 공동체의 책임을 강조하고 불의에 대한 타협과 우리 자신의 안위만을 위한 편협함, 무관심에 대해 용서를 청하십시오.”(지난 2013년 7월 8일 교황 프란치스코 강론)

   

“우리 교회도 외적 성장과 사회적 성공만을 중시한 것은 아닌가”

교회 책임과 의무 돌이켜보며 반성해

   

자기 반성도 있었다. 염 추기경은 “우리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 우리 교회도 가난한 자세로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기보다 외적 성장이나 사회적 성공만을 중시한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라고 고백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무능한지를 체험하여 하느님께 맡길 수밖에 없는 부족한 인간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이번 참사와 희생자들의 고통을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 이러한 아픔이 또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주님께 지혜를 청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모두의 겸손한 자세도 요청했다. “희생자들의 고통과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지 않으려면 이번 참사를 통해 하느님께서 신앙인들과 우리 시대에 보여주시는 징표를 깨달아야 한다. 이 고통이 우리 모두를 깨끗이 정화시켜주어야 하겠다. 그래서 우리 모두 회개해야 한다. 회개는 본래 모습 회복하고 세상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정부도, 지도자들도, 교회도, 개개인도 진정한 회개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겠다.”고 전했다.

   

청주교구 신자인 교사 남윤철 아우구스티노 씨 언급

“희생과 사랑의 마음이야 말로 예수님 마음

“아직 우리 사회에는 미래가 있어”

   

단원고 희생자인 교사 故 남윤철 아우구스티노 씨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배가 침몰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목숨을 아랑곳하지 않고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살려내려 고군분투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한 가닥 위로 받는다”라며 고인을 소개한 염 추기경은 “아우구스티노 형제는 죽음을 선택한 사람이며 이런 희생과 사랑의 마음이야말로 예수님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얼굴도 모르는 이들의 아픔을 함께하며 구호품을 보내고, 진심으로 아픔을 같이하고 있다. 그리고 차갑고 어두운 바다를 목숨을 걸고 수없이 오가며 구조를 담당하시는 모든 분들의 수고에 감사하다. 그들이 있어 우리 사회에는 아직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론을 마치며 염 추기경은 “우리 삶은 역사적으로 이런 무죄한 사람들이 많이 희생된 쓰라린 경험이 많다. 이런 억울함을 인간적으로만 해결하지 말고 하느님께 맡기고 하느님처럼 남을 바라볼 수 있을 때 하는미 앞에 새롭게 태어날 것입니다.”라며 구조작업에 애쓰는 민관군 잠수사들과 현장에서 애쓰시는 모든 이들에 감사함을 전하고 다시 한 번 희생자들의 영원한 안식과 유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명동대성당에 희생자 추모 현수막 내걸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으로 불리는 ‘샤콘느’ 연주돼 희생자 애도

1100여명 참석한 명동대성당 추모 물결

 

영성체 후 묵상 시간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교수(서울대 음대 재직)와 피아니스트 이시현 씨가 비탈리의 ’샤콘느(Chaconne in G minor)’를 연주했다. 슬픈 곡조가 흐르는 가운데 염 추기경과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은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며 묵상했다.

   

명동대성당 마당에는 세월호 희생자 추모 현수막이 걸렸고, 성당 뒤편에 위치한 명동성당 성모동산에는 기도 메시지를 적고 초봉헌을 하는 추모하는 인파가 몰렸다.

   

오늘 미사에는 1100여명의 신자가 참례했다. 미사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 등도 참례하여 조용히 기도하고 돌아갔다.

 

내일 저녁 7시 희생자 애도하며 ‘성모의 밤’ 진행

   

한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국장 정성환 신부)은 19일(월)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는 ‘성모의 밤’ 행사를 진행한다. ‘성모의 밤’에서는 “제물에서 생명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죽음에서 부활로”라는 지향을 두고 묵주기도와 미사를 봉헌한다. 이날 행사로 교구가 지난 4월 23일부터 매일 명동대성당 성모동산에서 진행한 기도회는 마무리된다.

   

서울대교구는 명동대성당 성모동산에서 진행한 기도회 외에 5월 4일 생명주일을 맞아 교구 내 229개 성당이 일제히 미사를 봉헌하여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유가족들의 고통에 함께하고 우리 사회가 절망과 슬픔을 넘어설 수 있길 기도해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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