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연중 제13주간 금요일

스크랩 인쇄

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2-06-30 ㅣ No.156015

교구 사제 모임 중에 주체한 본당의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주교님께서 주례하였고, 사제들이 공동으로 집전하였습니다. 미사를 마치면서 신부님들의 소개 시간이 있었습니다. 유독 한 신부님에게만 큰 박수가 있었습니다. 이유는 그 신부님이 8년 동안 그곳 신자들과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고생하면서 새 성전을 신축했기 때문입니다. 본당을 떠났고 4년 만에 다시 만났으니 신부님도 교우들도 감회가 새로웠을 것입니다. 신자들은 선교하는 사제들에게도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사제들을 따뜻하게 맞아 주는 교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교구 사제단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님쓰신 가시관을 불러드렸습니다. 교우들의 박수에 신학교 교가를 한곡 더 불러드렸습니다. 오랜 만에 사제들이 함께 교가를 부르니 마치 신학생이 된 것 같았습니다.

 

식사를 할 때입니다. 보통은 사제들의 자리와 교우들의 자리가 달랐습니다. 사제들의 자리는 꽃도 있고, 그릇도 깨끗하고, 음식도 신경을 더 썼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식사하였습니다. 20명의 사제들이 교우들이 있는 자리로 찾아가서 모두가 같이 식사하였습니다. 사제들만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만나는 교우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곧 웃음이 넘치는 만남이 되었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저도 사제단에서 나이가 많은 편이 되었습니다. 제가 찾아간 곳도 본당에서 연세가 많은 분들이 앉은 자리였습니다. 35년생이 가장 나이가 많으셨고, 45년생이 가장 나이가 어리셨습니다. 어르신들의 연륜과 경험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선교하는 사제들은 선교지의 이야기를 하였고, 선교사가 되고 싶다는 청년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사제들만이 모여서 식사하는 것도 즐거운 시간이지만 사제들이 신자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함께 식사하는 것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병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채우는 방법입니다. 약을 투약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영양제를 보충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도 병을 치유하는 방법이고 대부분 이렇게 병을 치유하려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비우는 방법입니다. 현대인들의 병은 대부분 부족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넘쳐나는 것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지나친 육식과 가공식품의 섭취가 있습니다. 과음, 과식, 과로는 현대인들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합니다. 약을 투약하기보다는 적절한 운동으로 몸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육식과 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이고 야채와 천연식품을 가까이 하는 것입니다. 과음, 과식, 과로를 피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비우는 삶을 살면 현대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 독서도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과 멀어진 것은 욕망을 채우려 했기 때문입니다. 욕망을 버리고 하느님의 말씀을 가까이하면 이스라엘 백성은 영적으로 건강해지고 참된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예수님의 삶은 철저하게 비우는 삶이었고, 나누는 삶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신 것은 모든 권위와 권한을 비우는 삶이었습니다.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헌신하는 것은 철저한 나눔의 삶이었습니다.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드시는 것 또한 나눔의 삶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오늘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성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병든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합니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도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중에 가장 가난하고, 헐벗고, 배고프고, 아프고, 외로운 이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입니다.’ 바로 그런 삶이 하느님의 말씀과 함께 하는 삶입니다. 7월의 첫날입니다. 그동안 내가 채우려고 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내가 비워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20226개월이 지났습니다. 이제 남은 6개월 동안에 욕심과 욕망은 비워버리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채우면서 비움의 삶, 나눔의 삶을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441 5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