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0일 (수)
(자) 대림 제2주간 수요일 고생하는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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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2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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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5-12-09 ㅣ No.186749

흑기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을 뜻합니다. 회식 자리에서 술이 약한 친구를 위해 본인도 힘이 들지만 술을 대신 먹어주는 사람을 흑기사라고 하기도 합니다. 저도 흑기사 역할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리산 천왕봉에 오를 때입니다. 친구가 기력이 떨어져서인지 무척 힘들어했습니다. 저는 친구의 짐을 나누어지고 천왕봉에 올랐습니다. 서울역에서 문산까지 가는 여행이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늦게 오면서 누군가 남아서 친구들에게 기차표를 주어야 했습니다. 제가 남아서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요즘은 인공지능이 번역해 주지만 예전에는 직접 번역해야 했습니다. 대림 시기를 지내면서 강론 자료를 번역해서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니 제가 누군가를 위해서 흑기사가 되어 준 것보다는 저를 위해서 기꺼이 흑기사가 되어 준 분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한국으로 휴가 갔을 때입니다. 정말 많은 분이 저를 위해서 흑기사가 되어 주었습니다. 공항에서 저를 기다려 준 분, 한국에 있는 동안 차량 봉사를 해 준 분, 여행안내를 해 준 분, 숙소를 예약해 준 분이 있습니다. 그런 흑기사가 있었기에 즐겁고 편안한 휴가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지난 1030일에 귀한 흑기사가 있었습니다. 강남의 한 치킨집에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 회장, 삼성전자의 이재용 회장,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회장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회장은 대한민국에 ‘GPU’ 26만 장을 공급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물량이 한국에 공급되면 한국은 인공지능을 위한 GPU 보유로는 세계 3위의 국가가 된다고 합니다. 정부는 GPU 5만 장을 구매한다고 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화를 위해서 경부 고속도로를 건설하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보화를 위해서 초고속 통신망 고속도로를 구축했습니다. 이제 이재명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을 위해서 인공지능 고속도로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이번 만남을 통해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반도체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대 자동차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대를 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시대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삼성전자와 현대 자동차도 엔비디아에 흑기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흑기사가 되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갔을까요? 명예와 권력을 가진 사람은 예수님께 가지 않았습니다. 율법과 계명을 잘 안다는 사람도 예수님께 가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장애인이 예수님께로 갔습니다. 눈먼 사람은 예수님을 불렀습니다.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님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예수님께서는 눈먼 사람이 볼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오랫동안 하혈하던 여인이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졌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여인의 믿음을 칭찬하셨습니다. 여인은 하혈을 멈추었습니다. 가나안 여인은 예수님을 찾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여인의 딸을 고쳐 주셨습니다.

 

오늘 우리도 그런 흑기사가 되어야 합니다. 힘든 이를 대신해 짐을 들어 주는 사람, 상처받은 이를 대신해 울어주는 사람, 그리고 세상 속에서 믿음과 희망의 무게를 함께 지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멍에는 고통의 상징이 아니라, 기쁨의 근원입니다. 자신이 맡은 일을 좋아하게 될 때’, 그 짐은 더 이상 무거운 짐이 아니라 사랑의 사명으로 바뀝니다. 대림 시기를 지내는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의 공로나 업적이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받아들이는 사랑임을 묵상합니다. 그 사랑을 깨닫는 순간, 우리 역시 누군가의 흑기사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잠시 멈춰서 기다려 주는 일, 손 내밀어 도와주는 일, 그 작은 선택 속에 주님의 얼굴이 드러납니다. 2025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지고 가려던 짐과 멍에는 무엇이었습니까? 혹시 너무 무거워 내려놓고 싶었던 짐은, 사실 주님께서 함께 들어주시길 기다리셨던 짐이 아니었을까요? “주님께 바라는 이들은 새 힘을 얻고 독수리처럼 날개 치며 올라간다. 그들은 뛰어도 지치지 않고, 걸어도 피곤하지 않다.”

 

오늘 주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을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그 짐은 여러분을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주님, 무거운 짐을 진 우리에게 안식을 약속하신 주님, 우리가 서로의 흑기사가 되어 짐을 나누고 마음을 나눌 때 그 안에서 주님의 얼굴을 보게 하소서. 온유하고 겸손한 주님을 닮아기꺼이 멍에를 지고 걸어가는 사랑의 제자가 되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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