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02. 심장이 뛰는 시간 / 임신 5–8주 / 대림 2주)
가벼운 멍에, 함께 지는 무게
#만삭낙태법반대 #온유와 겸손 #함께하는심장 #생명의무게
임신 6-7주, 어머니의 몸은 무거워진다.
아직 배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피로가 밀려오고,
평소 아무렇지 않던 냄새가 견딜 수 없이 느껴진다.
겨우 5-7mm 크기의 생명.
몸무게로 치면 1g도 안 된다.
그러나 이 작은 생명을 품기 위해
어머니의 몸은 호르몬이 바뀌고, 혈액량이 늘어나고, 심장이 더 빨리 뛴다.
작은 생명 하나를 품기 위해 어머니의 전체 시스템이 재배치된다.
작다고 가볍지 않다.
보이지 않는다고 무게가 없지 않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부르신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이들아, 다 나에게 오너라." (마태 11,28)
우리는 자연스레 기대한다.
'아, 예수님께 가면 짐이 사라지겠구나.'
그런데 예수님은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마태 11,29)
멍에를... 메라고?
짐을 벗겨주시겠다는 말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함께 멍에를 메자고 하신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 복음의 비밀이 있다.
고대 농경사회에서 멍에는 두 마리의 소가 함께 메는 도구였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멍에는 '혼자 지는 짐'이 아니라 '함께 지는 무게'다.
임신 6-7주, 태아의 심장은 분당 100-120회로 뛰고
어머니의 심장도 평소보다 더 빠르게 뛴다.
두 개의 심장이 하나의 몸 안에서
서로의 박동을 맞추며 살아간다.
어머니는 대부분의 일을 이제 '나만을 위해 ' 하지 않는다.
먹는 것도, 쉬는 것도, 숨 쉬는 것도.
모두 함께다.
이것이 생명을 품는 무게요,
사랑이 만들어내는 무게다.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마태 11,30)
그분의 멍에가 편한 이유는
우리가 그 멍에를 혼자 메지 않기 때문이다.
그분이 항상 옆에서 함께 지시기 때문이다.
혼자 지면 무겁지만,
함께 지면 가볍다.
혼자 걸으면 힘들지만,
함께 걸으면 멀리 간다.
임신 6-7주, 어머니는 배운다.
내 몸이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내 결정이 나에게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누군가를 품는다는 것이 얼마나 깊은 온유인지를.
온유란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고,
겸손이란 중심을 양보하는 것이리라.
예수님은 바로 그 마음을 우리에게 가르치고 계신다.
대림 시기, 우리는
작은 아기로 오실 주님을 기다린다.
스스로를 낮추시고, 우리와 함께하시기 위해
멍에를 메고 이 땅에 오신 분.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누구와 함께 멍에를 메고 있느냐?"
"그리고 혼자 짐을 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특히, 새로운 생명을 품고 두려움 속에 있는 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고 있는가?
“혼자 감당해야 해”라는 세상의 목소리보다
“내가 함께하겠다”는 예수님의 목소리를
우리가 대신 전해줄 수 있는가?
온유와 겸손을 배운다는 것은
무거운 사람을 가볍게 해주는 일이다.
보이지 않는 생명을 함께 지켜주는 일이다.
혼자서는 무겁지만,
함께라면 안식이다.
작은 이의 기도
온유하고 겸손하신 주님,
우리와 함께 멍에를 메시는 주님.
새 생명을 품고 두려움 속에 걷는 이들이
혼자가 아님을 알게 하소서.
그 무게를 함께 질 사람들을 보내주시고,
우리 또한 그 무게를 나눌 용기를 주소서.
“혼자 감당해”라고 말하는 세상이 아니라,
“내가 함께하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게 하소서.
작고 약한 생명이 보호받고,
두렵고 외로운 어머니들이 사랑받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게 하소서.
함께 지는 무게 안에서
참된 안식을 누리게 하소서.
아멘.
Today's Word
"혼자 지면 무겁다. 함께 지면 가볍다."
by 서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