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연중 제3주간 토요일

스크랩 인쇄

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1-01-29 ㅣ No.144134

어릴 때 읽은 동화 중에 양치기 소년이 있습니다. 양을 돌보던 소년은 심심했습니다. 어느 날 언덕에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양을 지켰습니다. 소년은 그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소년에게 다시는 그런 장난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다시 심심해진 소년은 언덕에 올라가서 소리쳤습니다. ‘늑대가 나타났다.’ 마을 사람은 다시 나와서 양들을 지켰습니다. 나중에 정말 늑대가 나타났습니다. 소년은 언덕에 올라가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소년이 거짓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소년의 거짓말은 소중한 양을 늑대에게 잃어버리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믿지 않을 것입니다. 약속 시간에 매일 늦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신뢰하지 않을 것입니다.

 

2000년 교회의 역사를 보면 사람들은 교회를 신뢰하였습니다. 교회에서 사람들을 치료하였고, 병원이 시작되었습니다. 교회에서 사람들을 가르쳤고, 학교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을의 중심에는 높은 첨탑의 교회가 있었습니다. 밀레의 그림 만종에서 보듯이 교회의 종소리를 듣고 하루의 일을 마쳤습니다. 신앙이 생활이고, 생활이 신앙이었습니다. 박해의 시련을 겪으면서 교우촌은 신앙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박해를 피해서 지친 몸을 의탁하는 장소였습니다. 함께 모여서 기도하고, 나누는 장소였습니다. 기도와 생활이 둘이 아니었습니다. 교우촌을 중심으로 많은 성소가 있었습니다. 자녀들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이 영광이었기 때문입니다. 혼인의 조건은 재물, 능력, 학식이 아니었습니다. 세례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세례를 받아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다면 재물, 능력, 학식이 부족해도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을 맡길 수 있을까요? 천주교 신자이기에 믿고 혼인을 시킬 수 있을까요? 천주교 신자이기에 주어진 일을 충실하게 할 거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신앙과 생활이 하나가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도가 부족한 삶이기 때문입니다. 천주교 신자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의 천주교 신자의 모습에서 어쩌면 양치기 소년을 보는지 모릅니다. 여기에는 현실에 안주하였던 성직자들의 책임이 있습니다. 십자가를 외면하려는 성직자들의 책임이 있습니다. 성사를 거룩하게 집전하지 못했던 성직자들의 책임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데 소홀했던 성직자들의 책임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야단치셨던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의 위선과 가식이 성직자들에게도 있습니다. 신앙인들이, 성직자들이 신뢰를 회복하면 교회가 신뢰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교회의 첨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신앙인들의 삶을 보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믿음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믿음으로써, 아브라함은 장차 상속 재산으로 받을 곳을 향하여 떠나라는 부르심을 받고 그대로 순종하였습니다. 그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떠난 것입니다. 약속을 받은 아브라함이 외아들을 바치려고 하였습니다. 아브라함은 하느님께서 죽은 사람까지 일으키실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가장 소중한 것까지도 봉헌하는 믿음입니다. 죽음의 골짜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입니다. 믿음 때문에 가진 것을 빼앗길 수 있고, 믿음 때문에 건강을 잃어버릴 수 있고, 믿음 때문에 목숨을 바칠 수 있는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믿음입니다.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네.”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가셨던 예수님을 봅니다. 묵묵히 그분의 십자가를 지고 갔던 시몬을 봅니다. 예수님 얼굴에 흐르던 피와 땀을 닦아 드리던 베로니카를 봅니다. 십자가에 매달려 주님 저를 기억해 주세요.’라고 했던 죄인을 봅니다. 믿음은 함께 할 때 현실이 되고, 함께 할 때 비로소 이루어집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572 12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