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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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을 양식과 하늘의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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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연 [fisherpeter] 쪽지 캡슐

2021-04-19 ㅣ No.146198

 

우리는 신앙의 유무를 떠나서 행복해야 합니다. 행복을 추구하려는 게 인간의 본능입니다. 하느님께서도 사람을 창조하셨을 때 우리의 영혼에 기본적으로 심어놓으신 디엔에이가 있습니다. 바로 영원한 생명입니다. 이건 우리 천주교에서는 잘 언급하지 않는 부분인데요, 종교를 떠나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종교적인 색채만 가지지 않았을 뿐이지 실제로 보면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기 위해 수련하는 사람들이 외국에는 많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이를 위해 진리로서 인정을 하는 게 아니고 철학적인 원리로 접근합니다. 특히 인도 같은 나라에 가면 이런 걸 추구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한때 개인적인 사정으로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동료 중 몇 사람이 인도 사람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이 이런 걸 신앙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상당한 수준에까지 근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봤을 때 그들은 인간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기본소양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삶의 철학이 이미 사람의 수준을 능가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수준에서는 하느님의 말씀만 들어가면 이들의 정신세계가 거의 성인의 수준까지 도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우리 천주교에서도 신부님들께서 신학교에 다닐 때 철학을 공부하는 목적도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왜 철학을 공부하는지는 분명합니다. 신학은 말 그대로 신에 대한 학문입니다. 하느님을 알고자 하는 학문입니다. 그에 대한 도구로써 사유(생각과 사고)가 필요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옵니다.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고 하십니다. 이 양식을 얻기 위해서 끊임없이 하느님을 알려고 노력하고 사유해야 합니다. 그 속에서 하느님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이 나올 거라고 봅니다. 그게 썩지 않는 하늘의 양식을 얻는 길일 겁니다.

 

진정한 행복은 하느님을 마음에 품는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세상적인 것을 많이 얻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게 부를 가져다줄 수가 있고, 그로 인해 많이 가지면 행복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에 호스피스 봉사를 하신 분들을 잠시 도우면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배운 하나의 사실이 있습니다. 그들이 봉사를 하면서 가진 철학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앞두고 후회를 하는 게 있는데 특히나 한평생 돈돈돈 하면서 재물만 추구하며 돈만 있으면 행복한 줄로 알고, 그것만 추구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토록 그것만 있으면 행복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게 행복이 아니고 쓰레기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처음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와 관련된 일을 약 1년 가까이 봉사를 하게 되었는데, 1년이 지나 그만두었을 때 그게 무슨 말씀인지 알았습니다. 참으로 중요한 교훈이 숨어 있었습니다. 재물은 자기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부분까지는 소중한 보물이 되고 귀중한 것이 되지만, 그것을 초월했을 땐 그게 더 행복하게 해 주는 게 아니고, 오히려 짐이 된다는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이 말씀이 잘 이해가 되지 않으실 겁니다. 제가 그때 그분들이랑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나눈 결론이었습니다. 그걸 인생 말년에 와서, 그것도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바라보면서 깨달은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그분들이 하신 말씀이 더더욱 와 닿습니다. 그때 그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신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신앙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만약 다시 인생을 산다면,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삶보다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삶을 사는 데 더 인생의 가치를 두고 살겠다고 하셨습니다. 40대 환자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고, 보통 보면 최소 60대 이상인 분들이었고 평균적으로 70대이신 분들이 대다수 그런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직도 기억하는 분이 계십니다. 자신의 재산을 자식들에게 상속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조금 특이했습니다. 자신은 돈의 노예처럼 살았지만, 보통 보면 그래도 자식이라도 좀 편하게 살게 하려고 하는 마음에 상속하려는 게 보통의 마음인데도 하지 않은 이유가 아주 놀라웠습니다. 바로 그게 자신이 생각했을 때 쓰레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쓰레기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아주 놀라운 발상입니다.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근데 그 쓰레기가 다른 곳으로 가면 더 이상 쓰레기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신 모양입니다. 생명을 살리는 데 기부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신앙을 가진 분이 아니지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해야 자신의 인생이 더 이상 비참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어느 날 문득 들었다고 했습니다. 근데 놀라운 사실은 이런 사실을 자식들에게 말하니, 자식들이 아버지의 생각을 순순히 잘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그때 생각한 게 부모도 마지막에는 자신의 삶이 허망한 삶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런 생각을 한 모양인데, 그런 아버지의 뜻을 잘 받아들인 아들도 훌륭한 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입니다. 저는 이 아들도 생각해봅니다. 지금에서 봤을 때 비록 그들은 신앙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세계를 추구하는 마음이 원래 하느님이 사람을 창조할 때 심어준 그 디엔에이가 발현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신앙을 가지지 않은 분의 사례이지만 이 사례를 보면서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오늘 복음과 같이 묵상을 해보면, 진정으로 행복한 것은 물질에 있지 않다는 교훈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물질을 초월해서 살 수는 없는 것입니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다만,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까지만, 그게 자신의 행복을 담보해 줄 수가 있다는 교훈을 주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것을 묵상하게 됩니다. 행복도 어느 선을 넘어가면 그것은 행복이 아니라 오히려 불행이 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깨닫는 사람만이 하늘의 양식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 수가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세상 양식만 추구하며 살다가 가는 허무한 인생이 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그 선택은 자신에게 있습니다. 그 선택의 결과도 자신이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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