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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홍) 2024년 4월 25일 (목)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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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성 필립보 네리 사제 기념일

155290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22-05-25

지난 어머니의 날입니다. 어머니들에게 드릴 꽃을 준비하였습니다. 스페인 공동체와 함께 만들었습니다. 남은 꽃을 컵에 담아 책상에 올려놓았습니다. 책상에 꽃이 있으니 방에 화사해졌습니다. 화사해진 방을 보면서 예전에 읽었던 글이 생각났습니다. 퇴근하던 길에 남편이 지하철역에서 꽃 한 다발을 샀습니다. 비가 내리던 날이었고, 예전에 아내와 데이트하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남편에게 꽃다발을 받은 아내는 다음 날 꽃을 꽂으려 했는데 화병이 없었습니다. 예쁜 화병을 사서 꽃을 꽂았습니다. 그런데 식탁보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식탁보를 새로 사서 깔았습니다. 식탁보는 마음에 들었는데 의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의자를 새로 사서 놓았습니다. 식탁과 의자 그리고 꽃은 예쁜데 방이 지저분해 보였습니다. 아내는 모처럼 대청소를 하였습니다. 창밖을 바라보려니 커튼이 누렇게 변색되었습니다. 큰 마음먹고 커튼까지 바꾸었습니다.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은 작은 기적을 보았습니다. 꽃 한 다발이 아내의 마음을 움직였고, 어디에 내 놓아도 부럽지 않은 아늑한 보금자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순교성인들의 놀라운 신앙을 칭송합니다. 초대교회 신자들의 뜨거운 열정을 추앙합니다. 요즘 우리가 독서로 읽고 있는 사도들의 생생한 복음 선포를 배우고자 합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신앙은 어쩌면 이웃에게 내미는 작은 손짓은 아닐까요 10년 동안 아이티에서 선교하던 꽃동네 수사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국에 잠시 다녀왔는데 한국의 꽃동네 가족들이 모두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십년동안 했으니 고생할 만큼 했다. 이제 돌아와도 된다. 건강이 최고다. 건강을 잘 챙겨라.’ 신부님은 또다시 아이티로 돌아오는 길에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시는 예수님 생각이 났다고 합니다.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고 호산나라고 외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과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면서 우쭐해하던 제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을 것 같았다고 합니다. “니들이 내 마음을 아니!” 아이티로 돌아간 신부님은 똑같은 일상을 지내실 겁니다. 폭력, 가난, 무질서, 위험은 도처에 널려있을 것입니다. 가난한 이, 병든 이, 굶주린 이들이 매일 찾아 올 것입니다. 그런 이들에게 사랑의 손을 내미는 신부님은 아늑한 보금자리를 만들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여러분은 걱정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걱정은 기쁨으로 바뀔 것입니다.’ 사제라는 자리에 안주하려고 한다면, 사제에게 주어지는 특권에 연연하려고 한다면, 말로만 복음을 전하려고 한다면, 주님의 길을 따르는 것이 걱정으로 바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그렇게 살기를 원하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제들이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예수님처럼 살아간다면, 벗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마음으로 사랑한다면, 섬김을 받기보다는 섬기려는 결심으로 살아간다면 그래서 모든 이를 위해서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면 지금 어떤 상황 속에서도 감사와 찬미를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고난과 시련도 기쁨으로 가는 디딤돌로 여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으로부터 배울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시면서 사람이 되신 그분의 겸손입니다. 섬김을 받을 수 있지만 섬기려고 오셨다는 그분의 희생입니다. 자신의 역할이 끝났지만 협조자를 보내시려는 그분의 책임감입니다. 여러분 중에 가장 가난하고, 헐벗고, 병든 사람에게 해 준 것이 곧 나에게 해 준 것이라는 그분의 열린 마음입니다. 힘든 일, 어려운 일은 앞장서서 하시고 영광은 하느님께 돌리는 그분의 양보입니다. 우리는 모두 가족, 친구, 이웃, 직장, 성당에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웃음이 꽃핀다면, 그곳에서 사랑이 열매 맺는다면, 그곳에서 더 오래 머물고 싶다면 그 공동체는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길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만약에 그곳에서 원망과 불신이 자라난다면, 분열과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면, 그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 공동체는 세상의 가치와 질서에 따라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내미는 작은 손짓은 꽃 한 다발일 수도 있고, 다정한 말 한 마디 일 수도 있고, 이웃의 아픔을 헤아리는 열린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작은 손짓을 내미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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