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나해) 마태 28,16-20; ’24/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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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4-05-24 ㅣ No.5767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나해) 마태 28,16-20; ’24/05/26

 

 

  

 

 

언젠가 한 번 소설에서 부모의 마음을 아십니까?”라는 지문을 읽으면서, 생각에 잠긴 적이 있습니다.

부모의 마음은 무엇일까?

부모는 왜 언제나 자식을 감싸고 돌까?

부모에게 자식은 어떤 존재일까?

부모는 자식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볼까?

부모는 자식에게 무엇을 기대할까?

 

우리가 성당에 나와 기도하면서, 성모 마리아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성모님의 달이 끝나고 있습니다. 성모님께서 진정 우리의 어머니이신 이유는 성모님께서 우리를 보호해 주실 뿐만 아니라, 주님께 늘 우리를 위하여 간구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성모님을 어머니로 부르고 의탁합니다.

 

어머니께서는 늘 우리를 아껴주시고, 물가에 내놓은 아기처럼 노심초사 마음에 품어 안고 계심을 느낍니다. 어머니께서는 우리의 자유의지를 간섭하지 않으시려고, 우리의 행위를 존중하시면서 참고 기다리시며, 우리가 주님 사랑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안배해 주십니다.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우리의 모든 순간들을 기억하고 계시며, 그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시면서도 늘 우리를 저버리지 않으시고, 자녀로서의 우리를 변치 않고 계속 사랑해 주시고 계십니다.

 

그런데 어머니를 모시는 우리는, 가능하면 잘 살 수 있기를 바라지만, 우리의 현실은 우리 자신도 부끄럽게 여길 정도로, 우리가 거룩하게 살 수 있게 놔두지 않습니다. 아니 우리 자신이 십자가의 희생을 선택하기에는, 너무나도 연약하고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어머니는 더욱더 우리를 가여워 해주시고 아끼고 계시는 듯합니다. 어쩌면 어머니는 우리가 어머니의 가호 안에 머물러 있음을 인식하고, 감사하는 것만을 원하시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매 순간 우리의 부족하고 죄스런 순간에 부끄러워하고, 수치스러워하는 고운 마음만을 보시는가 싶습니다. 어머니는 우리가 다시 일어서서 주님을 바라볼 수 있을 때까지, 우리가 다시 주님 사랑 안에 머물며, 주님 십자가의 길을 걷기 시작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를 기다려 주시며 함께해 주고 계십니다.

어머니는 왜 그러십니까?

어머니는 우리가 거룩하게 살기 때문에, 우리를 사랑해 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어머니는 우리가 주님의 말씀을 잘 지키기 때문에, 우리를 사랑해 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어머니는 우리가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태어난 자녀이기 때문에,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어머니는 아들 예수님께서 목숨을 걸고 우리를 다시 살리셨기 때문에,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이 대목에서 성 바오로 사도의 말이 생각납니다. “당신의 친아드님마저 아끼지 않으시고 우리 모두를 위하여 내어 주신 분께서, 어찌 그 아드님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하느님께 선택된 이들을 누가 고발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을 의롭게 해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누가 그들을 단죄할 수 있겠습니까? 돌아가셨다가 참으로 되살아나신 분, 또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아 계신 분, 그리고 우리를 위하여 간구해 주시는 분이 바로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32-34.38-39)

 

어머니는 우리가 겉으로는 거룩해 보이지 않고, 좋은 일을 많이 하지 못해도, 심지어는 주님을 배반하는 죄를 저질러도, 우리 마음 속에 주님을 사랑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시편의 한 구절이 뼈저리게 사무칩니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를 버릴지라도 주님께서는 나를 받아 주시리라.”(시편 27,10)

 

어머니는 우리가 이 지상 생애 동안, 우리의 부족함과 나약함으로 부끄럽고 죄스러워하지만, 그래도 주님을 잊지 않고, 아니 주님 밖에는 믿고 의탁할 곳이 없어, 주님을 찾는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이제 우리는 이 시점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기억하며, 다 같이 마음을 모아 큰 소리로 다짐합시다.

우리는 어머니가 우리를 사랑해 주고 계시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살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어머니께서 우리를 사랑해 주고 아껴주고 계신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하면 더욱 더 깊이 더욱 더 진지하게 주님을 사랑하겠습니다.

우리는 어머니께서 우리를 보호해 주시고 안배해 주시고 계시기 때문에, 우리의 삶을 주님께 의탁하여 더욱더 주님의 말씀을 지키고 실현하겠습니다.

 

성부 하느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사람들이, 세상에서 힘겹게 사는 것을 보고 마음 아파하셨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시기 위해,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그리고 하느님께서 자신들과 함께하고 계심을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지 골몰하셨습니다. 그러시다가 사람들이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면서 깨닫도록 하기 위하여, 아들 예수님을 성모님을 통해 보내주셨습니다. 성부 하느님께서는 모든 권한을 땅에 내려오신 예수님께 나눠주셨고, 성자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을 말씀으로 설명해 주셨고, 기적을 통해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모든 영광을 아버지 하느님께 돌려 드리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마침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면서, 우리에게 생명을 나눠주시기까지,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완수하셨습니다.

 

이런 예수님을 바라보시면서, 성부 하느님께서는 아들 예수님에게 다시 생명을 주셔서, 부활시켜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셔서 제자들에게, 죽음으로 그치지 않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믿음을 되새겨 주시고, 세상 끝까지 가서 새생명으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라는 사명을 내려주셨습니다. 그러시고는 세상 끝까지 나아가 복음을 선포하는 사도들에게, 성령을 보내주시기로 약속하시며, 하늘에 올라 우리 구원의 주님이 되셨습니다.

 

주 예수님께서는 세상 끝으로 파견된 제자들이, 주님께 기도할 때마다, 주님께 매달릴 때마다, 시공을 초월하여 응답하시기 위해, 부활하신 주님의 영이신 성령을 보내주셨습니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주 하느님께 기도하고 애원할 때마다 들어주시고, 우리를 주 하느님께로 인도하십니다.

 

이렇게 주 하느님께서는 각기 다른 장소와 각기 다른 때에 맞춰, 각각 성부와 성자와 성령으로, 우리에게 사랑을 베풀어 주고 계십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서로 사랑하셔서, 서로에게 권한을 전부 내어주시고, 다시 서로에게 영광을 돌려 드리심으로써, 삼위의 하느님께서는 한 분 하느님이십니다. 삼위가 서로 사랑하고 일치하여 한분 하느님으로서, 우리에게 다가오심을 기억하고 기리는, 오늘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아, 우리를 향한 어머니의 가호와 안배를 기리며, 새로운 삶의 첫발을 내딛도록 합시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8-20)

 

이 시점에서, 한 번 우리의 신앙생활의 역사를 되돌아봅시다. 우리가 세례를 받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 그동안 주님을 모시고, 어떤 신앙생활을 해왔는지? 신앙생활을 선교복음실천이웃 사랑이라고 구분해 본다면,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왔는지?

 

선교 측면에서, 그만큼의 세월 동안 누구 누구를 주님께 모셔왔는지? 믿음과 기도의 세월에 걸맞게 내 활동의 열매도 점검해 봅시다. 나는 앞으로 다가올

 

69일과 1117일 새로운 예비신자 환영식에,

주 대전에 데려올 예비신자를 누구로 선정하고 있고,

어떻게 모셔올 계획을 세우고 있고,

어떤 식으로 다가가, 무슨 말과 행동을 몇 회, 몇 시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세우고,

한두 번의 시도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선교의 열매를 맺읍시다.

 

복음 실천 면에서,

내가 좌우명처럼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는 주님의 말씀은 무엇인지?

주님의 어느 말씀이 내 삶에 힘과 용기를 주고 나를 생생하게 살아가도록 이끌고 있는지?

어느 말씀이 가슴에 걸리고 아리며, 내 삶에 도전하고 있는지?

나를 초대하고 계신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주님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살아갑시다.

 

이웃 사랑 면에서,

나는 누구와 함께 내 삶을 공유하고 있는지?

누구와 함께 춥고 어려운 시기를 함께하려고 하고, 또 누구의 환난을 함께해주고 있는지?

누구의 전화를 피하고, 누구와 마주하기를 꺼리는가?

누구에게 전화하고, 누구를 위로해 주며, 누구를 걱정하고 있는지?

지금 이 순간 나의 안부와 위로와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이는 누구이며, 내가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

모색하고 실천합시다.

 

우리의 현실 각각의 순간에서, 우리를 부르시고 호소하고 계신 주님께 응답하며 살아갑시다. 주님의 말씀을 따라, 우리의 믿음을 더욱더 굳게 하며, 우리를 사랑하시는 어머니의 맞갖은 자녀가 되기로 합시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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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꽃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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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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