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사제 성화의 날) ’24/06/07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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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4-05-24 ㅣ No.5779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사제 성화의 날) ’24/06/07 금요일

 

서울에서 보좌 신부를 하다가 경기도 지역으로 처음 본당 신부를 나갔을 때였습니다. 식복사도 관리인도 없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 샤워하고, 성당 문을 열고 기도했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 본당 관할 구역 내에, 신자들의 가정을 주님 사랑 안에서 평안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일과를 다 마친 후에 밤에 끝기도를 바친 후, 성당 문을 잠근 후에야 잠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자들 가정들의 평화를 빌긴 하지만, 일일이 다 쫓아다닐 수도 없고, 쫓아다닌다고 해도 해결할 수도 없는 일이고, 참 힘에 벅찼습니다. 그때 정말 아무런 능력이 없는, 저 혼자의 힘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고 느꼈고, 주님의 도우심을 얻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기도하면서 주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주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하시기 위해, 우리 인간이 보고 들으며 느낄 수 있는, 똑같은 인간으로 세상에 나셔서, 인간의 구강조건을 통해 말씀하시고, 인간의 육과 정신과 심리조건을 통해 기적을 발휘하시며, 주 하느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깨우쳐 주시고, 심지어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면서, 대신 죽기까지 희생하신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신, 예수님의 거룩하신 마음을 바라봅니다.

 

우리 모두는 아무런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우리 중에 어느 누구도 지금 이 생을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자랑하거나 마땅히 살만하다고 주장할 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그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세상에 나가, 여러 사람과 함께 살라고 하셔서 살아갈 뿐입니다. 본당 신부, 수녀, 사목협의회원, 구역반장, 단체장, 봉사자, 아버지, 어머니, 자녀 중 어느 누구도 자신 있고 자격 있는 이들이 아닙니다. 우리 중에 훌륭한 사람도, 온전히 존경받을 만한 인격을 가진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저 주 하느님께서 교회를 통해 우리를 부르시고 우리를 임명하셨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살아있고 활동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주님께서 현세에서 활동하시기 위해 누군가를 필요로 하시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보잘것없는 우리를 통해서도, 주님께서 나타내 보이시고, 몸소 활동하시기를 기꺼이 봉헌하며, 주 하느님께서 우리를 세상을 구하시는 도구로 써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아멘.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마태 11,29)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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