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달봉 신부의 짧은 오늘의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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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달현 [dalbong6] 쪽지 캡슐

2003-03-11 ㅣ No.1965

어제 처음으로 ’러브레터’라는 엠비시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곧 사제품을 받게 될 부제님이 나오시더라구요. 그리고 그 부제님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예쁜 처자도 나오고요. 또 그 예쁜 처자를 좋아하는 남자도 나오고요. 제가 보니 뻔한 삼각관계인 데 신부될 사람이 나오니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더라구요. 그 부제님께 그 이쁜 처자가 얼마나 유혹이 되겠습니까(저라면 아마 그렇게 이쁜 처자가 좋아한다면 당장 ......)? 결과가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저는 그 부제님이 이쁜 처자의 유혹을 이기고 신부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그렇게 많은 유혹을 이겨냈듯이 말입니다(?). 유혹이 많은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 난곡동 모든 신자분들은 유혹에 당당이 맞서 싸워 이기시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마태오6,7-15절까지의 말씀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기도하는 법에 대해서 가르쳐주십니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방인들처럼 빈말을 많이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만 하느님께서 들어 주시는 줄 안다. 그러니 그들을 본받지 마라." 그러시면서 너무나도 유명한 기도인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주십니다.

 

많은 분들이 제게 기도에 대해서 묻습니다. 기도를 어떻게 하면 됩니까? 기도하는 중간에도 늘 다른 생각으로 분심이 가득한 데 괜찮습니까? 기도는 어느 때 하는 것이 좋습니까? 등등 궁금한 것이 많으십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도에 대한 궁금증도 기도를 하시는 분들이 가지신다는 것입니다. 기도하지 않는 분들은 기도를 하지 않기에 기도에 대해서도 궁금한 것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교우 여러분, 기도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해도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신앙인이란 기도하는 사람의 다른 이름일 뿐입니다. 그리고 기도는 다른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나누는 내밀한 대화입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은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은 어떤 기도를 바쳐야 하는 것에 대한 가르침을 전해줍니다. 예수님은 기도드리는 자세에 대해서 먼저 말씀하신 후에 우리가 바쳐야 할 기도를 모범적으로 제시해주십니다. 기도의 자세에 대한 예수님의 입장은 한마디로 기도란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이루어지는 매우 내밀한 만남과 대화라는 것입니다. 남에게 보이려고 사람들의 눈길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바치는 기도나 기도하는 사람의 일방적인 독백으로 장황한 기도는 남에게 나는 열심한 사람이라는 것을 자랑하고 과시하는 태도이고 하느님으로 하여금 자신이 청원하는 바를 반드시 들어주어야 한다고 떼를 쓰는 억지라는 점을 일깨워주십니다.

 

사실 기도는 인간의 행위 중에서 가장 고상한 행위입니다. 인간이 자신의 허약함과 불안전함을 깊이 인식하고 자신의 힘과 능력에 대한 한계를 절절히 느끼면서 마음과 생각의 틀을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존재를 향해 깨어 나갈 때 취하는 행위입니다. 일반적으로 기도를 할 때 무릎을 꿇거나 합장하는 것은 인간의 한없는 미약함과 하느님의 끝없는 위대함의 대비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동작입니다. 그러기에 참다운 기도는 남에게 과시할 수도 없고 말을 많이 할 수도 없기 마련입니다. 자신의 나약함과 어리석음을 깨닫고 스스로 자비가 필요한 존재임을 아는 사람이 어떻게 기도를 자랑의 수단으로, 큰소리치는 방편으로 삼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제대로 기도한다면 결코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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