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그대에게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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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국 [skpaul] 쪽지 캡슐

2008-06-11 ㅣ No.9144

오늘은 그대에게 가는 날입니다.
내 오늘은 그대에게 가서
내 가슴에 맺혀 있는 아픔과 슬픔,서러움과 외로움을
하나도 남김없이 털어놓을 것입니다.
그대 오늘은 마음을 비우고 종일 나를 기다려 주십시오.

오늘은 그대에게 가는 날입니다.
내 오늘은 그대에게 가서
내 마음에 쌓여 있는 미움과 욕심과 질투와 교만의
못된 모습들을 다 고해 바칠 것입니다.
그대 오늘은 문을 활짝 열어두고
내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달려나와 나를 꼬옥 껴안아 주십시오.

오늘은 그대에게 가는 날입니다.
내 오늘은 그대에게 가서
내 삶을 둘러싸고 있는 겹겹의 갈등과
무거운 일들을 모두 일러 바칠것입니다.
그대 오늘은 멀리 가지 마시고
집에서 겨울 준비를 하고 계십시오.
그리고 내가 가면 나를 따뜻한 곳에 앉게 해 주십시오.

오늘은 그대에게 가는 날입니다.
내 오늘은 그대에게 가서
내 착한 마음과 남몰래 베푼 선행과
눈물의 기도를 모두 말해 버릴 것입니다.
그러나 그대는 오늘 아무 말도 하지 마시고
내 등 뒤에 서서
지친 내 두 어깨를 다독거려만 주십시오.


오늘은 그대에게 가는 날입니다.
내 오늘은 그대에게 가서 모든것 털어내고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내 사랑의 소식을 전할 것입니다.
그때 그대는"가슴이 설렌다"는 한 마디만 해주십시오
차마 "사랑한다"는 말은 기대하지 않겠습니다.

오늘은 그대에게 가는 날입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날씨는 맑고 바람 한 점 없습니다.
다리는 튼튼하고 몸은 가볍습니다.
이미 문은 열렸고 나서기만 하면 됩니다.


아! 그러나 오늘도 떠나지 못하겠습니다.
내 마음의 아픔들을 전하고 돌아올 때
그 아픔들이 그대 가슴에 남을 일이 걱정되어
오늘도 그대에게 가지 못하고 문을 닫습니다
.

-마음이 쉬는 의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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