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5동성당 게시판

두 환자.(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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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빈 [zjus728] 쪽지 캡슐

2000-10-19 ㅣ No.1239

  두 사람이 같은 병실에 입원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매일 오후에 한시간씩 폐에서 물을 뽑아 낼때만 겨우 앉아있을 수 있는 중환자였다. 그의 침대는 방의 유일한 창문쪽에 위치해 있었다. 다른 한사람 역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어야만 하는 중환자였다. 그들은 몇 시간씩 아내와 가족들 이야기, 사소한 집안애기, 자신의 직업과 심지어 옛날의 군대시절얘기까지 나누면서 서로의 무료함을 달랬다.

  창가에 앉아 있는 사람은 오후가 되어 일어나 앉게 될 때마다 같은 방 동료에게 창너머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얘기해 주었다. 늘 누워 있어야만 하는 다른 환자는 하루 중에 적어도 한시간만은 바같 세상의 풍경과 움직임을 알 수 있게 되어 잠시나마 생활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창가에 있는 환자는 창문 밖으로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있는 공원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호수에는 오리와 백조가 한가로이 노닐고 있고 아이들은 모형 보트로 뱃놀이를 하고 있어요. 젊은 연인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무지개 빛깔과 같은 색색의 꽃들 사이를 거닐고 있군요. 아름드리 큰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

  창가에 있는 환자는  창밖의 모든 정경을 너무나 세밀하고 아름답게 설명해 주었기 때문에 반대편에 누워있는 환자는 눈을 지긋이 감고 그 아름다운 장면들을 하나하나 상상하며 즐겼다.

  어느 따뜻한 오후였다. 창가에 있는 환자는 지나가는 어떤 밴드행렬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다른쪽 환자는 행렬의 음악밴드 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창가에 있는 환자의 설명만 듣고서도 자신의 마음 속에 그 장면을 생생하게 그릴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마음속에 사악한 마음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것도 볼수 없는데 저 사람만 혼자서 모든것을 보면서 즐기다니"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러나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가자 바깥 세상이 너무나 보고 싶은 나머지 부러움은 원망으로 바뀌며 창가로 가고 싶은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온통 그 생각만으로 가득 찼다. 어느 깊은 밤 창가에 있는 환자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폐에 들어찬 물 때문에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그는 간호사를 부르려고 손을 더듬거리며 버튼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쪽의 환자는 희미한불빛 속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가 자신의 버튼을 눌러주면 간호사가 달려올텐데도 그러지 않았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그의 기침소리와 헐떡거림이 멈췄다. 다음날 아침 간호사가 욕조에 물을 채우려고 병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창가에 있던 환자가 숨을 거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슬픔을 갑추지 못한채 남자직원을 불러 시신을 밖으로 옮겼다, 남은 환자는 자기 혼자 방을 차지할 수 있게 되자 간호사에게 창가로 자리를 옮길 수 있는지 물었다. 간호사가 쾌히 승낙하여 그는 창가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간호사가 밖으로 나가자 그는 무엇보다도 먼저 바깥세상을 보기위해 어렵사리 한쪽 팔꿈치를 괴어 몸을 조금 일으켰다. 그러나 창밖은 긴벽이 가로막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간호사에게 어찌된 일인지 물었다. 간호사는 죽은 환자는 벽조차 볼수 없는 시각장애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덧붙었다. "아마 그분은 당신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려고 그랬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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