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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도와 하느님의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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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클라 [oblata23] 쪽지 캡슐

2000-05-03 ㅣ No.778

우리의 기도와 하느님의 응답

 

오래전 읽은 한 시의 내용이 생각난다.

자세한 구절들은 떠오르지 않지만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치유의 기적을 바라는 장애인들이 루르드로 대 행진을 하는 날이 있다.

그 행렬을 보고있던 한 여인이 목발을 짚고 있는 자신의 아들을 보면서 그 대열에 들어

루르드의 성모님께 치유를 빌어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아들이 그러겠다고 대답하자 그 여인은 아들을 데리고 그 행렬에 함께 하면서 정말

간절히 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날 밤에 아이를 자신의 무릎에 누이고 기도를 드렸다.

"성모님! 이 아이가 더 이상 고통을 당하지 않게 빌어주세요?"

"이 아이가 더 이상 슬프지 않게 빌어 주세요"

그 여인은  그렇게 기도를 하다가 스스르 잠이 들었다.

그리고 성모님의 미소를 보면서 자신의 기도를 성모님께서 들으셨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날이 밝고 유리창에 햇살이 비치기 시작할 무렵 여인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면서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아들은 이미 하늘나라에 가고 빈 육신만 남았다는 내용이다.

 

이런 시를 읽으면서 결코 즐거운 이야기가 아님에도 웃음이 났다.

허탈함에서 오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당혹스러움에서 오는 것이었을까?

어쨌든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이를 통해 우리의 간절한 바램과 하느님의 응답의 차이를 어렴풋이 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 아이는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대로 더 이상 슬프지도, 고통스럽지도 않는 곳으로

성모님의 품을 통해 들어올려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어머니가 그리 기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과연 우리는 우리의 바램이 무엇인지 알고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인가?

과연 우리는 "당신의 뜻대로...." 라고 자신 있는 응답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내가 그분의 부르심에 어떤 형태로든 응답을 했다면 나는 그 의미를 알고 있는 것인가?

혹시 우리는 그 분을 우리의 한계 상황에 가두어 두고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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