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달봉신부의 주일 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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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달현 [dalbong6] 쪽지 캡슐

2003-08-03 ㅣ No.2228

물론 지난 주 주일 강론입니다. 이 강론을 올리는 이유는 지난 주 강론이 청소년 여름 캠프를 위한 특별강론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강론을 듣지 못 한 많은 교우분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의해서 올립니다.

 

주일학교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청하며.

교우 여러분, 한 주일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길것만 같았던 장마가 끝나고 더운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여름하면 더워야 제 맛이듯이 이 여름 더위에 지치지 마시고 잘 이겨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과 함께 제가 맡고 있는 주일학교 교육과 행사에 대하여 한 번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본당에 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처음 보좌로 발령을 받아서 의욕도 넘치고 처음 해 보는 여름 행사라 잘 해보리라는 생각으로 밤낮으로 열심히 여름 행사를 준비할 때 였습니다. 어느 학부모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전화의 내용은 왜 굳이 성당에서 여름 행사를 가는데 학교에 공문을 보내서 아이들이 보충수업을 빠지고 학원을 빠지고 캠프에 참석하라는 식으로 보내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학부모님은 아이의 성화에 못 견디셨던 것이죠. 아이는 성당 캠프를 가고자 하나 어머님이 보시기에는 성적도 많이 떨어진 것이 안 갔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겠죠. 그러다 보니 성당에서 왜 그런 행사를 하려고 하는 지 짜증이 나셨던 것입니다.

 

사실 그런 전화를 받으면 화가 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온 몸에서 힘이 빠져 버려 무기력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내가 이런 전화까지 받으면서 무엇하러 이렇게 밤낮으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나하는 생각에 지치기도 합니다. 또한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캠프 인원과 주일학교 인원을 보면 참으로 암담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세속적인 잣대로 바라본다면 결코 수지가 맞는 일은 아닙니다. 본당에서 보좌신부가 다른 일에 더 힘을 쏟을 수도 있는 데 굳이 주일학교를 고집하는 것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성에 관계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주실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선물은 신앙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재산이 많으셔서 유산을 많이 남겨주실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더 귀중한 유산은 바로 신앙의 유산입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 모두는 예수님께서는 수난하시기 전 날 저녁에 최후의 만찬 석상에서 제자들의 발을 씼어주신 세족례의 복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세족례를 통해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제자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 지를 몸으로 직접 체험하도록 해 주셨습니다. 제자들은 자신들의 더러운 발을 닦아주고 계시는 그 분의 몸짓을 통해 예수님이 자신들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를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체험이 제자들이 박해를 견디어 나갈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며 고통과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자신들을 지탱해준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저는 아이들이 주일학교라는 교육을 통하여 자신들이 하느님께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 주고 싶습니다.

 

자녀들이 언제나 여러분들 곁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언젠가는 여러분들의 곁을 떠나 홀로 서야 할 것입니다. 그 때 홀로 선 자녀들이 모진 세상에 지치고 어려움에 닥칠 때 무슨 힘으로 그것들과 맞설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다름아님 신앙의 힘입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고 계시다는 하느님께 대한 철저한 사랑의 체험입니다. 그것이 있을 때 우리는 그 어떤 어려움도 다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 저에게 있어서 성당을 간다는 것은 곧 생존권에 관계된 문제였습니다. 저희 부모님들은 “공부해라”하는 소리는 하지 않으셔도 “성당 가야한다”는 소리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셨습니다. 그래서 주일날 미사를 보지 않고 집에 오면 밥을 굶기셨습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배고파 굶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사에 참석해야함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부모님들이 별 다른 교육을 하지 않으셨어도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철저하게 성당에 가게 하셨던 신앙 교육이 지금의 내가 있도록 한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제 삶을 뒤돌아 보면 그렇게 훌륭하게 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비뚤어지지 않고 바른 길을 걸어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데 그 밑바탕에 어렸을 때부터 다녔던 성당 생활이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초등부 중고등부 주일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공부해라 하는 소리보다는 성당 갔다왔니 하는 소리를 더 자주 듣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인생을 잘 사는 길임을 우리 자녀들이 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일학교 교육을 통하여 저와 우리 교사들이 가르쳐주는 것은 오직 한 가지 뿐입니다. 바로 우리 친구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친구들이 그 사실만 깨달을 수 있다면 그 어떤 고난과 어려움도 능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그 사랑이 또한 우리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만큼이나 자녀 교육에 열성을 보이는 유태인들의 자녀들은 학교에 갈 때 이렇게 인사한다고 합니다. “어머니, 학교다녀오겠습니다. 하면서 학교가서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오겠습니다.”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인사합니까? “어머니, 학교다녀오겠습니다하고 열이면 열, 공부 열심히 하고 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인생의 경륜입니다. 그 경륜중에 최고는 뭐니뭐니해도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데 있습니다. 우리 자녀들이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공부, 공부가 아니라 사랑, 사랑하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먼저 부모님들이 자녀의 신앙 교육이 다른 어떤 교육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부모들이 자기 가정에 주님을 모시고 자녀들과 함께 부부가 가정을 작은 교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가정이 작은 교회가 된다는 것은 가정 안에 전례(기도 생활), 친교(가족끼리의 사랑, 헌신과 나눔), 봉사(가족 각자의 역할과 자녀에 대한 배려와 부모님께 대한 효도), 교육(부모가 자녀에게 원칙을 보여 주고 교회의 진리를 몸소 실천하면서 사는 것)이라는 교회의 요소들이 실천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음으로 자녀들이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과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사랑받고 자라는 학생들이 다른 사람을 더 잘 사랑하고 보다 풍요롭고 윤택하게 세상을 살아간다고 합니다. 자라나는 우리 자녀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도록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냥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만하셔서는 안 됩니다. 직접 말로 사랑한다고, 직접 행동으로 사랑한다고 보여주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끝으로 성당 주일학교에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주일학교 교육은 부모님들의 협력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우리 주일학교와 자모회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또한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중고등부, 초등부 여름 캠프가 아무 사고 없이 주님의 은총과 축복 속에사 잘 끝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기를 거듭 당부드리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요 희망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말로만이 아닌 정말로 미래요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기도와 배려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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