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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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이 [pear] 쪽지 캡슐

2000-01-12 ㅣ No.2115

대부분의 사람의 일생은  언제나 누군가와의  만남으로  이루어집니다.

 

저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고 참으로 즐기는 사람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살다보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통하여 서로의 맘이 상하게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하지요.

 

성당에 다니면서 느낀 것중의 하나가 우리 카톨릭 사람들은 상처라는 표현을 너무 남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빈번히 듣게 되는 낱말이었다는 겁니다.

 

상처....

 

이 말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지요.

 

한가지는 날카로운 사물에 신체의 일부가 손상되어지는 것을 일컫는 것이기도 하구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알게 모르게 저질러 지는 말이나 행동에 의한 심리적인 손상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후자쪽의 만남을 통하여 받게 되는 상처란 것이 대부분 아주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받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들의 지나친 말과 행동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각별하게 친근한 사람으로부터 듣게 되는 말의 섭섭함은 때론 사람들의 맘을 아주 많이 상하게 하지요.

 

그럴 땐 너무 속이 상해져서 화를 내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복수(?)를 다짐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이래도 저래도 그 섭섭한 마음이  풀리지 않을 때엔 그 상처를 마음 속 깊이 간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떨쳐지지 않는 미움을 되새기고 되새기며 괴로워합니다.

 

그런데요....

 

언젠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을 미워하며 괴로워하면 할 수록 맘은 더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지고,

결국에 그 상처는 곪아져서 나만 병들게 되는 게 아닐까하구요....

 

어느 날 힘겹게 병들어진 맘을 추스리려다가 아버지를 떠나온 탕자였슴을 깨닫게 되고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서 편히 쉬고 싶다는 각오를 새롭게 한 것이 하느님과의 만남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선 너그럽지 못했던 저의 맘을 용서해주시고 쓰다듬어주시고, 잔치를 벌여주셨지요.

 

하느님께선 저희들이 잘못하고 범죄하는 일이 참으로 마음 아프시겠지만 그 상처를

용서로써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니까요.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교에선 용서를 중요한 의무중의 하나로 꼽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용서란 말은 저에게 너무 합당하지 않은 것 같구....

 

상처란 표현도 별로 즐겨쓰고 싶지 않은 단어이지요.

 

그저 맘이 아주 괴로울 땐 그 생각을 떨쳐내고 기분 좋은 생각만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여름날...깊이 패인 상처를 꽁꽁 동여매둔 채로 자꾸 자꾸 건들이면, 그 상처는 곪아 썪어 들어가지요.

 

저는 체질적으로 참으로 건강한 육신을 은총으로 선물받아서 상처가 곪거나 하는 일이 별로 없답니다.

 

제 마음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즐겁고 기분 좋은 생각으로  덧나지 않게 신선한 바람도 쏘여주고,

기도의 약도 바르면서 자연스럽게 치유되길 믿으면서 씩씩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리구 가장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이나 부모님, 남편과 형제들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내었던 저의 말과 행동을 깊이 반성하구 용서를 빌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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