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으로 성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부활을 향해 움직이는 전례 분위기도 무르익어갑니다. 성가연습, 화해예절, 성삼일 전례준비, 부활 맞이 대 청소, 계란 바구니 만들기.... 분주한 움직임들 속에서 사랑으로 고통의 걸음을 걸으시는 주님께 마음과 시선을 고정시키며 하나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예수께서 사랑하신’사도요한은 십자가 아래 있었다. 그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쳐다보고는 동정과 사랑의 눈물을 흘렸다. 그 사랑이 너무나 컸던 까닭에 그는 주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곳의 못을 뽑고 주님을 조심스레 땅에 뉘였다. 요한은 주님의 입술이 바싹 마른 걸 보고 물을 한 컵 가져오려고 잠시 자리를 떴다. 하지만, 그가 돌아왔을 때 주님은 또다시 십자가에 못 박혀 계셨다. 그는 다시 못을 뽑고 주님을 땅바닥으로 끌어 내렸다. 그러고 요한은 주님을 덮어 드릴 담요를 가져오려고 잠시 자리를 떴다. 하지만 그가 돌아왔을 때 주님은 또다시 십자가에 달려 계셨다. 그분을 쳐다보며 요한이 물었다. “주님, 어찌해서 제가 돌아올 때마다 십자가에 못 박혀 계십니까?” 주님께서 대답하셨다. “아들아, 비워 둘 수 없는 게 십자가의 법칙이다. 이것이 내가 계속 여기 십자가에 달려 있는 이유다.” 둘은 말없이 서로 바라보며 가슴으로 말했다. 요한은 드디어 주님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주님을 십자가에서 끌어내리고, 주님 대신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았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만큼 그분의 고통을 공감하게 되고, 주님의 십자가를 함께 질 수 있는 용기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합니다. 우리를 위해 자진해서 수난의 길을 가시고, 십자가를 지신 주님 곁에 더욱 가까이 머물며 십자가의 신비를 깊이 만나는 거룩한 주간이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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