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27주간 금요일 ‘21/10/08

인쇄

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10-01 ㅣ No.4801

연중 제27주간 금요일 ‘21/10/08

 

가끔 기도할 때는 미움에 가득 찬 사람이라도 용서하고 넘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기도를 마치고 실제로 그 상황을 다시 접하게 되고 그 사람을 다시 보게 되면, 기도할 때 용서했던 모든 것이 다 수포가 되고 내 마음이 다시 미움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들끓어 오르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셨는데 그것을 바라보던 어떤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마귀 우두머리인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고 험담을 주고받습니다. 이 생각을 읽으신 예수님께서는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일축하시며, 그 논리적 허구성을 설파하시며, 오히려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 나라가 시작되었다고 선언하십니다. “어느 나라든지 서로 갈라서면 망하고 집들도 무너진다. 사탄도 서로 갈라서면 그의 나라가 어떻게 버티어 내겠느냐? 그런데도 너희는 내가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고 말한다. 내가 만일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면, 너희의 아들들은 누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는 말이냐? 그러니 바로 그들이 너희의 재판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루카 11,17-20)

 

예수님께서는 예수님을 엉뚱한 말로 비난하고 동조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이는 결과적으로 예수님과 멀어질 뿐만 아니라 예수님을 믿지 않고 예수님의 거룩한 사명을 훼방 놓고 망치는 이라고 경고하십니다.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 버리는 자다.”(23)

 

아울러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알면서도 따르지 않고 더군다나 선하게 살려고 하다가도 비뚤어지고 잘못된 길로 접어드는 이들을 향하여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십니다. “더러운 영이 사람에게서 나가면, 쉴 데를 찾아 물 없는 곳을 돌아다니지만 찾지 못한다. 그때에 그는 내가 나온 집으로 돌아가야지.’ 하고 말한다. 그러고는 가서 그 집이 말끔히 치워지고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면 다시 나와, 자기보다 더 악한 영 일곱을 데리고 그 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그리하여 그 사람의 끝이 처음보다 더 나빠진다.”(24-26)

 

우리는 가끔 예비신자 한 분을 모셔오는 것보다, 잘 나오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쉬는 교우 한 명을 회두시키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합니다. 쉬고 있는 상황은 여러 가지 연유가 있겠지만, 차라리 모르던 상황보다, 알면서도 그 앎을 실현하지 못하는 연유로 빚어진 쉼이 더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정말 이런 경우에는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아는 것이 병이 되고 장애가 되는 경우입니다. 어떨 때는 거룩한 교회의 진리를 간직하고만 있지 실제로 실천하지 못하거나 거꾸로 살고 있음을 타인과 자신 안에서 발견하고 원망하지만, 결국 이상과 현실, 목표와 과정이라는 유혹의 함정에서 벗어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교만에까지 빠져서 쉬는 모습을 안타까운 모습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있으며, 미루지 말고 그때 그 순간 자신에게 닥친 상황에서 주님의 뜻을 찾고 복음이 일러주는 길을 실현하며 묵묵히 걸어, 굳건하고 충실한 신앙생활을 해 나가도록 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89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