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회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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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08-06-14 ㅣ No.9157

홍사장과의 점심식사를 위해 서둘러 왔슴에도 봉천동 KT관악지점옆
갯바위에 도착한것은 약속시간이 10분이상 지난뒤였다.
3개월만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으로 변한 그의외모에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
얼굴에는 수염이 덥수룩하였고 검으면서도 단정히 빚어내렸던 머리는 백발이
어지럽게 흐트러져있는데다 입생로랑과 구찌등 명품옷 대신 입은 개량한복에
아연실색했다.
"갑자기 도를 닦으시렵니까?"
"절에 들어가려구"
"농담두"
생태전문점 갯바위는 바닷가에서 잣잡아온 생태를 동생이 공수하면 그것을 형이
요리하여 내어놓는데 생태가 너무 싱싱하고 국물맛이 엄청 시원해 고객과의
식사장소로 자주애용하는 곳이다.
"둘째딸 서영이는 잘 살어요?"
"예!"
"그것봐요!!걱정안하셔두 된다 그랬죠?"
1년전 서영이는 갑자기 결혼시켜달라고 떼를 썼고 홍사장은 실업자이면서
한량인 사윗감이 맘에 안들어 1달동안 딸을 머리깎아 집에 가두자 그녀는
집을 탈출하여 아예 시집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겨우  달래서 결혼시켰었다.
결혼식장에서도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던 그의 모습과 그날저녁 못마시던 술까지
마시며 일그러졌던 그의 얼굴이 또렷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웃음마저 흘러나왔다.
"그렇게 맘에 안들던 사위와 서영이가 잘살으니 이젠 추억이 되셨네요!!ㅋㅋ"

가스렌지위에 올려놨던 찌게국물이 보골보골 끓어오르고 하얀생태의 속살이
미나리, 고추가루와 어우러져 맛깔스럽게 익어가자 국자로 하나가득 퍼담아
그의 앞에 내어놓았다.
"오늘 먼일로 식사하자하셨는지?"
"요즘 뜨는 상품이 있어서요!!!"
"그래요! 식사한후 바로 가입하시다!! "
"예에??!!"
상품하나 가입시키려면 이것저것 꼬치꼬치 묻고 설명이 시원챦으면 가차없이 거절하시는 분인데 설명하기도전에 가입하자하니 어찌 놀라지 않을수 있겠는가??? 
롯데백화점옆 삼성증권 보라매지점에서 업무를 마치고 홍사장의 차에 올라타니 오
디오에서 김영임여사의 회심곡이 흘러나왔다.
그간 그의 차를 몇번 탑승해봤지만 나훈아의 고향역,장윤정의 어머나등 도르트 음악만
자주들었지 회심곡이 흘러나온적은 한번도 없었던것 같다.
먼가 그의 신상에 중대한 변화가 있다는 느낌에 순간 진지해졌고 차분한 어조로 넌지시 물어봤다.
"아무래도 무슨일이 있는것 같습니다 ?"
그는 말보로 담배를 꺼내 입에물고 담배연기에 한숨을 실어 길게 내뱉은 다음
한참동안 말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서영이가 이혼해서 집에 있어요!! 애한명 낳고...."
"저런!!"
"자식이 그리되니까 돈이고 머고.... 어디 절이나 들어가고 싶은 생각뿐이요!!
맨주먹으로 상경해 남대문시장에서 악세사리 장사로 기반을 잡은뒤 건축업에 손을대
막대한 부를 축적한 그가 돈마저 소용없다고 생각할정도이니...
그가 받았을 충격과 심적고통이 얼마나 컸던가를 어렵사리 짐작할수 있었다.
"그간 생각해봤는데..삼성증권의 잔고를 류팀장님이 알아서 관리해줬으면 하는데...연락할일 있으면 핸드폰으로... "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지만 내색할수없었고 가급적 심각한 표정을 진채 그를 얘기를 경청하려 
무진장 애를 썼다.
꾕과리 장단에 맞춰 회심곡의 내용이 차안을 뒤덮고 홍사장과 나는 무거운 침묵속에서
한참동안 앞만 바라보았다.

"이세상에 사람밖에 또있나요!!

 이세상에 태어나신 사람 사람마다 

홀로 절로 낳노라고 걸들대며 우쭐대도...."


더욱더 크게들리는 회심곡의 부모편을 팔장을 낀채 곱씹으며 난감한 표정을 뒤로한채
용기를 내어 한마디 위로의 말을 건내고 차에서 내렸다.
"이럴때는 하시던 건축일에 전념하시는것이 제일 좋을 것같아요!!!그래야 의욕도 생기고..
절에 들어가긴 왜들어가요!!!"
홍사장의 검은색 벤츠가 신림역을 향하여 빠르게 달려갔고 그의차가 보라매 4거리에서
우회전할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절에 언제 들어가시려나??기왕에 가실거면.. !!"


홍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것은 한달하고도 달포가 훨씬 지난후였다.
"류팀장 얘기듣고 다시 건축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것 잘됐네요!암요 일을 하셔야지..절에 왜 들어갑니까?"
"미안한 말씀인데...공사하려 땅을 계약해서...."
"허걱!!! 얼..얼..얼마나 출금하시는데요?!!"
순간 입에 침이 마르면서 목젖이 심하게 떨리고 등줄기가 뜨거워짐을 느낄수 있었다.
"수십억 전액을 출금하려고..."
"저기요!!홍사장님!!거시기..거시기"
속으로 다시 절에 들어가시라 말하고 싶지만 그 말을 도저히 할수없고 조금이라도
남겨달라 사정하고 싶지만 입에서만 맴돌았다.
그날 저녁 거액고객의 전액 출금으로 지점장님께 엄청 혼이 났을 뿐만 아니라
재유치 방안을 보고하느라 진땀을 뺐다.
맘보를 곱게 써야 복을 받는다는 것을 실감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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