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달봉 신부의 짧은 오늘의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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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달현 [dalbong6] 쪽지 캡슐

2003-11-07 ㅣ No.2417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비라 그런지 조금은 반갑네요. 주말까지 계속 온다고 하니 이번 주일에도 비를 볼 것 같습니다. 이 비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추위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우리 모든 교우 분들, 감기 조심하세요(이 말하기가 얼마나 조심스럽고 쑥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감기에 걸렸기 때문이지요). 더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이제 옆 사람의 체온이 필요한 계절이 왔습니다. 더욱 더 옆 사람의 체온을 느끼면서 살아가도록 하세요. 주말 잘 보내세요.

 

오늘 복음 말씀은 루가 복음 16,1-8절까지의 말씀으로 우리에게 약은 청지기의 비유로 알려져 있는 복음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청지기 한 사람을 두었는데 자기 재산을 그 청지기가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청지기를 불러다가 말했다. ’자네 소문을 들었는데 그게 무슨 짓인가? 이제는 자네를 내 청지기로 둘 수 없으니 자네가 맡은 일을 다 청산하게.’

 

청지기는 속으로 생각했다. ’주인이 내 청지기 직분을 빼앗으려 하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땅을 파자니 힘이 없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구나. 옳지, 좋은 수가 있다. 내가 청지기 자리에서 물러날 때 나를 자기 집에 맞아 줄 사람들을 미리 만들어 놓아야겠다.’ 그래서 그는 자기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다가 첫째 사람에게 ’당신이 우리 주인에게 진 빚이 얼마요?’ 하고 물었다. ’기름 백 말이오.’ 하고 대답하자 청지기는 ’당신의 문서가 여기 있으니 어서 앉아서 오십 말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일러 주었다. 또 다른 사람에게 ’당신이 진 빚은 얼마요?’ 하고 물었다. 그 사람이 ’밀 백 섬이오.’ 하고 대답하자 청지기는 ’당신의 문서가 여기 있으니 팔십 섬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일러 주었다.

그 정직하지 못한 청지기가 일을 약삭빠르게 처리하였기 때문에 주인은 오히려 그를 칭찬하였다. 세속의 자녀들이 자기네들끼리 거래하는 데는 빛의 자녀들보다 더 약다."

 

오늘 복음에서 나오는 이야기 속에서 청지기는 교활한 사람이었다.  그는 노예이기는 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의 큰 재산을 관리하는 책임을 맡아 일했던 것이다.  팔레스티나에는 예수님 당시에만 해도 부자들은 자기 땅을 자신이 경작하지 않고 오늘 복음에 나오는 청지기와 같은 사람을 두어 관리하게 하는 일이 흔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복음의 청지기는 자기에게 맡겨진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면서 횡령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지주들에게 지불되는 빚이란 임대료를 흔히 말하는데 그것은 돈으로 내는 것이 이나라 물건으로 지불되었던 것이다.  그 물건이란 그들이 임대를 받아 경작하는 땅에서 나는 소출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청지기는 주인이 자기의 부정을 알아 차리고 이제 해고 당할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그야말로 기발한 생각을 한것이다.  그는 장부를 조작하여 빚진 자들이 실제로 빚진 액수보다 훨씬 적은 액수로 고쳐쓰게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두면, 두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째는 빚진자들이 그에게 고맙게 생각하게 될 것이고, 둘째는 그는 빚진다들을 자기의 부정과 함께 같은 공범자로 만들므로 자신에게 해고라는 최악의 불운이 닥치더라도 빚진자들에게서 자신이 또 받아낼 수 있는 자기 위치를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이러한 처사에 주인 자신이 충격을 받았지만, 그 악한 청지기의 교활한 처사에 감탄했다고 하는 사실은 주인 역시 정직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다.  여하간 주인이나, 청지기나, 빚진 사람이나 그들의 윤리적 판단 기준이 좋고 나쁘다하기 보다는 그들은 그들의 세속적인 삶을 위해서, 얼마나 교묘한 수단 방법을 짜내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오늘 비유 말씀을 통하여 하시고자 하고 싶으신 이야기는 약은 청지기를 본받아라가 아니라 세속에 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듯이 그런 정성으로 영신적인 삶, 영적인 생활에도 노력을 다하라는 말씀이다. 세상의 이익을 위해서 이들이 이처럼 갖은 재주, 갖은 꾀를 다 동원해서 자신의 위치를 지켜 간다면, 우리는 우리의 영신 생활을 위해서 무엇을 얼마나 노력하고 힘을 기울이고 있는가를 살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즉, 사람들이 현세적인 이익을 위해서 돈이나 부귀영화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만큼 하느님과 자신의 구원의 선을 위하여 노력한다면 우리는 우리 영신 생활, 신앙생활이 얼마나 크나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가를 일러 주시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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