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성 십자가 현양 축일 ’21/09/14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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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09-09 ㅣ No.4777

성 십자가 현양 축일 ’21/09/14 화요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의 죄를 속죄하시려고 지신 십자가를 묵상하고 경배하는 날입니다. 이 축일의 기원은 정확히 알 길이 없다. 전승에 따르면, 예수님의 십자가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 성녀의 노력으로 찾게 되었습니다. 황제는 이를 기념하고자 335년 무렵 예루살렘에 있는 예수님의 무덤 곁에 성전을 지어 봉헌하였습니다. 그 뒤로 십자가 경배는 널리 전파되었고, 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914일로 이 축일이 고정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니코데모에게 사람의 아들이 높이 들어 올려져야 한다고 이르십니다. 그 들어 올려지심은 사람들에게서 우러러 뵙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치 죄인으로 처형을 당하고 벌을 받아서 사람들에게 일벌백계의 끔찍하고 수치스러운 모습으로 비춰지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이 수치스럽고 끔찍한 처벌이 오히려 인간 구원의 상징이라고 하니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이, 곧 사람의 아들 말고는 하늘로 올라간 이가 없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요한 3,13-14) 이러한 처벌의 현장에서 구원의 신비를 발견할 수 있는 이는 구원받는다는 소식이 더 놀랍기만 합니다.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15) 예수님께서 죄를 지어 벌을 받아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대신 희생제물이 되셨다는 신비입니다. 그리고 그 신비는 아버지 하느님께서 자식을 보내시어 대신 죄를 무마해주시고 없애주셨다는 구원의 기쁜 소식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16)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세상에 아버지께서 지어 만드신 사람들의 죄악을 나무라거나 벌하지 않으시고 용서해 주시고 죄에서 해방시켜 주실뿐만 아니라 구원하러 오신다는 무한한 은총의 역사입니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17)

 

우리는 주님 앞에 서면 늘 죄인임을 자인하고 부끄러워합니다. 그런데 또 따지고 보면, 주님께서 우리에게 수치스러움을 안겨주거나 죄의식을 심어 주시기 위해, 우리 대신 십자가를 짊어지고 돌아가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주님은 우리가 본분을 잊고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오만하고 죄악에 휩쓸려 헤매는 것은 원치 않으시지만, 어쩌면 우리가 주님께서 대신 희생하고 살려주신 덕으로 우리가 주님 사랑의 힘으로 힘차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시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오늘 주님 대전의 십자가 아래에 묵묵히 서서 주님의 크나큰 사랑에 감사드리며, 주님 사랑의 힘으로 오늘을 힘차게 살아나갑시다. 여유가 되고 기회가 된다면 우리도 주님께서 우리에게 나눠주신 사랑을 이웃과 나누며 살아갑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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