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광장

일상에 지친 영혼들을 위한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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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숙 [dadia] 쪽지 캡슐

2005-12-18 ㅣ No.1089

일상에 지친 영혼들을 위한 처방전

 

 

법정 스님의 말씀, <산에는 꽃이 피네>를 읽고

 

     정명화(pregia) 기자   
자꾸만 욕심이 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난감하다.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어떤 장치가 필요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법정스님의 말씀을 읽기로 마음먹었다. 욕심이라고 하면 추상적이지만, 그 속에는 온갖 번잡이 스며 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법정 스님의 말씀, 이번에는 <산에는 꽃이 피네>를 선택했다.

류시화가 엮은 <산에는 꽃이 피네> 곳곳에는 구도자로서 청빈한 스님의 모습이 켜켜이 녹아 있었다. 책을 읽고 거짓말처럼 마음의 번잡이 사라졌다면 믿을 수 있을까. 문학의 향기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갈증 해소와는 또 다른 기쁨이다.

..청빈의 덕을 쌓으려면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아야 한다. 내가 가끔 인터뷰할 때 '스님의 소원은 뭡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 내 개인적인 소원은 보다 단순하고 보다 간소하게 사는 것이다. 나는 내가 사는 집의 부엌 벽에다 '보다 단순하고 보다 간소하게'라고 낙서를 해놓았다. 단순함과 간소함이 곧 본질적인 세계이다. 불필요한 것들은 다 덜어내고 꼭 있어야 할 것과 있어야 되는 것으로만 이루어진 어떤 결정체 같은 것, 그것이 단순과 간소이다..

행복의 비결을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피력하는 법정 스님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우리는 물질의 풍요 속에서 살고 있고, 더 많이 가지려 애쓰는 모습은 도처에 널려 있어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보인다. 홍수처럼 밀려드는 시대의 조류를 따라 비판 의식 없이 두루뭉술하게 살아가기가 쉽다. 그 틈에서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은 아웃사이더를 자초하는 일로 인식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조류를 따라 평범하게 사는 것보다 아웃사이더가 되는 편이 더 행복하다면 굳이 저울질을 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향기로운 차 한 잔에서, 길가에 피어난 꽃 한 송이를 통해서, 다정한 친구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전화 한 통화를 통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법정스님은 전한다. 과연 우리도 그런 사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을까? 그런 여유가 현대인들에게 있기는 할까? 의구심이 들지만 행복은 그런 사소한 것들에 분명 깃들어 있다. 다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을 뿐이다.

..진정으로 우리가 삶을 살 줄 안다면 순례자나 여행자처럼 살 수 있어야 한다. 순례자나 여행자는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그날그날 감사하면서, 나눠 가지면서 삶을 산다. 집이든 물건이든,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 순례자처럼 살아야 한다..

여행을 할 때 우리는 되도록 짐을 줄이려고 한다. 어깨에 내려앉는 짐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방의 무게는 그 사람 집착의 무게'라는 말도 있듯이 법정스님의 말씀은 단순한 사실에서 진리를 발견케 한다. '보다 단순하게 보다 간소하게'라는 말은 텅 비움으로써 충만해지는 진리를 터득케 한다.

마음의 평안을 얻고 싶다면 이보다 더 좋은 책이 없을 것 같다. 법정스님의 말씀을 늘 곁에 두고 번잡이 물밀 듯 밀려올 때마다 펼쳐 보면 좋을 것이다. <산에는 꽃이 피네> 뿐 아니라 <오두막 편지>나 <홀로 사는 즐거움> 등 스님의 많은 저서들은 일상에 지친 영혼들을 위한 멋진 처방전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05-09-21 12:18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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