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달봉 신부의 짧은 오늘의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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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달현 [dalbong6] 쪽지 캡슐

2003-03-27 ㅣ No.2012

목요병. 들어보셨습니까? 아마도 월요병은 들어보셨어도 목요병은 들어보지 못 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신부들은 결코 월요병에 걸릴 수가 없죠. 월요일이야 우리들에게 쉬는 날이니까요. 왜 제겐 목요병이 있느냐? 목요일이 다가오면 몸에서 힘이 빠지고 의욕이 살아집니다. 그리고 목요일이 지나면 다시 힘이 나고 삶에 활기가 생깁니다. 왜냐고요. 왜냐면 목요일날 12시 부터 4시까지 가톨릭 대학교 성심캠퍼스에 인간학 강의를 나갑니다. 제가 대학 강의라니요. 어쩌다가 맡게 되었지만 참으로 준비하는 것도 그렇고 나가서 강의하는 것도 그렇고 웬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벅찹니다. 적어도 대학 강의라면 수준이 있는 사람이 해야하는 것이라는 생각인 데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생물학이나 물리학이 아니라 인간학이라 다행입니다. 그래도 제가 많이 인간적이지 않습니까(아닌가)?

 

오늘 복음 말씀은 루가 11,14-23절까지의 말씀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예수님께서 벙어리 마귀 하나는 쫓아내셨는 데 이것을 보고 몇몇 사람이 "그는 마귀의 두목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알아채시고 "어느 나라든지 갈라져서 싸우면 쓰러지게 마련이고 한 집안도 갈라져서 싸우면 망하는 법이다. 너희는 내가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 낸다고 하는데 만일 사탄이 갈라져서 서로 싸우면 그 나라가 어떻게 유지되겠느냐?"하시며 "내 편에 서지 않는 사람은 나를 반대하는 사람이며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헤치는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참 인간의 마음은 요상합니다. 모든 것을 좋게 보기 보다는 빠딱하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선한 일을 선한 일 자체로 보지 못 하고 그 이면에는 다른 뜻이 있을 거야 하면서 다르게 보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그런 무리들이 나옵니다. 예수님의 치유 행위를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지 않고 그런 행위가 가능한 것은 예수님께서 마귀의 힘을 빌어서 저런 기적을 행하는 것이라고 판단해버립니다.

 

예수님이 병자를 치유하고 마귀를 쫓아내시는 것은 우리가 단정지어 버리는 것처럼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도 아니고, 마귀의 힘을 빌어서도 아니고,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그것은 병자들린 사람에 대한, 마귀들린 사람에 대한 연민의 정, 안타까움의 마음, 측은한 마음이 동하셔서 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몸도 돌보지 않으시고 자신에게 모여드는 병자들을 고쳐주시는 것입니다. 그런 측은지심이 있으셨기에 기적도, 치유도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측은지심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누군가가 나보다 높다 낮다를 가지고 판단하기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생각해주며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위해주는 마음을 가질 때 생길 것입니다. 측은지심을 가지고 바라볼 때 비로소 예수님의 행위가 온전하게 이해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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