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광장

정선 아리랑

인쇄

박노선 [delltapose] 쪽지 캡슐

2005-12-27 ㅣ No.1110


                                                 정선 상정바위산

                        앞산뒷산
                                             -박세현 '정선아리랑' 중에서

조랑조랑 흘러가는 강물 소리엔 귀를 막고요
앞산뒷산엔 빨랫줄을 매고 살지요
장정들은 밭에 나가 흙더미를 일구고
아낙들은 수수밭 고랑에 엎드려 땅의 소리를 듣는답니다
마음에 맺힌 건 호미 끝에 걸려 넘어지는 흙덩이마냥
그냥 푸석푸석 깨뜨리며 살아가지요
가을이면 감자 팔고 강냉이 팔고 날품도 팔아
농고에 다니는 막내의 학자금을 만들지요
우리는 그렇게 살지요 앞산뒷산에 빨랫줄을 매고요
눅눅한 팔자일랑 짧은 햇살에 널어 말리지요
저녁이면 밥상에 둘러앉은 식구들의 얼굴을 쳐다봅니다
심지를 돋우고 바라보아도 잘난 얼굴은 없지만
그 눈물 같은 식구들을 쳐다보노라면
묵감자를 씹듯 마음은 하냥 은은해지지요
앞산뒷산에 빨랫줄을 거는 동네에도 하루 한 번씩
자전거를 탄 우체부 아저씨 따릉따릉 지나가고 나면
감자밭 고랑에 엎어져 일없이 살아가는 우리네게도
눈에 삼삼 마음에 삼삼 밟혀오는 사람들이 있네요
하늘 한 평 땅 한 자락 없어
가난한 마음 잇대일 곳 아예 없어
맥없이 동네를 뜬 이웃사람들
벼름박에 붙은 농약 광고를 바라보다
농약병을 목구멍에 쏟아넣고 가버린 사람들
허망스레 마을 버린 사람들에게 말을 건넵니다
여직 우린 앞산뒷산에 빨랫줄을 매고
조랑조랑 흐르는 물소리에 젖으며 산다고
밤이면 꿈보다 밝은 마음에 기대어 잠들고 싶다고




"울고 왔다 울고 간다"는 정선
옛날, 이 고을로 처음 오는 군수들은 두메산골로 들어간다는 서러움과 높고 험한 고갯길을
넘어야 하는 고생으로 울면서 왔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이곳에 눌러앉아 살다 보면 산과
물이 두루 아름답고 인심이 좋아 임기를 마치고 다시 떠날 때에는 가기가 싫어 또 한 번
울면서 정선 땅을 떠났다는 말이 전해온다.

'정선아라리'라 불리는 아리랑
정선아리랑이  불리기 시작된 것은 조선 초기라 전한다.
당시 고려왕조를 섬기고 벼슬하던 선비들 중에 불사이군(不事二君)으로
충성을 다짐하며 송도에서 은신하다가 정선으로 은거지를 옮기어 산나물을
뜯어먹고 살면서 지난날에 모시던 임금님을 사모하고 충절을 맹세하며
입지시절의 회상과 가족과 고향의 그리움에 곁들여 고난을 겪어야 하는 심정을
한시로 읊은 것에 지방에 구전되던 토착 요에 음을 붙여 불렀던 것이 정선아리랑의 시원.



경술국치 후부터 일제 말엽까지는 나라 없는 민족의 서러움과 울분을 애절한 가락에 실어
스스로 달래 왔고 일제를 거치는 동안 사상이 담긴 노래는 탄압됨에 따라 남녀관계의
정한을 소재로 한 새로운 노래가 많이 불렸다고 한다.
어느 아리랑이고 한을 담고 있지 않은 아리랑이 없지만 정선아라리를 듣고 있으면 가슴 속
깊숙이 묻어있는 슬픔을 휘젓는 듯한 느낌이다.
대물림되는 가난에 몸부림치는 백성들의 한, 이루지 못한 연인들의 사랑, 서글픈 우리 역사
의 흔적이 속내를 드러낸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라는 노랫말에 외로움과 한숨과 피곤한 삶이 묻어 있다
지금까지 정선아리랑 가사는 1,500여 수가 채집되었다.




강물을 바라보며 떠난 님을
애절하게 기다리는 듯한 처녀상


북면 여량리의 한 처녀와 유천리의 한 총각이 서로 사랑을 속삭이던 어느 가을철
주위 사람들의 눈을 피하여 고요한 산 속에서 사랑도 속삭이고 동백도 따기 위하여
싸리 골에 갈 것을 약속하고 밤을 지나고 이른 아침 나루터에 와보니 간밤에 내린
폭우로 강물이 불어 나룻배를 건널 수 없게 되었음에 처녀 총각은 부득이 강 양편에서
서로 건너다 보며 불타는 연정을 읊었다는 사연을 기린 동상
아우라지에 얽힌 아리랑의 대표적인 가사가 다음과 같다.

-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싸이지. 사시장철 임그리워서 나는 못살겠네-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정선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 주오.
강원도 금강산 일만 이천봉 팔만구암자 유점사 법당 뒤에 칠성단 도두 모고 팔자에 없는
아들 딸 낳아달라고 석 달 열흘 노구 메 정성을 말고 타관객리 외로히 난 사람 괄시를 마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 주오.
정선읍내 물나들이 허풍선이 궁굴대는 사시장천 물거품을 안고 비비뱅글 도는데 우리 님은
어디를 가고서 나를 안고 돌줄 왜 몰라.

임자 당신 날 싫다고 울치고 담치고 배추김치 소금치고 열무김치 초 치고 칼로 물벤듯이
그냥 싹 돌아 서더니 이천 팔십리 다 못 가고서 왜 또 날 칮아왔나.

네 칠자나 내 팔자나 고대광실 높은 집에 화문 등요 보료 깔고 원앙금침 잣베개 훨훨 벗고
잠자기는 오초에도 영 글렀으니 오다 가다 석침단금에 노중상봉 할까

태산준령 험한 고개 칡 넝쿨 얽크러진 가시덤불 헤치고 시냇물 굽이 치는 골짜기 휘돌아서
불원천리 허덕지덕 허위단심 그대 찾아 왔건만 보고도 본체 만체 돈담무심

산비탈 굽은 길로 얼룩암소 몰아가는 저 목동아 한가함을 자랑 마라 나도 엇그제 정든 님을
이별하고 일구월심 맺힌 설움 이내진정 깊은 한을 풀길이 바이없어 이곳에 머무르니 처량한
초적 일랑 부디 불지 마라.

앞산에 두견 울고 뒷동산 접동 울 제 쓰라린 님 이별에 애타는 이내 간장호소할 곳 바이없어
힘없이 거닐 적에 중천에 걸인 달은 강심에 잠겨 있고 너울대는 은빛파도 나의 회포 도도낼
제 난데없는 일성어적 나의 애를 끊나니.

세파에 시달린 몸 만사에 뜻이 없어 홀연히 다 떨치고 청려를 의지하여 지향 없이 가노라니
풍광은 예와달라 만물이 소연 한데 해 저무는 저녁노을 무심히 바라보며 옛 일을 추억하고
시름없이 있노라니 눈앞에 온갖 것이 모두 시름 뿐이라.

알뜰살뜰 그리던 님 차마 진정 못 잊겠고 아무쪼록 잠이 들어 꿈에나 보랏더니 달밝은 쇠잔
한 등 잠이루기 어려울 제 독대등촉 벗을 삼아 전전불에 잠 못 드니 쓰라린 이 심정을 어디
다 호소할까.

어지러운 사바세계 의지할 곳 바이없어 모든 미련 다 떨치고 산간벽절 찾아 가니 송죽 바람
슬슬 한데 두견조차 슬피 울어 귀촉도 불여귀야 너도 울고 나도 울어 심야삼경 깊은 밤을
같이 울어 새워볼까.

산적적 월황혼에 님 생각에 사무치어 전전반측 잠못일 제 창밖에 저 두견은 피나게 슬피
울고 무심한 저 구름은 달빛조차 가렸으니 산란한 이내 심사 어이 풀어 볼까.

새벽달 지새고 서리찬 조요한 밤 홀로 난간 의지하고 애수에 잠겼을 제 처량한 실솔성은
이내 설움 자아내고 창망한 구름밖에 외기러기 슬피울며 날아가니 울적한 이 심회를 어이 풀어 볼까.


정선아리랑 / 김영림

 

                          원문출처 : 새처럼 바람처럼

 

                   



117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