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강화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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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현 [star63] 쪽지 캡슐

1999-10-09 ㅣ No.1095

얼마전 강화도에 갔었지요,,,알로이시오 형님이랑,,

이영호 미카엘,,박경근 로벨토,,,박기태 토마스랑,,,,

본당에서 1004모임을 한다고 다들 모였을 때,,우리는

전에 약속한 일이 있어서 참석을 못하고 강화도로

갔었습니다. 백경곤 마르띠노 형제분 댁에,,,

강화에서 본 마르띠노,,언제나 처럼 개량한복을 입고

단정한 얼굴에 조그마한 미소를 짓고,,우리를 맞아 주었지요.

 

자매님도 건강해보였고,,,,초등학교 2년(우리 지우와 유치원

동창생이지요)인 승현이도 맑아보였습니다.

지우랑 다른 애들이 온다고 해서 잔뜩 기대를 한 모양인데

같이들 못와서 승현이가 좀 서운해 하는 것 같아서 참으로

미안했지만,,,그래도 승현이는 의젓했던 것 같습니다.

 

곧바로 우리는 봉천산으로 올랐습니다.

(알로이시요 형님은 밤에 합류를 해서 이때는 같이 없었지요,,)

한 남산 정도 높이인데

정상에서는 북한이 바로 눈앞에 보였지요,,위장가옥도

더러 있구요,,거기도 황금들판이 볼만했습니다. 산길 초입에는

키 큰 소나무들이 빽빽해서, 가슴으로 맞는 산길내음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산을 내려와서는 강화에서 석양을 보기에 제일

좋다는 봉우리로 다시 갔지요,,,날씨가 흐려서 석양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벌써 찬 기운이 느껴지는 산바람이 몸과

마음을 맑게했습니다.

 이럭저럭 저녁때가 되어서 우리는 자매님이랑,,바닷가로 가서

농어회랑 맛있는 저녁을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모닥불을 피우고,,,한잔 했지요,,,날씨가 제법 쌀쌀했지만

꽤 늦은(아마도 새벽 2시쯤까지,,,,) 시간까지 노래도 하고

음식도 먹고,,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승현이는 숫불에

고기를 구워서 아자씨들 주느라고 신이 나고,,,자매님도 늦은

시간까지 앉아서 우리들 노는(?) 꼴을 아주 재미있게 보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날 우리는 이제 막 분소에서 본당으로

승격한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낙시도 좀 하다가 서울로 향했습니다.

그때 마악,,,축구를 할려고 했는데,,,축구 보고 천천히 가라는

마르띠노 형제의 말에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승현이가 막판에

조금 칭얼거리다가 이내 우릴 보내주는 것을 보고,,,이놈,,

많이 컸구나,,하고 생각들을 했습니다. 재미도 있었고,,의미도

있었습니다.

  별로 멀지도 않지만 떠나있는 사람한테는 멀게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울로 오는 길에 차가 막혀서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우리는 우리를 맞이하던 마르띠노 형제의

가족들의 반가움과 우리는 떠나 보내던 아쉬움이 동시에 교차해서

서로들 이런 저런 애기도 별로 없이 돌아왔지요,,

 며칠 전 들으니,,승현이가 우리가 가고 난 뒤에 며칠간 참으로

힘들어 했다는 마르띠노 형제의 말을 전해 듣고 빠른 시간안에

한번 더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지만 다른

생각도 드는군요,,어쩌면,,,마르띠노 형제의 가족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건강하고,,맑게 생활하고 있는데

저는 아직 이런 도심의 찌들은 사고와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고 말이지요,,

 서울로 오는 날,,,,전날 흐렸던 날이 완전히 개어서 정말로

하늘이 높고 맑았습니다. 서쪽 하늘이 맑으면 이제부터는 우리

마르띠노 형제의 잔잔한 미소와 자매님과 승현이의 웃는 얼굴을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    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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