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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헷세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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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경 [solbada] 쪽지 캡슐

2000-09-09 ㅣ No.1129

신이여, 저를 절망케 해주소서.

당신에게가 아니라 저 자신에게 절망하게 하소서.

미친 듯이 모든 슬픔을 맛보게 하시고

온갖 고뇌의 불곷을 핥게 하소서.

모든 지옥을 맛보게 하소서.

제 자신을 지탱하기를 돕지 마시고

제가 뻗어 나가는 것을 돕지 마소서.

 

 

당신이 그렇게 하셨다는 것을

저의 온 신의가 이지러질 때

그때에 저에게 가르쳐 주소서.

기꺼이 멸망하고

기꺼이 죽어 가고 싶은 것은

오직 당신 속에서만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어느 책에 나와 있는 헤르만 헷세의 기도라는 시인데

참 절실하면서도 그러면서도 그의 시를 함께 나누기엔

부족한 저를 봅니다.

저 역시도 지난한 과정들을 겪으면서 저런 기도를 올릴 수

있게 될 지 생각해 봅니다.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작은 일에도 온 마음이 무너질 때 아직은 누군가의 손을

잡아야만 일어나 툭툭 털어버릴 수 있는 나약함을

주님은 알고 계시기에 그저 손을 내밀어 주시는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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