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달봉 신부의 많이 긴 오늘의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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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달현 [dalbong6] 쪽지 캡슐

2004-02-26 ㅣ No.2516

사순절 기간 동안 매일 저녁 7시 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강론 준비를 위해 복음 묵상를 제대로 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저녁 7시 미사 후에나 오늘의 강론을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늦더라도 이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복음 말씀은 루가 9,22-25절까지의 말씀입니다. 그 내용은 예수님을 따르려거든 매일 자신의 십자가를 져야한다는 말씀입니다. 그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제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제 목숨을 잃거나 망해 버린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교우 여러분, 우리는 오늘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는 재를 머리에 쓰며 사순시기 동안 회개와 희생, 봉사의 삶을 살 것을 결심하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본받아 세상 것에 죽고 복음에 살 것을 약속하는 외적이 표시로 머리에 재를 썼습니다. 그런 다음 날 듣게 되는 예수님의 말씀은“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입니다.

 

오늘 복음은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셨다”는 것에 우선 주목해야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항상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십니다. 비록 어느 한 사람에게 말씀하셨다고 하더라도 그 말씀의 대상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마태 28,19)이며 “땅 끝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사도행정 1,8)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뜻은 모든 이를 구원하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을 믿는 우리들 그 누구도 이 말씀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예수님의 말씀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는 사람, 예수님의 말씀에 바로 나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 인생이란 내가 개척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 마음대로 하면서 사는 삶이 아니라 바로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을 올바로 알아듣고 그 말씀에 순명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예수님을 믿는 우리들도 이 간단한 진리를 알아듣고 올바르게 신앙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오늘 제 1 독서에서 모세가 당부하고 있듯 하느님을 선택하여 생명과 행복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적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것에 마음을 두기 보다는 세상이 주는 찰나적인 쾌락과 세상적인 욕심에 더 마음이 끌립니다. 그러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시지만 강요하지는 않으십니다. 어디까지나 당신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어떤 것을 요구하시는 것이지 강제적으로 누구에게나 강요하시는 분이 아니시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자유로우신 분이고, 예수님은 우리의 인격과 자유를 존중하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교우 여러분,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당신을 믿는 신자들에게 요구하시는 신앙인의 생활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그것을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먼저 세례성사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루게 된 그리스도교 신자는 누구든지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자기 목숨을 구하려면 예수님 때문에 자기 목숨을 내 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영혼을 구하지 못 하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 영혼을 구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당에만 왔다 갔다 하고, 매일 미사 참례를 하고, 하루에 묵주 기도를 십 오단씩 바치고, 성당 봉사 활동에 많은 시간을 바친다 하더라도 오늘 복음에서 제시한 삶을 구체적으로 생활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 합니다. 즉 이 세상에서 예수님이 제시한 삶을 사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면 다시 말해 실천하지 않으면 사람의 아들도 자기의 영광과 아버지와 거룩한 천사들이 영광에 싸여 올 때에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입니다. 한 마디로 하늘 나라는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이라야 들어갈 수가 있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조건을 제시하십니다. 이 조건은 선택적인 것이 아니라 필수적인 것입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걸어가신 길이 바로 이 길이기 때문입니다. 하여 구원을 받으려면 반드시 구원에 이르는 이 길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좁은 길이라고 말씀하시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어려운 길을 걸으면서까지 예수님을 따라야 합니까? 예수님께서 우리 생의 전부이시기 때문입니다. 골로사이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시는 것과 같이 “여러분의 생명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있어서 보이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생명이신 그리스도가 나타나실 때에 여러분도 그분과 함께 영광 속에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이 말씀대로 우리의 생명이 그리스도 속에 숨겨 있기 때문이며 그 분만이 우리의 영혼을 구할 수 있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나를 따라야 한다”는 말씀은 그리스도 신자가 늘 신앙 생활의 목적으로 삼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신앙생활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그리스도를 따르는 생활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생활이 구체적으로 어떤 생활인가?”하고 묻는다면 그 생활이 바로 “자기를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입니다”라고 답변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이 조건에 합당한 신앙 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올바른 신앙생활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는 이 세가지 조건에 대하여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먼저 자신을 버리고 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삽니다. 즉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기를 원합니다. 항상 자기 생활의 중심에는 자기 자신이 있습니다. 하느님이 계셔야 할 자리에도 자기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버리지 않는 한 항상 하느님은 뒷전에 계시고 자기가 우선권을 갖고 자기를 위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예수님을 따르는 생활이 아니라 자기를 따르는 생활입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생활을 하려면 자기를 버리지 않고서는 절대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기를 버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있던 그 자리에 예수님을 모시라는 말입니다.

 

다음으로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입니다. 오늘날 십자가는 무엇이겠습니까? 어떤 어려운 것이라도 내가 좋아서 한다면 그것은 나에게 절대로 십자가가 아닙니다. 그러나 아무리 쉬운 일이고 작은 일이라 하더라도 내가 하기 싫은 것을 한다는 것은 바로 나에게 커다란 십자가입니다.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라는 말은 내가 비록 하기 싫어도 그것이 나를 구원하는 것이라면 하라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하고, 돌려줄 줄 아는 사람에게 빌려준다면 무슨 칭찬받을 것이 있겠습니까? 그것과 마찬가지로 힘들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면 하기 싫지만 예수님 때문에 해야하는 일이 있다면 해야합니다.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사람을 용서할 줄 알아야 합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일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원수를 사랑하려고 애 써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자기 십자가를 진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 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예수님 때문에 욕을 먹고, 예수님 때문에 용서하고, 예수님 때문에 사랑해야 합니다. 도저히 인간적인 마음으로는 너 같은 인간을 용서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지만 예수님 때문에 용서하고 사랑한다고 해야 합니다. 그것이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입니다.

 

끝으로 나를 따라야 한다입니다. 나를 따라야 한다는 것은 그리스도가 제시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생활 속에서 그분이 제시한 생활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구원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으시고 끝내신 분이 아니라 오늘 그 길을 걸어가도록 함께 우리를 동반해주십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그분을 따를 수 있는 것입니다. 나는 십자가를 이미 졌으니 너희들이나 져라가 아니라 함께 그 십자가를 져주시는 분이십니다.

 

  교우 여러분, 사순시기는 바로 자기를 버리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연습하는 시기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희생 극기하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 은총의 시기 좀 더 예수님을 잘 따를 수 있게 해 달라고 청하면서 끝으로 제 1독서에서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부탁하는 당부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겨 생명과 행복의 길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보아라, 나는 오늘 생명과 죽음, 행복과 불행을 너희 앞에 내놓는다. 내가 오늘 내리는 너희 주 하느님의 명령을 순종하며 너희 주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가 지시하신 길을 걸으며 그의 계명과 규정과 법령을 지키면 너희는 복되게 살며 번성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 마음이 변하여 순종하지 아니하면, 너희는 반드시 망하리라. 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너희 앞에 생명과 죽음, 복과 저주를 내놓는다. 너희나 너희 후손이 잘 살려거든 생명을 택하여라. 그것은 너희 주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요 그의 말씀을 듣고 그에게만 충성을 다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생명과 행복의 길은 주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의 말씀을 듣고 그에게만 충성을 다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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