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사순 제 5 주간 목요일 달봉 신부의 조금 긴 오늘의 복음 묵상

인쇄

류달현 [dalbong6] 쪽지 캡슐

2004-04-01 ㅣ No.2585

오늘의 복음은 요한 복음 8장 51-59절까지의 말씀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그때에 예수께서 유다인들에게 말씀하셨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내 말을 잘 지키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유다인들은 "이제 우리는 당신이 정녕 마귀 들린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소. 아브라함도 죽고 예언자들도 죽었는데 당신은 ’내 말을 잘 지키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 하니 그래 당신이 이미 죽은 우리 조상 아브라함보다 더 훌륭하다는 말이오? 예언자들도 죽었는데 당신은 도대체 누구란 말이오?" 하고 대들었다.

예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내가 나 자신을 높인다면 그 영광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에게 영광을 주시는 분은 너희가 자기 하느님이라고 하는 나의 아버지이시다.

 

너희는 그분을 알지 못하지만 나는 그분을 알고 있다. 내가 만일 그분을 모른다고 말한다면 나도 너희처럼 거짓말쟁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분을 알고 있으며 그분의 말씀을 지키고 있다. 너희의 조상 아브라함은 내 날을 보리라는 희망에 차 있었고 과연 그날을 보고 기뻐하였다." 유다인들은 이 말씀을 듣고 "당신이 아직 쉰 살도 못 되었는데 아브라함을 보았단 말이오?" 하고 따지고 들었다. 예수께서는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나는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 하고 대답하셨다. 이 말씀을 듣고 그들은 돌을 집어 예수를 치려고 하였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몸을 피하여 성전을 떠나가셨다.

 

 

요한 복음 사가는 예수님과 유다인들의 논쟁을 통하여 우리에게 좀 더 분명하게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다시 말하면 유다인들의 질문을 통하여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게 하고 그것에 대한 예수님의 답변을 통하여 좀더 구체적으로 예수님께서 전하시고자 하는 메시지를 알게 됩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정말 잘 들어두어라. 내 말을 잘 지키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바로 유다인들은 그 말이 무슨 뜻이냐고 하면서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 질문에 답하시며 좀 더 자세하게 당신의 말씀을 부연 설명하십니다.

 

이런 방법을 통하여 요한 복음사가는 성서를 읽는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를 남겨둡니다. 생명이냐 죽음이냐, 빛이냐 어둠이냐를 선택하게 합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는 그 선택의 기준이 바로 예수님의 말씀을 지키느냐 지키지 않느냐에 달려 있음을 분명하게 하십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죽는 것을 원치 않으셨습니다. 인간을 창조하셨을 때 영원히 행복하게 살라고 창조하셨지 죽으라고 창조하지는 않으셨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러나 죽지 않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지켜야할 계명이 있었습니다. 그 계명이란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따 먹어라.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은 따 먹지 말아라. 그것을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는다."(창세2,16-17)라는 계명이었습니다.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이 아담의 손에 달려있었습니다. 하느님이 말씀하신 계명을 지킬 것인가 아닌가는 전적으로 아담과 하와에게 달려있었습니다. 그런데 하와는 뱀의 유혹을 받고 자기들이 지켜야할 계명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유혹은 항상 달콤합니다. 유혹은 인간의 정신을 흐리게 합니다. 유혹은 "절대로 죽지 않는다. 그 나무 열매를 따 먹기만 하면 너희의 눈이 밝아져서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이 아시고 그렇게 말하신 것이다."(창세3,5)라고 합니다. 그래곤 마침내 하느님의 계명을 스스로 어깁니다. 하느님은 유혹에 넘어간 여자에게 "너는 아기를 낳을 때 몹시 고생하리라. 고생하지 않고는 아기를 낳지 못하리라. 남편이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겠지만, 도리어 남편의 손아귀에 들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담에게는 "너는 아내의 말에 넘어가 따 먹지 말라고 내가 일찍이 일러 둔 나무 열매를 따 먹었으니, 땅 또한 너 때문에 저주를 받으리라. 너는 죽도록 고생해야 먹고 살리라. 들에서 나는 곡식을 먹어야 할 터인데, 땅은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리라. 너는 흙에서 난 몸이니 흙으로 돌아 가기까지 이마에 땀을 흘려야 낟알을 얻어 먹으리라.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 가리라."(창세3,16-19)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태초의 인간들의 죄로 말미암아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인간을 잃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은 인간을 그대로 놔두지 않으셨습니다.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은 인간을 다시 행복하게 살게 해 주시고자 인간과 계약을 맺으십니다. 그 계약이 곧 십계명이었습니다. 모세는 온 이스라엘을 불러 모으고 그들에게 일렀습니다. "이스라엘은 들어라. 이것을 익히고 성심껏 지켜라. ’너희 하느님은 나 야훼다. 바로 내가 너희를 에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낸 하느님이다. 너희는 내 앞에서 감히 다른 신을 모시지 못한다. 너희는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 위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 속에 있는 것이든지 그 모습을 본따 새긴 우상을 모시지 못한다. 그 앞에 절하며 섬기지 못한다. 나 야훼 너희의 하느님은 질투하는 신이다. 너희는 너희 하느님의 이름 야훼를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 야훼는 자기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자를 죄 없다고 하지 않는다. 너희는 부모를 공경하여라. 너희 하느님 야훼의 분부다. 그래야 너희는 오래 살 것이다.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 주시는 땅에서 잘 될 것이다. 살인하지 못한다. 간음하지 못한다. 도둑질하지 못한다. 이웃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못한다. 이웃의 아내를 탐내지 못한다. 그러니 너희는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 내리신 분부를 모두들 성심껏 지켜야 한다. 오른 쪽으로도 왼쪽으로도 치우치면 안 된다. 너희의 하느님 야훼께서 분부해 주신 길만 따라 가야 한다. 그래야 너희는 행복하게 살고 잘 될 것이며, 너희가 차지할 땅에서 오래 살 것이다."(신명5,1-33 참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신 후 "이것은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 분부해 주신 계명에 딸린 규정이요 법령이다.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너희가 건너 가 차지할 땅에서 이것을 지키도록 너희를 가르치라고 하셨다. 이는 너희로 하여금 너희 하느님 야훼를 경외하며 내가 오늘 지시하는 그의 규정과 계명을 지키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니 너 이스라엘은 들어라. 성심껏 그대로 실천하여라. 그래야 너의 선조들의 하느님 야훼께서 너희에게 약속해 주신 대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잘 되어 크게 번성하리라."(신명6,1-3)고 일러주었습니다. 그리고 "너, 이스라엘아 들어라. 우리의 하느님은 야훼시다. 야훼 한 분뿐이시다. 마음을 다 기울이고 정성을 다 바치고 힘을 다 쏟아 너의 하느님 야훼를 사랑하여라.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라. 이것을 너희 자손들에게 거듭거듭 들려 주어라. 집에서 쉴 때나 길을 갈 때나 자리에 들었을 때나 일어났을 때나 항상 말해 주어라."(신명6,4-7)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보아라. 나는 오늘 생명과 죽음, 행복과 불행을 너희 앞에 내놓는다. 내가 오늘 내리는 너희 하느님 야훼의 명령을 순종하며 너희 하느님 야훼를 사랑하고 그가 지시하신 길을 걸으며 그의 계명과 규정과 법령을 지키면 너희는 복되게 살며 번성할 것이다. 너희가 들어 가 차지하려는 땅에서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 내리시는 복을 누릴 것이다. 그러나 너희 마음이 변하여 순종하지 아니하면, 하느님께 추방당하여 다른 신들 앞에 엎드려 그것들을 섬기게 될 것이다. 오늘 나는 너희에게 일러 둔다. 그리되면 너희는 반드시 망하리라. 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너희 앞에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내놓는다. 너희나 너희 후손이 잘 살려거든 생명을 택하여라. 그것은 너희 하느님 야훼를 사랑하는 것이요, 그의 말씀을 듣고 그에게만 충성을 다하는 것이다. 그것이 야훼께서 너희 선조,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에게 주겠다고 맹세하신 땅에 자리잡고 오래 잘 사는 길이다."(신명30,15-20)라고 선포하십니다.

 

이토록 여러 번 말씀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인들은 이 계약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생명과 죽음을 내 놓고 택하라고 하였는데 그들은 죽음을 택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신 하느님은 그들을 버리지 않으시고 마지막으로 당신의 아들이야 알아주겠지, 그의 말은 듣겠지하고 외아들 예수님을 보내시면서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하시고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아들로 세상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유다인들에게 하느님 아버지는 용서하시는 하느님이시다, 하느님 아버지는 사랑하시는 하느님이시다, 하느님 아버지는 자비로우신 하느님이시다 라고 하시며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13,34-35)라고 새로운 계명을 주셨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죽음에서 생명으로 넘어가는 계명이요,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계명이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계명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은 오늘도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라고 두 번이나 "진실로"라는 말을 사용하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을 지키라고 말입니다.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라고 말입니다. 그러면 영원히 살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교우 여러분, 인생은 그냥 주어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가는 것이 아닙니다. 또 누가 무어라 해도 내 인생 내가 하고 싶은 것이나 실컷 하다가 가는 것도 아닙니다. 하느님은 그렇게 인간을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도록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아무런 목적도 되는대로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도록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인간은 반드시 도달해야할 목적지가 있고 목적지에 이르는 길이 있고 방법이 있는 법입니다. 그것이 예수님의 말씀 바로 계명입니다. 그 계명을 알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 계명을 지키면서 사는 것, 그것이 그리스도인이 걸어가야 할 길이요, 행복에 이르는 길입니다.  오늘 화답송에서 "주님의 목소리를 오늘 듣게 되거든, 너희 마음을  무디게 가지지 마라" 고 하신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복음의 마지막 구절은 유다인들이 돌을 집어 예수님을 치려고 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몸을 피하여 성전을 떠나가셨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것이 어쩜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주 거친 논쟁 속에서 예수님께서는 자기 정체를 분명하게 밝히십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는 너희들이 찾는 메시아이며 하늘이다. 나는 진리르 통해 자유를 주는 사람이다. 나는 아브라함이 나기 전부터 있었던 사람이다. 그러자 예수님을 거부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모욕하는 사람들이 생명을 빛을 없애러고 합니다. 돌을 집어 치려고 합니다. 선과 악이 대립하고 생명과 죽음이 대립하는 가운데 선이, 생명이 죽음과 악에게 폭력을 당합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는 분명 선택해야 합니다. 생명이냐 죽음이냐에서 빛이냐 어둠이냐에서 하나를 말입니다. 이 사순시기 우리는 생명을 빛을 선택하여 나아가는 연습을 하는 시기입니다. 그동안 어둠 속에서 살았음을, 그동안 죽음을 선택하고 살았음을 고백하고 생명과 빛을 선택하는 연습 말입니다.

 

 



39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