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수선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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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익 [laugo] 쪽지 캡슐

1999-10-26 ㅣ No.1258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정호승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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