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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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16-04-29 ㅣ No.3062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4/29

 

제 동생은 유치원 교사였습니다. 그 방에 들어가 보면, 언제나 책상 앞에 앉아서 오리고 붙이고, 교육기자재 만드는 일로 바빴습니다. 휴일도 없이 방에 틀어박혀 꾸준히 그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특수교사 자격증까지 따서 장애자 어린이집에서 일합니다. 동생을 보면서 수도 성소를 읽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누가 환호해 주지 않아도, 꾸준히 자신이 하는 일을 자신에게 맡겨진 주님의 성소로 받아들이며 우직할 정도로 진솔하게 살아나가는 삶, 그 삶의 모습이 제가 동생을 통해 드러난 수도 성소를 이해하는 일면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2-13) 라고 말씀하십니다. 언젠가 보디가드를 주제로 한 영화를 보았는데, 거기서 총알이 날아오면 피하는 것이 본능이지만, 저희 보디가드들은 자신이 보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대신 총알을 맞기 위해 몸을 던지도록 선발되고 훈련받은 사람들입니다.” 라는 대사를 들을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또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입니다. 가타리나 성녀는 훌륭하고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학자가 되었다기 보다는 진솔하게 자신의 삶으로 복음을 살아낸 모습으로 우리에게 복음의 기쁨을 보여준 학자로 이해합니다.

 

오늘날의 사회는 겸손보다는 자기 피알을 통해, 자기희생보다는 자기 성취를 통해 삶의 기쁨을 얻고 보람을 얻으려고 하는 듯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겸손과 자기희생이 가치를 잃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단지 사회와 세기에 따라 사람들이 우위로 선택하는 가치가 다를 뿐이지. 그런 면에서 수도자들이 교회의 미진하거나 부족하거나 아픈 허물들을 메꾸고 채워줌으로써 교회가 살아 있다고 느낍니다.

 

신학생 시절 자주 애송하던 고 최민순 신부님의 시 두메꽃을 되새기며, 동생 수녀와 가타리나 성녀를 주보성인으로 모신 분들 그리고 자신의 삶으로 복음을 살아내고 있는 수도자들과 이 시대의 풍요와 행복을 위해 자신을 봉헌하고 희생하는 모든 신자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외딸고 높은 산 골짜구니에 살고 싶어라

한 송이 꽃으로 살고 싶어라.

벌 나비 그림자 비치지 않는 첩첩 산중에

값없는 꽃으로 살고 싶어라.

햇님만 내님만 보신다면야 평생 이대로

숨어 숨어서 피고 싶어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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