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가을에 생각나는 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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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길동 [kdm70] 쪽지 캡슐

2000-10-17 ㅣ No.957

     얼  굴

 

                       박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를 꽂고 산들, 무얼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르는데......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보고 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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