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27주간 화요일 ‘2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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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09-23 ㅣ No.4798

연중 제27주간 화요일 ‘21/10/05

 

열심히 한다는 것은 열심히 하는 삶의 주체도 풍요로워 보이지만, 그 열심한 이를 바라보는 이의 마음도 풍요롭게 해줍니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어떤 면에서 열심한 것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가져다주는지 아니면 자신만의 이득을 위한 것이거나 다른 이들에게 폐해를 끼치는가 하는 평가가 남을 수 있겠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마르타가 예수님을 초대합니다. 마르타는 예수님에게 따뜻한 밥 한 끼라도 대접해 드릴 양으로 열심히 밥을 짓고 음식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이 바쁩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열심히 대접해드리려고 한다는 사실 자체에만 열심이지 정작 자신이 대접할 예수님께 대접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소홀하게 됩니다. 이미 와 계신 예수님께 소홀한 셈이 되어 버립니다.

 

그에 반하여 마르타의 동생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들어오시는 순간부터 계속 그분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습니다. 어쩌면 마리아는 예수님께 온 마음을 다 바쳐 열심히 집중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대접하려고 열심한 마르타가 그런 마리아를 바라보며 하소연을 합니다.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루카 10,40) 그러자 예수님께서 마르타에게 이르십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41-42)

 

어쩌면 예수님께서 집에 들어왔을 때 자신을 반갑게 인사만 하고 예수님을 대접하는 음식을 만드느라고 열심한 마르타에게 서운한 마음이 드셨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자기 보러 왔지, 얻어먹으러 왔나?’ 하고! 그런 마르타 대신 마리아가 예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것을 보고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셨는지 모릅니다. 물론 마르타가 손님을 대접하려는 그 정성을 예수님께서 모르실 리 없으셨을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을 대접한 후 마리아에게 예수님에게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들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마르타가 예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기를 더 바라셨는가 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마르타와 마리아라는 서로 다른 인격이 예수님을 접하는 모습을 봅니다. 예수님을 위하여 일하는 마르타와 예수님께 귀 기울이는 것을 일이라고 생각하는 마리아. 그리고 그 모습을 우리는 한 인격의 두 모습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 말씀에 맞춰 행동하는 모습 말입니다. 이 복음에서는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칭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수님께 집중하여 예수님께 귀 기울이고 예수님의 말씀을 따른다는 차원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위한 일이 아니라 예수님의 일을 강조합니다. 예수님의 일은 바로 예수님께 집중하고 예수님의 말씀을 실현하는 바로 그 사랑이라는 일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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