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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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09-09-16 ㅣ No.10278

여성산악인 고미영대장이 낭가파르밧 정상정복후 하산하다 1000여미터

낭떠러지로 추락,영원히 산으로 돌아갔다.

너무도 안타까운 소식에 아침일찍 등산화를 고쳐메면서도 맘 한구석이

편치 않았다.

"41세?아직도 할일이 많은 나인데..."

영등포지점에 발령이나 처음으로 맞이하는 팀등반이어서인지  각오가

남다르고 감회마저 새롭다.

"이크!서두르자!!! 9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우뚝솟은 관악산 정문은 어디론지 사려졌고 터널공사하느라 시계탑주위가

난장판이다.

"오랜만에 왔더니..."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더니 먼저 온 직원들이 다가서며 인사하기에 반갑게

악수를 건넸다.

"류차장님 웃옷이 새것처럼 보이는데요??"

"새로샀다.오늘 처음 입고 왔어!!!"

"착복식 하셔야죠!!"

"등산복도 착복식하냐?? 

그나저나 조팀장님은???"

"저 앞에 계십니다"

팀장님과 인사를 나눈후 시멘트로 도배한 관악산 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주식시황,지점상황,사교육비 얘기등을 나누는데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더니

아파왔다.

"오랜만에 자연으로 돌아왔으니 골치아픈 얘기는 그만하죠!!!" 

어제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등산로가 매우 깨끗한데다 주위의 나무들이 더욱더

짙은 초록빛을  뽐내면서 날씨마저 선선함이 깃들어 환상의 조화를 이루었다.

관악산 연못에 도착하니 청아한 맑은 물에 연꽃들이 가득하고 그위에 한쌍의

잠자리가 마주보며 사랑의 밀어를 나누고 그 밑에 자그마한 송사리떼가 유유자적

노닐었다.

시냇물이 졸졸흐르는 실개천옆의 정자에 앉아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권주가를 

부르는 어르신들을 부러운듯이 바라보며 나무 계단을 오르려는데 노란 꼬까옷의

다람쥐 한마리가 우측 나무기둥을 타고 가지위로 바삐 도망간다음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내려다봤다.

"고놈봐라!!감히 날 하대하다니..."   

삼막사 국기봉앞 깔딱고개에 오르기전 직원들과 자그만한 바위에 걸터앉아 

한가로이 담소를 나누며 깔깔거리는데 용민주임의 무용담에 귀가 솔깃했다.

"뭐라구라구라!!! 용주임이 서울대야구부가 1승을 거두는 순간 결승타점을 쳤다구??"

"예!!안쪽으로 파고드는 직구를 받았쳤더니 그게 중견수앞에 떨어지는데...

그 감격은 이루 말할수 없더라구요!!!"

"그이후 서울대 야구는 승리한적 있어??"

"아뇨!!"

"그야말로 용주임은 서울대에서 전설의 인물이겠구만!!!"

등산을 게을리하다보니 깔딱고개에 오르는데 숨이 턱까지 차오르더니 금방

넘어갈듯하다.

등산의 매니아인 조팀장님은 한결 여유가 있어보이고 젊어서인지 이주임과

용주임은 잘 따라오는데 체인스모커인 황대리는 다소 시원챦아 보인다.

늦장가를 가서인지 책상위의 딸사진을 보며 영구처럼 헤벌레 웃기도하고

틈만나면 딸내미 자랑에 입이 침이 마른다.

누가 자랑하는것을 아니꼽게 보는 성질이라 그럴때면 가볍게 면박을 주어

입을 다물게 하지만  너털웃음으로 넘기는 성겨좋은 친구다.

"딸이 제수씨를 닮았어야하는데...

 하긴 의술이 좋아졌으니 너무 걱정하지마라!!"

깔딱고개를 너무 힘들게 올라와서인지 국기봉까지 오르는것이 엄두가

나지않아 삼막사와 연주암의 갈림길주변에서 주저앉기로 윽박지르듯 결정했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막걸리와 우거지국밥을 팔곤했는데 요즘은 단속을 심해서인지

쉼터가 텅비었고 비가와서인지 땅바닥이 다소 축축해보였다.

이곳 쉼터는 한평남짓한 정사각형모양으로 이루어졌으며 그주변에는 산을 깎아서

2-3미터 높이의 낭떠러지가 형성되있으며 그밑에 또다른 쉼터가 설치되있어

위에서보면 초고층 아파트 베란다가 주욱 늘어선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한다. 

낚시용 의자를 펴고 앉으려는데 고만 중심이 흔들리면서 순식간에 뒤로 넘어갔고

그와 동시에 동료직원들이 놀라는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반사적으로 손가락으로 땅을 파며 안간힘을 썼지만 거꾸로 뒤집어진 몸때문에

불가항력으로 아래로 추락하면서 마찰마저 일으켜 등짝이 시큰거렸다.

결국 밑의 바위를  머리로 살짝 부딫치며 추락이 멈췄고 직원들이 내려와 내민

손을 잡으며 일어서려는데 깨진 손톱사이로 피가 흘렀고 얼굴은 흙범벅이 되었다.

"괜챦습니까?119를 부를까요??MRI찍으시죠??"

놀란 조팀장님은 꺼낸 막걸리통을 다시 밀어넣으며 병원갈것을 종용했지만 한사코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괜챦습니다.제몸은 제가 잘아니까...막걸리 얼릉 따시죠!!!"

땅이 습기를 먹어 손가락으로 땅을 긁을수가 있었고 그로인해 천천히 추락하여

자치 일어날뻔한 대형사고를 간신히 면할수있었다.

"손가락에 피가흐리니 일단 휴지로 지혈을 하시죠???"

"이런 고마운 일이..."

이주임이 준비한 휴지로 손가락을 칭칭감으니 흐르는 피가 멈추는듯했고 통증도

거짓말처럼 사라지는것 같았다. 

세심한 조팀장님은 얼음막걸리에다 마늘 짱아찌와 오이,과일,고추장등을

빠짐없이 준비해왔고 머쓱한 나는 직원들과 건배한후 시원한 말걸리를

벌컥 들이키자마자 마늘짱아치를 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으니 입안이 

얼얼해지면서 방금전 사고의 시름이 덜어지는듯했다.

"그나저나 큰일날뻔 했읍니다.지금도 가슴이 떨려오네여!!!"

시겁했던 조팀장님이 막걸리 한잔을 들이킨후 잔을 건네더니 우윳빛 막걸리를

벌컥 따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에 얼굴에 묻은 흙잔재를 털며 씩웃은후

덥썩 받아마셨다.

"영등포 오자마자 액땜했으니 앞으로 잘될겁니다"   

"새로산 등산복이 등부분이 찢어져 다시 사야될것 같은데..." 

"아뇨 오늘 사고를 잊지않으려 그냥 꿰매서 입으렵니다.

그나저나 고미영대장의 사고가 조금은 이해가 될듯하네요!! "

직원들과 이얘기 저얘기 나누며 웃고있는 가운데 중천의 해가 점차 서쪽으로

기울면서 그들의 얼굴은 점차 홍조로 변해갔고 따뜻한 동료애는 누렇게

무르익어갔다.

짐을 꾸려 바지런히 하산을 재촉하려는데 골초인 황대리가 다가와 귓속말로

속삭이기에 점잖게 타일렀다.

"아무래도 등산보다 담배가 덜 위험한것 같습니다"

"에끼!이사람아!!등산은 99번이롭고 한번 해롭지만 담배는 100번 해로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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