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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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2006-01-13 ㅣ No.1190
제목: 하얀 장례식- 허윤석
예전에 화가였을 때 들었지!
흰색에는 두 가지가 있다더군!
뜨거운 흰색과 추운 흰색!
그해 겨울이었던가?
화방(畵房)의 짐을 부리려 그를 불렀지.
늘 웃으며 손님을 대했던 그 늙은 지게꾼 ......
짐 그늘 속 치아가 유난히 추워보였지.....
흰 수건이란 놈은
엄동설한에도 주인 어깨에 앉아 호강을 했다하지!
땀 나눠가지며 눅눅해진 흰색이 무거워보였지만 ......
겨울에 어디 구슬땀이라고
때 아닌 부채질 하겠나?
땀 닦고 한 모금 빠는 담배연기는
겨울엔 달고도 따뜻했다나!
먼저 간 마누라 머리도 이젠 허옇게 쉬었겠지!
묻을 때 머리가 하도 검어서 한이 되었다나!
언 땅 위에 관(棺)지고
멍하니 내리는 눈 본
그 겨울이 제일 추웠다고.......
콜록대며 흰 수건 개던 마누라 저승가던 날
흰 약봉지 태우며 분향했었다고
이젠 겨울 달동네 흰 언덕 오를 때면
헉헉되는 입김이 삼복더위보다 더 덥다고 하더니만
그도 흰 재가 되어 눈 위로 갔다고
어제!
그날 밤
난 멍하니 흰 캔퍼스에 하얀 물감을 드리웠다.
하얀 담배연기로 ......
연기는
한동안 자유롭게 희더니
겨울 어둠의 냉기에도 얼지 않고 하늘을 분향하더라!
겨울하늘보다 더 추워서인가? 따스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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