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6주간 수요일 ’2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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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3-01-27 ㅣ No.5297

연중 제6주간 수요일 ’23/02/15

 

언젠가 한 번, 교구 사제 인사발령으로 함께 살던 신부님께서 이임하시고, 새로 신부님께서 부임하셨습니다. 그런데 전임 신부님이 이미 떠나가셨는데도, 정작 마음속에는 가셨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고, 마치 몇 일간 교구 사제 피정에 들어가셨다가 다시 돌아오실 것만 같은 느낌이 한동안 계속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제 오늘 첫 독서에서 노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셨지만, 사람들이 죄를 많이 지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만드신 것에 대해 후회를 하셨는데, “노아만은 주님의 눈에 들었다.”(창세 6,8) 그래서 노아와 그가 택한 각 종족의 한 쌍씩만을 살리시고 나머지는 다 물로 씻어버리셨습니다. 오늘 아침 노아 이야기의 후반부를 읽으면서, ‘우리는 하느님의 선택으로 살아남은 이들의 후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눈이 먼 사람을 고쳐주시고는 무엇이 보이느냐?”(마르 8,23) 하고 물으시자, 그가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걸어다니는 나무처럼 보입니다.”(24) 라고 답합니다. 눈이 안 보일 때 부딪히기도 많이 했겠지만, 나무같이 든든한 기둥을 의지하여 걷기도 하고 멈춰 쉬기도 했던 나무여서 그랬는지, 사람들이 움직이는 나무처럼 보인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리고는 주님께서 다시 그의 두 눈에 손을 얹으시니 그가 똑똑히 보게 되었다. 그는 시력이 회복되어 모든 것을 뚜렷이 보게 된 것이다.”(25) 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살아남은 이들의 후예로서 우리가 오늘 살아있음이 주 하느님의 은총이며 선물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저 마을로는 들어가지 마라.”(26) 하신 주님의 말씀대로 우리가 죄악에 물들었던 때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고, 주님께서 새롭게 똑똑히 보여주시는 길을 충실히 걸어가기로 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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